인구문제, 문화·관광 귀촌에 답이 있다

지난해 귀촌세대의 45%가 20~40대 문화관광사업자
문화관광귀촌 위한 청년귀촌자 유입, 문화예술 지원책 절실

김동설 kds1085@nhmirae.com
2023년 03월 31일(금) 15:52
▲본지는 지난 285호 1면을 통해 지난해 남해군 귀농귀촌 세대의 94%가 귀촌세대이며 20~40대 귀촌인들은 대부분 문화관광사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보도한바 있다. 이에 젊은 문화관광사업자들을 유입시키고 문화예술 활성화로 새로운 상권을 만드는 인구증대 전략이 필요하다
본지는 지난 285호 1면을 통해 지난해 남해군 귀농귀촌자 통계를 보도하며 귀농 세대는 전체(1302세대)의 6%인 80세대에 불과하고 절대 다수인 94%가 귀촌 세대라고 전한 바 있다. 또한 귀촌인 가운데서도 경제활동이 활발한 연령대인 20~40대 비중이 45%에 이르며 이들은 주로 펜션이나 카페 같은 문화·관광사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군청 관계자의 입을 빌어 밝혔다.

귀촌인들이 펜션이나 카페 등을 통해 남해에 안착하려면 손님의 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유인책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체 자체의 고급화와 세련된 서비스, 공격적인 홍보마케팅 등 업체 스스로의 경쟁력 강화가 가장 중요하겠으나, 주변 환경을 이용해 낙수효과를 얻는다면 투자를 줄이면서 그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좋은 주변 환경이라면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곳 이외에도 문화·예술을 이용해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마련된 곳을 예로 들 수 있다.

앞서 보도된 통계를 통해 남해군은 귀농보다는 (젊은)귀촌인구 유입에 초점을 맞춰 인구증대 전략을 짜야하고 그중에서도 문화관광 사업에 종사하려는 문화귀촌인, 귀촌문화관광사업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덧붙여 더 많은 귀촌인들을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을 활성화해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확대해야 한다는 과제 또한 발굴하게 된다.



▲문화예술이 사람을 불러들인 예

좋은 문화예술 인프라가 자리 잡은 곳에는 사람이 몰리고 상권이 생긴다.

우리군 예를 살펴보면 남해가 자랑하는 대표 관광지 '독일마을'은 파독근로자라는 역사적 자원과 독일식 주거형태가 결합된 훌륭한 역사·문화적 자산이다. 거기에 아름다운 정원들의 집합체인 '원예예술촌'까지 인근에 자리 잡고 있어 예술적 요소까지 갖췄다. 이에더해 독일에서 온 파독광부·간호사들이 독일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축제 옥토버 페스트를 마을에 접목하면서 독일마을은 대한민국이 주목하는 관광지로 떠올랐고 마을 일대는 거대한 상업지역으로 변했다. 뿐만 아니라 독일마을(물건마을)로 향하는 길가에도 수많은 카페와 펜션들이 들어서 남해관광산업의 한 축이 되고 있다. 독일마을 일대에 귀촌인들이 운영하는 문화관광사업장들이 다수 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남면 다랭이마을도 마찬가지다. 남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를 앞에 두고 자리잡은, 절벽에 가까운 마을의 모습은 이 마을 조상들이 만들어 낸 '예술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예술에 가까운 경관을 인정받아 국가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되고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었으며 마을 근처에는 남해에서 가장 많은 펜션이 집중된 펜션타운이 조성됐다. 다랭이마을에서 살고 싶어 문화재지역과 급경사라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마을로 귀촌한 귀촌인도 상당히 많다.

다랭이마을의 경우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자연경관을 넘어 관광산업으로 연결되려면 사람이 들어와 '문화경관'까지 조성해야함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덧붙여 아름다운 일몰과 숲을 함께 즐기기 위해 서면 장항마을 헐스밴드, 보통날, 별아라로 사람이 몰리는 것도 이와 비슷한 경우라 생각된다.

독일마을과 다랭이마을의 사례는 귀촌의 문화·예술적 배경에 대해 폭넓은 해석이 들어간 예이기는 하나 실제로 남해를 찾는 귀촌인들에게 매력적인 귀촌지로 작용하고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장소들이다.

창선면 '뮤지엄남해'는 남해군이 폐교를 리모델링해 문화공간을 만들고 타 지역에 있던 미술관이 수탁자로 들어와 자리잡은 경우다. 뮤지엄남해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미술가들을 머물게 했고 그 중에 몇 명은 남해로 귀촌해 뮤지엄남해를 주소지로 두고 살고 있다. 귀촌 미술가들은 남해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반하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 뮤지엄남해라는 문화·예술적 근거지가 있어 귀촌을 결정할 수 있었다.

이밖에도 남해 소재 돌창고를 역사·문화적 자산으로 활용해 성공적인 문화귀촌의 예로 자리잡고 있는 '돌창고'는 청년귀촌 및 청년일자리창출이라는 참신한 생각과 도전정신, 돌창고의 문화·예술적 활용으로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특히 시문 돌창고의 경우 독일마을로 향하는 길목에 소재하고 있는 지리적 이점까지 있어 많은 관광객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주변에 또 다른 귀촌인 카페와 이탈리아 레스토랑까지 들어서며 돌창고가 문화귀촌의 배경으로까지 올라섰다.

남해 밖 사례를 하나 들어보면 전북 완주군에는 귀촌인들이 만든 '씨앗문화예술협동조합'이 있다.

