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미래신문 기획특집] - 귀촌인과 원주민 갈등 무엇이 문제인가

인구소멸지역 남해, 민감하지만 풀어내야 할 이야기
'토착민 텃세'와 '귀촌인의 부적응', 그리고 상생 대안 찾기

이태인, 홍성진 기자
2025년 06월 13일(금) 09:59
▲ 본 사진은 현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 본 사진은 현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이제 우리는 '텃세'라는 표면적 단어를 넘어, 그 이면에 자리한 귀촌인들이 겪는 '사람과의 거리'와 토착민들의 '변화에 대한 불안'을 등을 깊이 들여다보고,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접어 들었다. <편집자 주>



SNS 등 소통 인프라의 발달은 이러한 갈등 사례와 부정적인 경험담(박살난 전원생활의 꿈/유튜브188만명 조회,
귀촌 1년만에 포기한 이유,농촌에서 겪은 충격적인 일 등)을 전국에 빠르게 확산시켜 오히려 갈등을 키우거나상호 적대감을 유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해당지역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거나 지역민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토착민들은 귀촌인들이 지역사회에 융화하려는 노력 없이 기존 도시의 생활방식을 고수하거나, 마을 행사 참여 등 공동체 활동에 소극적인 모습에 실망감을 느끼기도 한다.
최근에는 귀촌인이 오히려 원주민에게 텃세를 부리거나 귀촌인들끼리 다투는 '역(逆)텃세' 현상까지 나타나며 갈등 양상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 "이사 왔다고 다 주민 아니다"


많은 귀촌인이 남해 정착 과정에서 토착민들의 배타적인 태도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는 물리적인 정주 여건의 불편함보다 지역 공동체 진입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정서적 장벽에 대한 하소연이다.
구체적인 사례들은 이 장벽의 높이와 성격을 여실히 보여준다.
군내 A면으로 귀농한 B씨는 자신이 구입한 요트 트레일러를 마을 공용주차장에 세웠다는 이유만으로 마을회로부터 제지를 당했다. 어렵사리 트레일러를 옮겼지만, 그 자리는 다른 주민의 차량이 아닌 곡물을 말리는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목격했다.
"여기는 귀촌인이 사용하는 곳이 아니다. 이사 왔다고 다 마을 주민이 아니다"라는 말은 도시 생활을 접고 온 이주민에게는 '환대'가 아닌 명확한 '선 긋기'로 이해되었다.
결국 분노한 B씨는 군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남해군이 현장 계도에 나섰다.
인근 C면의 한 마을에서는 외지인들에게 마을 진입을 조건으로 "마을에 들어오려면 돈을 내라"며 환경정화비 명목의 금전을 요구하는 불합리한 관행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작 토박이 주민들은 내지 않는 이러한 요구는 귀촌인들에게 '외부인 차별'로 받아들여졌고, 이 역시 군의 개입으로 시정 조치가 이루어졌다.
하수구 문제로 생활고를 겪다 결국 남해를 떠난 30대 부부의 사례는, 사소해 보이는 생활 불편이 정착 포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남해군에서 태어나 토박이로 살다 다른 면 소재 동네로 귀어한 B씨 역시 "토박이지만 생각보다 장벽이 심해 마을 주민들과 친해지기 힘들었다. 발전기금, 주민총회 식사비 대납, 배를 계류하기 위한 어촌계 비용 등을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툭하면 배척하는 험한 말들만 들어 10년이 지나도 나는 이 동네의 이방인이겠다는 생각에 남몰래 가슴앓이를 해 왔다"고 털어놓았다.
이러한 배타적 분위기는 많은 귀촌인들의 공통된 경험이며, 이로 인한 괴리감과 소외감이 정착을 가로막는 주된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텃세'는 단순히 불친절함을 넘어, 마을 공동체 내의 정보 접근을 차단하고, 오래된 관습이나 암묵적인 규칙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결국 귀촌인들은 이러한 '사람과의 거리'에서 오는 괴리감과 정서적 유대를 쌓지 못해 생기는 소외감에 지쳐 남해를 떠나는 것을 고민하거나 실제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평생 살아온 이곳은 마을 공동체의 피땀으로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토착민들은 왜 외지인의 유입에 대해 경계하거나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일까? 이는 단순히 이기심으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오래된 공동체의 불안 심리에 기인하는 듯하다.
대부분 집성촌 형태로 구성된 토착민들의 입장에서는 외지인의 유입이 가져오는 문화적 변화와 공동체 규범의 훼손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원주민의 경우 조상 대대로 희생과 노력으로 가꾸며 살아온 터전(마을안길, 학교, 공동체문화 등등)이 낯선 귀촌인이나 도시 문화에 의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무의식중에 느끼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외지인은 쉽게 떠난다'는 경험에서 비롯된 불신도 무시할 수 없다.
정을 주고 정보를 공유했으나 짧은 시간 안에 떠나버리는 사례들을 보며, 관계 맺기에 소극적이 되거나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도시에서 온 귀촌인들의 사고방식이나 행동 방식에 대한 거부감은 객관적 분쟁 사안에 대한 접근보다 종종 막연한 적대감으로 표출되며 갈등을 키우기도 한다.
이와 관련 한 주민은 "사실 어느 날 이주해온 이웃들이 밞고 있는 마을안길은 과거 이 마을 주민들이 희생한 땅이며, 공동체의 역사(공동 노동) 등으로 만들어진 토착민의 피땀이다"면서 "이같은 마을공동체의 역사에 대한 이해와 배려 없이 단순히 돈(마을발전기금)만 밝히는 시골인 것처럼 호도하는 정착민이나 이를 퍼나르는 유튜브나 SNS에 분개한다" 말했다. 마을 발전 기금, 공동체 행사 참여 요구 등은 토착민들에게는 오랜 세월 마을 공동 자산을 만들고 관리 유지하며 함께 살아왔던 공동체 나름의 권리라는 의식이 기저에 깔려 있다.
과거 이사를 오면 이웃에 떡을 돌리는 풍습이나 어른들에게 먹거리를 대접했던 관습이 마을 발전기금 적립의 형태로 변행되었음을 의미한다.
공동 소유의 땅이나 수도 시설은 도시에서는 당연히 누리고 공유해야 할 땅과 시설이지만 이들 인프라의 역사를 알고 있는 현지 주민들에게는 권리 주장이 가능한 역사나 배경, 그리고 사연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부 토착민들은 귀촌인들이 지역사회에 융화하려는 노력 없이 기존 도시의 생활방식을 고수하거나, 마을 행사 참여 등 공동체 활동에 소극적인 모습에 실망감을 느끼기도 한다. 또한, 정부나 지자체가 귀농 귀촌인들에게 주택 수리비, 정착 지원금, 창업 자금 등을 지원하는 것을 보며 "우리는 없던 혜택"이라며 상대적인 박탈감이나 서운함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일부 귀촌인들이 마을 운영에 대해 도시적 관점에서 섣불리 간섭하며 갈등을 빚는 일도 발생한다. 최근에는 귀촌인이 오히려 원주민에게 텃세를 부리거나 귀촌인들끼리 다투는 '역(逆)텃세' 현상까지 나타나며 갈등 양상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처럼 토착민의 시각에서 '텃세'는 외부인의 갑작스러운 유입에 대한 방어 기제이자, 자신들의 삶의 터전과 방식을 지키기 위한 나름의 논리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 귀촌 갈등은 단순히 '텃세' 문제가 아니라 복합적인 문제

