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한달에 네 번씩 찾아 어르신 위한 노래 무료 봉사
"어르신의 주름진 얼굴에 웃음꽃이 필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요양원 한 어르신께서 '고맙다' 속삭였던 순간은 잊지못할 감동이었다"
이태인 기자
2025년 10월 24일(금)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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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상 딛고 일어선 고현 배영순씨, 재능기부로 제2의 인생 열다
지난 10월 22일(수), 남해FM공동체라디오방송 '이정수의 정오의 노래방' 스튜디오는 한 군민의 시원하고 힘찬 목소리로 가득 찼다.
나른한 오후를 단숨에 깨운 주인공은 고현면 대곡리에 거주하는 배영순(59세)씨. 스스로를 "딱히 하는 일 없는 백조"라 겸손히 소개했지만, 마이크를 통해 터져 나온 그녀의 목소리는 수십 년간 갈고 닦은 보석처럼 빛났다.
그녀의 삶은 노래를 통해 제2의 막을 열며 그 누구보다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 고향 남해에서 다시 찾은 무대
배영순 씨의 고향은 남해읍이다. 10년이 넘는 치열했던 서울 생활을 마치고 부모님이 계셨던 고현면 대곡리에 다시 정착한 그녀는 사실 오래전부터 그 재능을 인정받은 실력자다.
1999년경, 남해로 막 내려왔을 때 참가했던 '마늘 축제 가요제'에서 압도적인 가창력으로 당당히 대상을 수상했다.
당시의 우승은 그녀에게 큰 기쁨이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가수의 꿈을 이어가기보다는 평범한 일상에 머물렀다.
그렇게 '남해의 보석' 같은 그녀의 재능은 한동안 가까운 이들만 아는 비밀처럼 숨겨져 있었다.
그녀는 "그때는 그냥 노래가 좋아서 나갔을 뿐, 가수가 되겠다는 큰 생각은 없었다"고 회상하며, "가족과 함께하는 평범한 삶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그녀의 무대는 화려한 조명 아래가 아닌,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평범한 일상이 되었다.
△ 시련을 넘어, 봉사로 찾은 삶의 의미
평온하던 그녀의 삶에 시련이 찾아왔다. 얼마 전 건강에 이상이 생겨 병원 신세를 져야 했던 것. 힘겨운 시간을 이겨내고 건강을 회복했지만, 한동안 깊은 무력감과 무료함이 그녀를 감쌌다.
삶의 의미를 되찾기 위해 고민하던 그때, 그녀는 자신의 가장 큰 자산인 '목소리'를 떠올렸다. 잊고 지냈던 노래에 대한 열정이 다시금 심장을 뛰게 했다.
"집에 와서 있다 보니까 너무 무료하더라고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했죠. 부모님이 물려주신 게 목소리 하나밖에 없는데, 이거라도 어르신들이라든지 동네분들한테 즐거움을 주는 것도 저의 또 다른 보람이겠다 싶었어요."이 깨달음은 그녀의 삶을 바꾸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배영순 씨는 자신의 재능을 이웃과 나누기 시작했다. 마을 잔치가 열리면 어김없이 마이크를 잡고 흥을 돋우는 것은 물론, 진주, 사천, 고성 등 인근 지역의 요양원을 한 달에 네 번씩 찾아다니며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 노래 봉사를 펼치고 있다.
어르신들의 주름진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날 때, 그녀는 "말로 표현 못 할 매력"과 살아있음의 희열을 느낀다고 말한다. 특히 한 요양원에서 노래를 부를 때, 평소 말씀이 없으시던 한 어르신께서 조용히 다가와 손을 잡으며 "고맙다"고 속삭였던 순간은 그녀에게 잊지 못할 감동으로 남아 있다.
그녀의 노래는 이제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닌, 이웃과 함께 나누는 행복의 매개체가 되었다.
