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미래신문 만난 사람] - 4년차 농부, 이도원씨의 희망 이야기

전업주부 이도원씨의 인생 2막은 '귀향과 도전'
고향에서 '루비로망' 포도농사 짓는 농부의 삶
"자녀들 모두 성장시킨 후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서…
4년차 농부로 올 8월말, 9월초 명품 루비로망 첫 수확 결실"

이태인 기자
2025년 06월 20일(금) 09:13

따스한 햇살이 내려앉은 삼동면 수곡마을. 이곳에 '루비로망' 포도로 인생 2막을 시작한 특별한 농부가 있다. 부산에서 전업주부로 살다 고향 남해로 돌아와 4년 차 농부의 삶을 살고 있는 이도원 씨(64세)다. 남해인 초대석은 고향의 품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이도원 농장주의 애환과 꿈, 그리고 희망 가득한 이야기를 담는다. <편집자 주>




▲ 낯선 농업의 길, 우연이 이끈 운명 같은 만남

이도원씨의 귀농은 한편의 드라마 같았다. 평범한 전업주부로 살던 어느 날, 우연히 라디오에서 들려온 농업후계자 교육 소식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경상대학교에서 4개월간 교육을 받으며 농업의 기초를 다졌고, 그곳에서 인생의 멘토를 만나게 된다. 멘토의 소개로 '루비로망'이라는 생소한 포도 품종을 알게 되었고, 남해에 있던 땅은 그의 새로운 도전을 위한 든든한 기반이 되어주었다.
이도원씨은 사실 귀촌이 아닌 '귀향'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남해 토박이다. 고등학교 시절 서울로 유학의 길로 떠나 부산에서 생활했지만, 늘 마음속에는 고향 남해를 품고 있었다. 62년생 범띠인 그녀는 애써 고향을 떠나 살다가, 자녀들이 모두 성장하고 나니 문득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섰던 것이다.
남해에서 자랐지만 농사 경험은 전무했던 그녀에게 '루비로망' 포도는 신품종으로서의 매력과 함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 남해의 매력, 그리고 초보 농부의 애환

고향 남해는 이도원씨에게 특별한 의미다. "고향이라서라기보다는 인심이 좋다"는 그의 말처럼, 남해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은 고단한 농촌 생활에 큰 위안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자기만의 아집도 있다"는 솔직한 고백처럼, 때로는 고향 사람들의 끈끈한 유대감 속에서 겪는 소소한 어려움도 피할 수 없었다고 한다.
포도 농사를 처음 시작하면서 이도원씨는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어릴 적 하우스 농업을 경험하지 못했던 그녀에게 하우스 설치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었다. 멘토의 조언에 따라 하우스를 지었지만, 멘토가 있는 창녕과 남해의 기후는 확연히 달랐다.
특히 남해의 강한 바람과 여름철 높은 기온은 예상치 못한 문제였다. 창녕 방식대로 하우스 안에 차광막이나 커튼을 설치하지 않아 여름철에는 포도 열과 현상을 걱정해야 했고, 겨울철에는 하우스 안이 더 추워져 어려움을 겪었다.
이도원씨는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덥고, 이게 바로 초보자의 실정"이라며 솔직한 애환을 털어놓았다. 하우스 설치 비용 또한 자비로 충당해야 했기에 초기 투자 부담이 컸다고 한다.
포도 외에도 고추와 머위를 함께 재배하고 있는 이도원씨는 "농사가 힘들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고 전했다. 특히 잡초와의 전쟁은 끝없이 이어지는 싸움으로, 호랑이콩을 심은 밭에 비둘기가 콩을 파먹고, 그 자리에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어깨까지 올라오는 상황을 담담히 말하는 이도원씨의 말에는 농부의 고단함 그대로 묻어 있었다.



