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이터는 말한다. 남해, '느린 쉼터'로 날아오르다

전국 관광시장 불황 속 '나 홀로 성장'… 방문객 5.4% 늘고, 쓴 돈은 9.4% '껑충'
한국관광공사 빅데이터, 올 1월부터 8월까지 관광 관련 자료 발표
남해, 2박 이상 체류객 폭발적 증가, '힐링' 검색량 73% 급증
기념품 물건 구매 쇼핑분야 소비는 전년대비 35.7%나 급감

이태인, 홍성진 기자
2025년 10월 17일(금) 09:17
▲ 유입 출발지 - 유출 목적지 분포
전국적인 관광 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진 가운데, 우리 남해군이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대한민국 최고의 '힐링 안식처'로 떠오르고 있다.
본지가 한국관광공사의 빅데이터를 심층 분석한 결과, 남해군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외지인 방문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관광객들이 남해에서 쓴 돈은 무려 705억 원을 돌파하며 9.4%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내국인 관광 소비 총액이 2.7%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나 홀로 성장'의 비결이 여행 트렌드의 근본적인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유명 관광지만 둘러보고 떠나는 '점 찍기'식 여행에서, 남해의 자연 속에서 오롯이 머물며 휴식을 취하는 '느린 여행(Slow Travel)'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됐다는 것이다. 데이터는 이러한 변화를 명확하게 증명하고 있다.



△ '잠깐 스치는 곳'에서 '오래 머무는 곳'으로 가장 극적인 변화는 체류 기간에서 나타났다.

과거 주를 이루었던 1박 숙박객은 0.5% 증가에 그친 반면, 2박 숙박객은 13.8%, 3박은 15.8%, 심지어 5박 이상 장기 체류객은 최대 19.9%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남해군이 더 이상 스쳐 가는 경유지가 아니라, 여행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완전한 '목적지'로 위상이 격상되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이러한 변화 덕분에 남해 방문객의 평균 체류 시간은 1,452분(약 24.2시간)으로, 전국 기초지자체 평균보다 무려 406분(약 6.8시간)이나 길었다.1방문객들은 이제 남해에서 더 오래 머물며, 지역의 매력을 더 깊이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의 변화는 온라인 공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소셜미디어(SNS)상에서 남해와 함께 언급된 키워드 중 '힐링'의 언급량은 전년 대비 무려 73.4% 급증해 19,000건을 넘어섰으며, '캠핑'(+37.5%), '등산'(+29.4%) 등 자연 속 휴식과 관련된 활동 언급도 크게 늘었다.
사람들은 이제 남해를 생각할 때 '독일마을'이나 '보리암' 같은 특정 장소를 넘어, '치유'와 '쉼'이라는 가치를 가장 먼저 떠올리고 있다.



△ 남해의 새로운 손님, '5060 힐링 여행자'

그렇다면 남해의 새로운 매력에 푹 빠진 이들은 누구일까? 데이터를 통해 본 남해의 핵심 고객은 경제적, 시간적 여유를 갖춘 50~60대였다. 구체적으로는 50대 남성(13.7%), 60대 남성(12.5%), 50대 여성(10.9%) 순으로, 이들이 남해 관광의 든든한 기반을 이루고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경남 진주시, 사천시, 김해시 등 30~70km 내외의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찾아와, 북적이는 여행 대신 조용한 휴식을 즐기는 경향이 뚜렷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들의 여행 계획 방식이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내비게이션 목적지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다른 검색 항목은 소폭 감소한 반면 '숙박' 카테고리 검색 비중만 전년 대비 3.3%p 증가했다. 이는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남해의 좋은 숙소에서 며칠 푹 쉬다 오겠다'는, 체류 자체를 여행의 핵심 목적으로 삼는 이들이 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잠잘 곳을 찾는 것을 넘어, '머묾의 질'을 여행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새로운 여행자들이 남해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 빛나는 성장 속 그늘, '소비의 역설'

하지만 화려한 성장 지표 이면에는 우리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가 숨어 있었다.
방문객들이 남해에 더 오래 머물면서 식당에서의 소비(음식료업)는 10.5% 증가하며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기념품을 사거나 물건을 구매하는 쇼핑 분야의 소비는 전년 대비 35.7%나 급감했으며, 유람선이나 각종 체험 활동과 관련된 여가서비스업 소비 역시 16.6%라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는 "남해에서 밥은 맛있게 먹었지만, 막상 할 것도 살 것도 없다"는 방문객들의 무언의 평가로 해석될 수 있는 '소비 절벽' 현상이다.
한 관광 전문가는 "이는 방문객들이 돈 쓸 의향이 없어서가 아니라, 현재 남해의 상점과 즐길 거리가 '느린 여행'을 온 새로운 손님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공급과 수요의 엇박자'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 엇박자는 우리가 채워나가야 할 수억 원 규모의 새로운 기회 시장이기도 하다.



△ 남해 미래, '느린 콘텐츠'와 '이웃과의 상생'에 달렸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확인된 남해 관광의 미래는 명확하다. '느린 쉼터, 편안한 남해'라는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하고, 그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를 채워 넣어야 한다.
지역 예술가들의 공방을 연계한 '골목길 투어', 남해 특산물을 활용한 '쿠킹 클래스', 해안길을 따라 걷는 '명상 프로그램' 등은 '힐링 여행자'들의 지갑을 기꺼이 열게 할 새로운 즐길 거리가 될 수 있다.
기존의 획일적인 기념품에서 벗어나 남해만의 이야기가 담긴 수공예품이나 로컬푸드 상품을 개발하는 노력도 시급하다.
동시에, 남해 관광의 가장 중요한 동반자인 사천시와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사천시는 남해로 들어오는 관문이자 가장 많은 방문객을 보내주는 고마운 이웃이지만, 최근 사천에서 남해로 들어오는 관광 목적 검색 건수가 체험관광(-34.9%), 음식(-22%) 등 주요 부문에서 급감하는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이는 가장 가까운 이웃에게 남해의 매력이 점차 바래고 있다는 위험 신호일 수 있다.
이제는 사천시와 '관광 동맹' 수준의 적극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사천공항 입국과 남해 힐링 2박 3일'과 같은 공동 마케팅과 연계 상품 개발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남해군이 '느린 여행'이라는 시대적 흐름의 파도를 성공적으로 타고 넘기 위해서는, 행정과 민간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변화하는 여행자들의 마음에 답할 새로운 콘텐츠를 채워 넣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 기사는 남해미래신문 홈페이지(http://www.nhmirae.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