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봉사하고 싶어요"
서정준 군향우회 홍보분과위원장
2025년 08월 14일(목) 11:25
|
설천면 정태마을 출신 박순자(72) 향우는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청라라이온스클럽 평생 회원으로서 활발하게 봉사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5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밥퍼 무료 급식 봉사', '장애인돌봄', '보호관찰 청소년 상담' 등 다양한 사회 봉사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지역 사회에 따뜻한 나눔을 실천해온 그녀의 선행을 오랫동안 지켜본 주변 지인들의 제보로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다. 지금껏 묵묵히 봉사에 헌신해 온 박순자 향우를 좌천동 부산희망드림센터에서 만나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 환자를 돌보며 싹튼 이타심
박순자 향우는 1954년 설천면 정태마을 출신으로 고향에서 20년간 생활하다가 병원에 간호사로 취업하게 되어 부산으로 이주했다.
병원에서 성실하고 헌신적인 자세로 환자들을 돌보던 그녀는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보건소로 이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고, 부산진보건소에서 약 5∼6년간 근무하며 보다 폭넓은 의료 서비스와 공공보건 활동에 힘썼다.
이후 남편을 만나 결혼하면서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지만 병원과 보건소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이타심은 그녀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로 인해 박 향우는 봉사활동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점차 키워 나가며 지역사회를 위한 헌신적인 나눔의 길을 걷게 되었다.
■ 25년을 넘게 이어온 봉사의 길
그러다 25년 전 친하게 지내는 지인의 소개로 현재까지도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청라라이온스클럽에 가입해 재무, 총무, 회장, 부총재 등 주요 보직을 두루 맡아 단체의 핵심 일원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며 클럽의 발전과 지역사회에 봉사해 왔다. 다양한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해왔지만 지금도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밥퍼 봉사활동', '장애인 돌봄', '보호관찰 청소년 상담' 이다.
밥퍼 봉사활동은 무료급식 자원봉사 프로그램으로서 노숙인이나 독거노인, 무의탁 노인 등 결식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따뜻한 식사를 제공하는 나눔의 장이다. 박 향우는 지금 활동하고 있는 부산희망드림센터로 오기 전 부산시청 광장에서 600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이 모이던 시절부터 봉사를 해왔다고 한다. 그녀는 '나이가 들고 힘이 없어졌을 때나 생각지도 못한 어려운 일을 맞닥뜨려 정상적인 생활을 못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으로 무료급식 봉사를 멈추지 않고 이어가는 중이다.
|
박 향우는 보호관찰 청소년 상담에도 깊은 열정을 쏟고 있다. 보호관찰 청소년들은 대부분 가정환경이나 사회적 어려움으로 인해 올바른 길을 찾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이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상담을 통한 정서적 지원에 힘쓰고 있다. 그녀는 단순한 조언을 넘어 진심 어린 관심과 격려로 청소년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도록 돕고 있다.
장애인 돌봄에도 진심이다. 아프고 싶어서 아픈 사람이 없듯이 본의 아니게 불편한 몸을 가지게 된 장애인들을 향한 그녀의 따뜻한 마음은 한결같다. 장애를 가진 이들이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고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섬세한 배려와 꾸준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 잊지 못할 순간들
지금까지 활동하며 가장 마음에 남는 순간에 대해 묻자, 그녀는 봉사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초창기의 에피소드를 조용히 꺼냈다. 허름하고 낡은 집을 수리하는 봉사를 맡아 할머니가 홀로 손자와 손녀를 키우는 집을 방문했을 때였다. 수리 작업을 마친 뒤, 아이들이 새로 마련된 자신들만의 방을 바라보며 "할머니! 내 방이 있어서 너무 좋아요!"라며 환하게 웃는 모습에 그녀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동과 뭉클함을 느꼈다고 한다. 그 순간, 아이들이 앞으로 바르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자신이 조금이나마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슴 속 깊은 곳에 자리하게 되었으며, 이것이 보호관찰 청소년 상담에 더욱 진심을 다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잊지 못할 기억은 장애인돌봄 활동 중에 있었다. 그들과 함께 경주, 포항 일원으로 나들이를 갔을 때 사지가 모두 불편해 평생을 누워만 지낸 아이가 멀미를 심하게 하는 모습이 보여 "우리 눈 감고 조금만 잘까?"라고 권했지만, 그 아이는 억지로 힘든 기색을 떨쳐낸 다음 희미하게 웃으며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서 눈을 감고 있기가 싫어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때 그녀는 마치 머릿속에 번쩍이는 번개를 맞은 듯 깊은 울림과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평생 햇볕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살아온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고 진정한 '배려'와 '삶의 소중함'을 배운 순간이었다고 한다. 이런 경험들이 그녀의 봉사에 대한 열정을 더욱 불태우는 원동력이 되었다.
■ 봉사는 나의 힘
이토록 열정적으로 봉사활동을 이어오게 된 계기를 묻자 그녀는 "아무런 이유가 없다. 마음에서 우러나 스스로 하게 된 것이고 지금도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봉사를 하는 그 과정이 너무나도 즐겁다"며 "어떨 때는 너무 피곤해서 하루 정도는 쉬어볼까 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다.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봉사를 이어 가겠다"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