씨앗 구성원들은 게스트하우스를 주요 활동 무대로 삼아 청년 귀촌 캠프를 마련하고 청년들이 묵으며 농촌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게 했다. 또 문화의 장으로 북 카페를 열고 정부 지원금으로 공연을 열었다. 소문이 퍼지면서 예술적 소양을 갖춘 '문화귀촌인'들이 모였고 우쿠렐레 등 악기와 그림 그리기, 향초 만들기 등을 이웃주민에게 가르치는 재능기부자들이 생겼다. 문화귀촌인들은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지역과의 연계를 만들어냈다.



문화예술이 사람 모으고 상권 만들어 문화예술팀 예술인 지원 기능 강화 필요


귀촌인들은 대도시의 과도한 업무와 경쟁, 그로인한 스트레스, 높은 물가 등 '압출요인'을 피해 농어촌을 찾아 온 사람들이다. 농어촌이라고 고민이 없을 수는 없지만 문화예술은 그들이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 되거나, 최소한 새로운 고민이 가져다주는 괴리감을 상쇄시켜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농어촌에 살러 온 귀촌인들이 문화예술을 통해 느낀 감동은 귀촌지를 물색 중인 대도시 지인들에게 '흡인요인'으로 전달돼 그들도 그 지역을 선택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
 
 
▲문화예술을 통한 청년 활동거점 만들기

그렇다면 문화예술을 이용한 귀촌자 유입 및 인구증대를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할까?

청년문화예술인 커뮤니티를 조직해 활동거점을 만드는 것이 그 첫째다.

남해군에는 남해문화원과 남해예총이라는 문화예술 관련 단체가 있기는 하지만 남해문화원은 어르신 문화원 성격이 강하고 남해예총 또한 중년 이후 예술인들이 대부분이다. 인구유입을 넘어 인구증대에 기여할 청년문화예술인들이 모여 활동할 수 있는 '비빌 언덕'은 없는 것이다.

현재 남해관광문화재단에서 '지역관광추진조직(DMO) 육성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는 하나 아직 그 규모가 작으며, 근본적으로 해당 사업이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것이라 말할 수는 없다.

이에 청년친화도시 사업으로 조성된 청년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청년 정책과 문화예술 정책을 혼합해 청년문화예술인 커뮤니티를 조성, 청년문예인들의 활동거점으로 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문화체육과와 관광진흥과, 핵심전략추진단 등이 협업해 청년문화관광사업귀촌 신청을 받아 사업자를 선발하는 등 '청년 문화·관광창업 인큐베이팅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괜찮다. 이와함께 군이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문화예술인 육성·지원사업' 역시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내친김에 귀촌인들이 모여 친목을 도모하고 행정 및 원주민과 만남도 갖는 '남해 귀촌인의 날'을 지정하는 것은 어떨까 제안해본다. 군민의 날 및 화전문화제 행사가 내·외군민의 화합과 친선을 목적으로 실시되는 것처럼 귀촌인들이 만나 잔치를 열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자리가 마련되는 것도 뜻 깊은 일이 될 듯하다.
 

▲문화예술팀, 문화예술인 육성·지원 기능 강화해야

다만 불모지에 싹을 틔우는 일은 대도시의 개인주의적 관습이 남아있는 귀촌인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일어나기는 어렵고 일단 남해군이 시작을 맡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자면 문화·예술인 지원을 담당하는 문화예술팀의 역할에도 좀 더 무게가 실려야 한다.

걸림돌은 적은 예산과 무관심이다.

2023년 문화체육과 예산안을 살펴보면 총 329억3565만원의 세출예산 가운데 체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276억9567만원으로 전체 예산의 84%에 달하며 문화예술 관련예산은 15%인 51억6335만원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30억3055만원은 문화재 보존 및 전승예산이고 문화예술진흥 부분은 21억3280만원에 불과하다.

예산 사정이 이러니 체계적인 문화예술인 육성 및 지원 정책이 나올 리가 만무하다. 문화예술팀의 문화예술 지원은 몇몇 단체를 소액지원하거나 일회성 공연이벤트를 진행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문화예술인에 대한 관심도 남해군이 반드시 신경써야할 부분이다. 지난호에서 남해군미술협회 이동기 회장의 입을 빌어 밝힌 바와 같이 지역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남해군의 역할은 상당히 제한돼 있으며, 남해에서 예술활동을 이어가기가 어려워 타 지역으로 이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은 남해군이 깊이 생각해봐야할 문제다.

행정이 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하고 그들과 지역 문화예술을 발전시키며 관광산업 활성화와 인구증대에 기여하는 큰 그림. 이를 위해 문화예술인들과 행정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모 신문에 게재된 한 칼럼의 일부를 소개하는 것으로 본 기사를 마무리하려 한다.

"예술인들이 지역에 이주하는 것은 일반인들이 귀향귀촌을 하는 의미와는 다르다. 예술가들은 창조인재로서 마을을 변화시키고, 공공영역에서 하지 못하는 지역주민들의 문화향유 욕구를 대신 충족시킨다. 장기적으로 아이들을 창조인재로 키워내며, 삶의 질을 높여주고 마을과 마을사람들의 질적·지적 수준을 높이고 다양성을 경험하게 하므로 건전한 시민으로 성장시킨다."
이 기사는 남해미래신문 홈페이지(http://www.nhmirae.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