△ '배조은'이라는 새 이름, 새로운 꿈
노래 봉사로 삶의 활력을 되찾은 그녀의 열정은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형부의 도움을 받아 '배조은'이라는 예명으로 '당신은 내 사랑'이라는 신곡을 발표한 것이다. '배조은'이라는 이름에는 '좋은 사람이 되어 좋은 노래를 들려준다'는 의미와 함께, 노래로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전하고 싶다는 소망이 담겨있다. 그녀의 노래는 다음 유튜브 채널에서 감상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AKZYS0ADRY)
또한, 오는 11월 2일, 남해가 낳은 위대한 작곡가 故 이봉조를 기리는 '이봉조 가요제' 본선 무대를 준비하며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70여 명의 쟁쟁한 참가자 중 단 16명만이 오르는 본선 무대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그녀는 현미의 '떠날 때는 말없이'를 선곡해 멋진 무대를 선보일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봉조 선생님의 곡은 기교보다는 감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 삶의 희로애락을 목소리에 담아 진심으로 노래하고 싶습니다."그녀의 최종 목표는 화려한 스타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노래로 더 많은 사람과 교감하며 살아가길 원한다. "앞으로는 발성 연습 같은 것도 열심히 배워서, 우리 남해의 동네 행사나 어느 곳에 가서 노래를 불렀을 때 '아, 참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진심이 담긴 그녀의 목소리에서 노래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느껴졌다.
△ 지역의 재능, 지역의 무대에서 빛나야
배영순 씨의 이야기처럼, 우리 남해군에는 숨겨진 재능과 끼를 가진 군민들이 아주 많다.
그들은 농부이자, 어부이자, 상인이면서 동시에 저마다의 무대를 꿈꾸는 예술가들이다.
이들이야말로 남해의 가장 소중한 문화 자산이지만, 안타깝게도 그 재능을 펼쳐 보일 무대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역 축제는 그 지역의 문화와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
수천만원의 섭외비를 들여 외부의 대형 가수를 초청하는 것도 단기적인 흥행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그것이 남해의 고유한 문화를 대변하지는 못한다.
군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꾸려 나갈 때 비로소 진정한 '남해만의 축제'가 될 수 있다.
축제 예산의 일부라도 지역의 가수들과 예술인들에게 돌려, 그들의 끼와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체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지역민이 주인공이 되는 축제, 지역의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축제를 위해 행정의 더 많은 관심과 과감한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상설 버스킹 무대를 마련하고, 축제 기획 단계부터 지역 예술인들의 참여를 보장하며, 그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모든 예술인이 공평하고 넓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무대가 남해 곳곳에 더 많이 생겨날 때, 배영순 씨와 같은 '남해의 보석'들이 더 밝게 빛나고, 남해의 문화는 한층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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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2일(수), 남해FM공동체라디오방송 '이정수의 정오의 노래방' 스튜디오는 한 군민의 시원하고 힘찬 목소리로 가득 찼다.
나른한 오후를 단숨에 깨운 주인공은 고현면 대곡리에 거주하는 배영순(59세)씨. 스스로를 "딱히 하는 일 없는 백조"라 겸손히 소개했지만, 마이크를 통해 터져 나온 그녀의 목소리는 수십 년간 갈고 닦은 보석처럼 빛났다.
그녀의 삶은 노래를 통해 제2의 막을 열며 그 누구보다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 고향 남해에서 다시 찾은 무대
배영순 씨의 고향은 남해읍이다. 10년이 넘는 치열했던 서울 생활을 마치고 부모님이 계셨던 고현면 대곡리에 다시 정착한 그녀는 사실 오래전부터 그 재능을 인정받은 실력자다.
1999년경, 남해로 막 내려왔을 때 참가했던 '마늘 축제 가요제'에서 압도적인 가창력으로 당당히 대상을 수상했다.
당시의 우승은 그녀에게 큰 기쁨이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가수의 꿈을 이어가기보다는 평범한 일상에 머물렀다.
그렇게 '남해의 보석' 같은 그녀의 재능은 한동안 가까운 이들만 아는 비밀처럼 숨겨져 있었다.
그녀는 "그때는 그냥 노래가 좋아서 나갔을 뿐, 가수가 되겠다는 큰 생각은 없었다"고 회상하며, "가족과 함께하는 평범한 삶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그녀의 무대는 화려한 조명 아래가 아닌,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평범한 일상이 되었다.
△ 시련을 넘어, 봉사로 찾은 삶의 의미
평온하던 그녀의 삶에 시련이 찾아왔다. 얼마 전 건강에 이상이 생겨 병원 신세를 져야 했던 것. 힘겨운 시간을 이겨내고 건강을 회복했지만, 한동안 깊은 무력감과 무료함이 그녀를 감쌌다.