▲ '루비로망', 남해의 새로운 희망이 되길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이도원씨가 '루비로망' 포도를 통해 얻는 보람과 기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한다 "포도가 알도 굵고 이렇게 많이 달려서 보면 즐겁습니다. 행복하고!"라는 그녀의 말에서 포도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루비로망'은 이름처럼 특별한 포도다. 일본 품종으로, 루비 보석을 닮은 아름다운 색깔과 여성이 갖고 싶어 하는 로망처럼 귀한 포도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 품종은 개발자가 국제 품종 등록 기간을 놓쳐 로열티가 없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1kg짜리 한 송이에 300~400만 원까지 거래될 정도로 귀한 포도로 인정받고 있으며, 수상급 인사들만 맛볼 수 있는 포도라고 알려져 있다.
국내 '루비로망' 포도의 알은 탁구공 크기로 거봉보다 2배 정도 크며, 한 송이가 700~900g에 달한다고 한다. 맛과 크기, 색깔은 물론 비타민C, 비타민K,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까지 풍부해서 영양면에서도 뛰어난 품종이라고 한다.
특히 이도원씨는 포도의 당도를 높이기 위해 일반 설탕의 200~300배 단맛을 내는 스테비아 식물을 삶아 액비로 주는 특별한 농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가공품인 설탕 대신 천연 식물을 사용한다"는 그의 철학이 담긴 친환경적인 재배 방식이다.
현재 남해에서 '루비로망'을 재배하는 농가는 이도원씨 외에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희소성과 높은 가치는 '루비로망'을 '프리미엄 포도', '명품 포도'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최근 쿠팡에서 500g에 6만 원에 판매되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높은 시장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도원씨는 '루비로망'이 남해 농가에 새로운 소득 작물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는 "재배 농가가 늘어나 많아지게 되면 남해를 대표하는 특산물이 될 수 있다"며, '루비로망'이 남해의 또 다른 자랑거리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 판로 개척과 미래를 향한 포부 올해 첫 수확을 앞둔 이도원씨에게 가장 큰 고민은 판로 개척이다.

아직 유통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여 가락시장 도매 판매를 고려하고 있지만, 높은 가격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이도원씨는 "당신을 명품으로, '루비로망'"이라는 농장 브랜드명을 직접 지었다고 한다. 포도 자체가 명품이니, 이 포도를 먹는 사람 역시 명품이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그녀의 농장 이름은 '도원 농장'이다. 이는 그녀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현재 이도원씨는 맨손으로 직접 농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기술센터의 도움을 받아 홍보 및 마케팅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다.
특히 유튜브나 SNS를 활용해서 포도의 성장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루비로망'의 특별한 매력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수확까지 남은 3개월 동안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높여 직접 농장에서 판매하는 직거래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 귀농 귀촌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도원씨는 "교육을 잘 받고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남들이 잘 된다고 해서 섣불리 시작하지 말고, 직접 답사하고 충분히 알아본 후 품종을 선택해야 한다"는 그녀의 말은 초보 농부로서 겪었던 시행착오에서 얻은 값진 교훈이다.
특히 그녀는 "땅을 한꺼번에 많이 사기보다는 천천히 해보고 결정하라"는 현실적인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도원씨는 '루비로망' 포도 재배의 장점으로 '특별함'을 꼽는다. 다른 포도에 비해 일손이 덜 가고, 알솎이 작업도 비교적 간단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물론 "돈이 되려면 힘들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언급하지만, 정성을 다하면 충분히 키워낼 수 있다고 전하는 모습에서 초보농부의 열정을 읽을 수 있었다.
이도원씨의 꿈은 포도농장에서 멈추지 않고 있다. 그녀는 3천 평 규모의 산에 작약 등 아름다운 꽃을 심어 '사진 찍는 꽃밭'을 조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는 방문객들에게 힐링을 선사하고, 나아가 치유 농업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그녀의 큰 그림이다.
남해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이도원씨의 '루비로망' 포도는 오는 8월 말에서 9월 초쯤 첫 수확을 앞두고 있다.
"농사가 힘들지만 보람이 있습니다. 8월에서 9월 되면 '루비로망' 포도가 당신을 명품으로 만들어 줄 겁니다.
많이 찾아주세요"라는 이도원씨의 마지막 인사는 그의 열정과 희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도원 농장주의 '루비로망' 포도가 남해의 새로운 특산물로 자리매김하여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더 많은 청년 농부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농장 위치 : 남해군 삼동면 수곡마을 (독일마을 가는길, 지족방면 돌창고 건너편)
주문예약전화 ☎ 010-8454-7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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