귀촌인과 토착민 양측의 목소리를 종합해보면, 귀촌 갈등은 단순히 개인적인 '텃세' 문제나 성격 차이를 넘어선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생활방식과 가치관의 근본적인 충돌, 도농간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이해부족, 서로 다른 정보 접근성으로 인한 정보 비대칭, 문제 발생 시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중재할 행정력의 한계나 제도적 장치의 부재 등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과 SNS 등 소통 인프라의 발달은 이러한 갈등 사례와 부정적인 경험담("박살난 전원생활의 꿈(유튜브188만명 조회)" "귀촌 1년 만에 포기한 이유", "농촌에서 겪은 충격적인 일" 등)을 전국에 빠르게 확산시켜 오히려 갈등을 키우거나 상호 적대감을 유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해당지역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거나 지역민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한때 있었던 귀촌 붐이나 전원주택에 대한 로망은 사라져 가고 있다.
여기에 지자체들이 '억대 농부'와 같은 일부 성공 사례만을 과도하게 부각하며 귀촌에 대한 장밋빛 환상만 심어주는 과도한 홍보 역시, 이들의 갈등을 부추기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귀촌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을 이동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공동체와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사회적 이민'에 가깝다는 인식이 양측과 행정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주택 지원, 창업 자금 지원, 생활 인프라 개선 등 경제적 지원만으로 마련되는 인구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한다.
귀촌인과 토착민이 서로를 이해하고 융화하며 상생하기 위한 실질적인 교육 및 중재 시스템이 절실한 이유다.



