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박·펜션업계, 손님 작년 30%~50% 수준 '한숨'
남해군펜션협회, 사실상 20만원대 객실 푸는데, 펜션으로 오겠는가?
유국군 회장, "대형리조트 손님 받은 뒤 남는 수요 기대해야 할 처지"
이태인, 홍성진 기자
2025년 08월 14일(목)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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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작년의 30%~50% 수준입니다. 8월 15일까지 가야 할 성수기가 8월초에 끝나버렸어요. 이런 적은 처음입니다"2025년 여름, '보물섬' 남해는 예년의 활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관광객으로 붐벼야 할 해변과 거리는 한산했고, 숙박업계는 깊은 한숨으로 가득 찼다.
매년 8월 중순까지 이어지던 성수기가 올해는 8월 첫째 주에 사실상 막을 내리면서, 여름 한 철에 의존해온 지역 소상공인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일부 최신 시설을 갖춘 펜션을 제외한 대다수 숙박업소는 작년 대비 매출이 50~70% 가까이 급감했다고 울상이다.
지역 상인들은 이 전례 없는 불황의 가장 큰 원인으로 경기불황, 폭우, 잦은 비, 불안한 국내외 상황 등을 꼽았다.
특히 숙박업계에서는 여기에 더해 450개에 달하는 객실을 보유한 숙박업 주력의 '쏠비치 남해' 개장을 꼽았다.
"사실상 쏠비치가 회원권이 없어도 20만원대에 객실을 푸는데, 어느 관광객이 저희 같은 펜션으로 오겠습니까? 성수기 펜션과 크게 차별화되지 않은 숙박비로 손님을 유치한 뒤, 리조트 안에서 식음료와 부대시설에 돈을 쓰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돈이 지역으로 흘러나올지 의문입니다" (사)남해군펜션협회 유국군 회장은 "물론 쏠비치는 리조트에 맞는 손님이 있고 민박(펜션)은 나름의 다른 손님이 있다지만 똑같이 숙박업이 주력이라는 점에서 450객실은 민박 펜션업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봐야 한다"면서 "이제는 대형 리조트가 먼저 손님을 받은 뒤 남는 수요를 기대해야 하는 처지"라며 절망감을 토로했다.
실제 쏠비치는 개장 초기부터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관광객을 끌어모았으며 약 2달에 걸쳐 만실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또 커피 가격도 1만원이라 남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던 소규모 카페를 찾던 관광객들의 발길마저 리조트로 향하고 있다고 한다.
몇천 원 차이라면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리조트에서 바다를 보며 커피를 마시겠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 주민은 "카페 또한 쏠비치 개업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1만원대 가격과 고급 리조트라는 점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낙수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리조트 내 식당의 가격이 상당하다 보니, 저녁 식사를 위해 인근 상주·미조 지역의 횟집이나 식당가를 찾는 관광객이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시한부 호황'이라는 불안감이 크다.
한 식당 업주는 "리조트가 결국 향후 식당 메뉴를 다양화하거나 가격을 내리면 지금의 호황은 그마저도 끝날 것이다"고 말했다.
더욱이 쏠비치가 식자재 공급을 CJ프레시안과 계약하면서, 지역 농수산물 소비와 연계될 것이라는 기대마저 무너졌다.
관광이 지역의 1차 산업을 견인할 것이란 기대가 무색해졌다.
이러한 상황이 충분히 예견되었음에도 남해군은 대형 리조트의 유치와 성공에만 초점이 맞추지 않았나 되돌아 봐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 회장은 "최근 남해군이 주최한 쏠비치 관련 공청회는 낙수효과를 일부 보는 특정 면 주민들만 모아놓고 진행했다"며 "정작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남면, 서면 등 다른 지역 동종업계 상인들을 왜 참여시키지 않았는지 궁금하다"며 의아해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그래도 관광객이 들어오는 성수기여서 데미지기 상대적으로 낮지만 겨울 비수기에 접어들면 경쟁력이 약한 숙박업계는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다"면서 "867개의 민박업체의 생존이 걱정이다"고 말했다.
지역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남해군은 사실상 숙박업이 중심인 개발사업을 발표한 바 있다. 유 회장은 "동종 업종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 남해군은 소상공인들을 보호를 위해 현지답사 등을 통해 심각하게 검토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면서 "거대 자본의 개발도 지역 발전을 위한 일이지만 동종 기존 업체들이 받게 되는 영향을 고려해 개발시 상생을 위한 대안까지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빈 공실이 늘며 지역 경제의 근간인 소상공인들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한 방향 정책 추진이 아닌,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동종 업종과 지역 공동체가 상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을 찾는 것이다.
거대 자본과 소상공인이 함께 살길을 모색하기 위한 민관의 허심탄회하고 실질적인 대화의 장을 사전에 마련하는 행정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