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어르신이 버스를 기다리는 이유
홍성진 발행인 겸 대표이사
2025년 06월 13일(금) 09:50
홍 성 진 발행인 겸 대표이사
남해군은 현재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43.3%를 넘어 서고 있다.

조국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끌며 7남매 8남매를 보살피고 돌보았던 어르신들을 포함, 격동의 세월 속에서도 금을 모아 IMF를 극복하며 결국 대한민국을 세계 경제대국으로 이끈 분들이다. 6.25로 잿더미가 된 산하를 부여잡고 자녀들의 배고픔을 당장에 해결해야 했던 절박감 속에 허우적거렀던 자신들의 어른들의 모습을 말없이 지켜봤던 세대들이다. 선대의 절박감을 자신들의 아들 딸에게는 물려주기 싫어 자신의 몸이야 어떻게 되던 새벽같이 일터로 몰려나갔던 아픈 세대들이다.

그 노고는 자신들이 다짐한 대로 아들 딸들이 조금만 노력해도 먹고 살 수 있는 경제로 되돌아 왔다. 그렇게 역사의 질곡을 이겨냈던 그들이지만 이제는 병원이나 요양원에 몸을 의탁하며 상상속에서 그리운 동네와 정든 집으로 가본다. 그분들이 버스를 기다리는 이유다. 필자는 동네분들에게 읍 요양원에 계신다고 들었던 한 어른이 어느날 읍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세상 흐름 따라 어쩔 수 없이 노인병원이나 요양원에 의탁해야 할 처지지만 그분들의 마음은 맑은 정신이든 그렇지 않든 언제나 자신의 동네와 정든 집으로 향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이해가 된다. 그분들의 마음을 이해한 남해군립노인전문병원은 최근 그리운 우리 동네 우리 집을 둘러볼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했다. 기억버스를 타면 마을과 보고 싶은 얼굴들, 그리고 자신의 집이 생생하게 TV 화면에 나온다. 버스를 타고 친구들과 같이 소풍도 가고 동네도 한바퀴를 돌아 볼 수 있다. 보호자들이 영상을 촬영해 와 그리운 얼굴들과 만날 수 있다.

노인전문병원의 기획도 기획이지만 그분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마음 씀씀이에 경외감마저 갖게된다.
남해는 지금 '국민고향으로 오시다'란 슬로건 아래 향수를 전국에 전해주고 있다. 또 당장 오늘은 고향 내음 가득한 남해마늘한우축제가 열리고 있다. 모두 어른들을 떠올리게 한다. 여건만 허락된다면 왁자지껄한 축제장에서 고기를 대접하고 싶은 맘이 굴뚝같은 6월이다. 올해만은 20회 남해마늘한우축제가 관광객수와 상관없이 어른들이 서로 서로 얼굴도 확인하고 안부도 묻는 그들의 축제장이었으면 좋겠다. 혹자는 남해마늘한우축제를 관광과 경제 관점에서 불필요한 축제라고 말한다. 그러나 남해마늘한우축제는 20년 세월을 군민과 함께해 왔다. 떨쳐 내기엔 군민과 너무나 정이 들었다. 버리기보다 다듬고 보태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면 좋겠다. 이맘때면 필자 역시 남해마늘한우축제가 기다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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