삶의 의미를 되찾기 위해 고민하던 그때, 그녀는 자신의 가장 큰 자산인 '목소리'를 떠올렸다. 잊고 지냈던 노래에 대한 열정이 다시금 심장을 뛰게 했다.
"집에 와서 있다 보니까 너무 무료하더라고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했죠. 부모님이 물려주신 게 목소리 하나밖에 없는데, 이거라도 어르신들이라든지 동네분들한테 즐거움을 주는 것도 저의 또 다른 보람이겠다 싶었어요."이 깨달음은 그녀의 삶을 바꾸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배영순 씨는 자신의 재능을 이웃과 나누기 시작했다. 마을 잔치가 열리면 어김없이 마이크를 잡고 흥을 돋우는 것은 물론, 진주, 사천, 고성 등 인근 지역의 요양원을 한 달에 네 번씩 찾아다니며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 노래 봉사를 펼치고 있다.
어르신들의 주름진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날 때, 그녀는 "말로 표현 못 할 매력"과 살아있음의 희열을 느낀다고 말한다. 특히 한 요양원에서 노래를 부를 때, 평소 말씀이 없으시던 한 어르신께서 조용히 다가와 손을 잡으며 "고맙다"고 속삭였던 순간은 그녀에게 잊지 못할 감동으로 남아 있다.
그녀의 노래는 이제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닌, 이웃과 함께 나누는 행복의 매개체가 되었다.
△ '배조은'이라는 새 이름, 새로운 꿈
노래 봉사로 삶의 활력을 되찾은 그녀의 열정은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형부의 도움을 받아 '배조은'이라는 예명으로 '당신은 내 사랑'이라는 신곡을 발표한 것이다. '배조은'이라는 이름에는 '좋은 사람이 되어 좋은 노래를 들려준다'는 의미와 함께, 노래로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전하고 싶다는 소망이 담겨있다. 그녀의 노래는 다음 유튜브 채널에서 감상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AKZYS0ADRY)
또한, 오는 11월 2일, 남해가 낳은 위대한 작곡가 故 이봉조를 기리는 '이봉조 가요제' 본선 무대를 준비하며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70여 명의 쟁쟁한 참가자 중 단 16명만이 오르는 본선 무대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그녀는 현미의 '떠날 때는 말없이'를 선곡해 멋진 무대를 선보일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봉조 선생님의 곡은 기교보다는 감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 삶의 희로애락을 목소리에 담아 진심으로 노래하고 싶습니다."그녀의 최종 목표는 화려한 스타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노래로 더 많은 사람과 교감하며 살아가길 원한다. "앞으로는 발성 연습 같은 것도 열심히 배워서, 우리 남해의 동네 행사나 어느 곳에 가서 노래를 불렀을 때 '아, 참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진심이 담긴 그녀의 목소리에서 노래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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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의 재능, 지역의 무대에서 빛나야
배영순 씨의 이야기처럼, 우리 남해군에는 숨겨진 재능과 끼를 가진 군민들이 아주 많다.
그들은 농부이자, 어부이자, 상인이면서 동시에 저마다의 무대를 꿈꾸는 예술가들이다.
이들이야말로 남해의 가장 소중한 문화 자산이지만, 안타깝게도 그 재능을 펼쳐 보일 무대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역 축제는 그 지역의 문화와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
수천만원의 섭외비를 들여 외부의 대형 가수를 초청하는 것도 단기적인 흥행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그것이 남해의 고유한 문화를 대변하지는 못한다.
군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꾸려 나갈 때 비로소 진정한 '남해만의 축제'가 될 수 있다.
축제 예산의 일부라도 지역의 가수들과 예술인들에게 돌려, 그들의 끼와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체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지역민이 주인공이 되는 축제, 지역의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축제를 위해 행정의 더 많은 관심과 과감한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상설 버스킹 무대를 마련하고, 축제 기획 단계부터 지역 예술인들의 참여를 보장하며, 그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모든 예술인이 공평하고 넓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무대가 남해 곳곳에 더 많이 생겨날 때, 배영순 씨와 같은 '남해의 보석'들이 더 밝게 빛나고, 남해의 문화는 한층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