▲ 이해와 소통으로 '함께 살기 좋은 남해'를

심각한 인구 감소 위기를 극복하고 귀촌인들이 남해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유치 경쟁을 넘어 정착 지원 및 사후 관리에 초점을 맞춘 실효성 있는 정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텃세'로 인식되는 사람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문화적 괴리를 줄이기 위한 서로 간의 깊은 이해와 소통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행정의 노력뿐만 아니라 귀촌인과 토착민 양측의 열린 자세와 참여가 동반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인구 감소 해결은 남해군민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이자 지역사회 전체의 지혜를 모아야 할 과제이다. 그러면 상생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과 소통 강화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 체계적인 귀촌인 관리 및 갈등 중재 시스템 필요

 해마다 남해에 정착하는 귀촌인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맞춤형 대책을 수립하는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 이를 위해 전담부서를 두고 읍면사무소와 군청 간 정보 공유를 강화해 귀촌인의 불편사항을 주기적으로 확인, 정착 후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특히 문제 발생 시 마을 대표 및 임원진과 협력하여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중재할 수 있는 전담 창구 등 중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아울러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갈등과 오해가 호도되는 일이 없도록 도농간 문화적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 상호 이해를 위한 소통 교육 및 문화 프로그램 강화

 귀촌인과 토착민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상호 이해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귀촌인에게는 남해의 독특한 정서와 공동체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인문학적 사전 강좌를 제공해 투박한 말씨나 마을발전기금 요청 등에서 오는 오해를 줄이고, 지역민으로서의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토착민에게는 외부인 유입이 가져오는 변화를 이해하고 새로운 이웃을 포용할 수 있는 개방적인 태도에 대한 교육도 필요해 보인다. 마을 이장 및 임원진, 관계 공무원들에게도 귀촌인들의 애로사항에 관심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 이들이 귀촌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문제를 풀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도록 지원하면 좋을 듯하다.
 


▲ 토착민과 귀촌인 공동체행사로 교류 기회 확대

 귀촌인들이 마을 행사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지역 공동체에 융화될 수 있도록 마을 이장이나 이웃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사실 귀촌인들은 마을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 주기 전에는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기 어렵다. 참여기회 확대를 통해 자연스럽게 남해의 정서와 공동체의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군 차원에서 귀촌인과 토착민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체 프로젝트나 마을 발전 사업을 구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귀촌인의 재능(예: 기획, 디자인, 전문 지식 등)과 마을 자원을 결합해 정부 공모사업 등에 함께 도전함으로써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협력하는 기회를 제공하면 좋을 듯하다. 아울러 귀촌인과 토착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마을 축제, 동아리 활동, 체육회 등을 기획해 정서적 융합을 도모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 현실적인 정보 제공 및 정착 매뉴얼 개발
 
일부 성공 사례인 '억대 농부' 만을 부각하는 홍보에서 벗어나, 귀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 사전에 구체적인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주택, 건축, 생활 불편 사항 등 향후 귀촌인이 실질적으로 겪을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해결 방안이 담겨야 할 것이다.
 또한, 생계유지를 위한 귀촌인을 위해 현실적인 현장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귀촌인의 전문 지식이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지역 내 일자리 연계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 주거 지원 확대 및 생활 환경 개선 지속

'남해에 가면 부족한 것이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노력도 필요하다.
귀촌은 단순히 물리적인 이주를 넘어 새로운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거시적 차원에서 남해는 토착민과 귀촌인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며 '함께 살기 좋은 남해'를 만들어가는 지자체로 전국에서 평가받았으면 한다.
 그러면서 전출 사유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정착거점 '루트-남해'나 빈집 리모델링 등 주거 지원 정책을 지속하는 등 구체적 정책들이 속속 마련되어야 한다. 단순히 공급량을 늘리는 것을 넘어, 예비 귀촌인의 희망 형태를 고려한 맞춤형 주택 정보제공 및 알선 시스템(주택은행)을 운영하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 더불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한 보육·돌봄 시설 확충, 교육 환경 개선, 고령 주민을 위한 공공의료 및 요양 인프라 확대 등 생활 인프라 전반에 걸친 개선책도 알차게 마련해 나가야 한다.
 이제 인구 절벽 시대에 지방소멸 위기는 더이상 낯선 뉴스가 아니다. 인구 감소 문제는 우리 모두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여기고 지역사회 전체의 지혜와 참여가 필요하다. 원주민에게는 개방성과 너그러움을, 귀촌인에게는 겸손과 적응 노력을, 그리고 행정에는 통합의 가교 역할을 요구하는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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