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기와 환절기 고령층 건강관리 대책 집중 필요
최근 1년간 군내 834명 사망, 월 평균 64명 삶의 기록 사멸
혹한기와 환절기 등 기온 변화 시기 사망자 집중 경향
한 세대의 공동체 역사와 문화 기록화 작업으로 정체성 잇자
이태인, 홍성진 기자
발행연월일 : 2026년 02월 06일(금) 12:08
남해군의 시계가 우리가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멈춰가고 있다. 단순히 '인구 소멸'이라는 거대 담론의 그림자가 아니다.
우리 곁에서 인사를 나누던 이웃, 마을의 대소사를 챙기던 어르신들이 매일 조용히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2025년 1월부터 2026년 1월까지 주민등록 인구 현황(사망말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3개월 동안 남해군에서 사망으로 인해 주민등록이 말소된 군민은 총 83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매달 평균 64.1명, 통계적으로는 하루에 약 2.1명의 군민이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숫자는 단순한 인구 통계의 하락 곡선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고되고 치열했던 현대사를 몸소 관통하며, 척박한 남해 땅을 '보물섬'으로 일궈낸 주역들의 퇴장이다.
혹한기와 환절기 등 기온 변화가 급격한 시기에 사망자 집중 경향
지난 13개월간의 데이터를 월별로 살펴보면, 기온 변화가 급격한 시기에 사망자가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달은 2025년 2월로, 한 달간 무려 87명이 세상을 떠났다.
이어 2026년 1월(70명)과 2025년 5월(70명) 순으로 나타나, 혹한기와 환절기가 고령 인구가 많은 우리 군에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지역별 분포를 보면 남해읍(141명)과 창선면(115명)의 절대적인 사망자 수가 많았으나, 이는 인구 비례에 따른 결과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곳은 설천면(81명), 서면(67명), 남면(74명) 등 면 단위 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매달 적게는 3~4명에서 많게는 10명 이상의 어르신이 돌아가시며 마을공동체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이는 우리 군이 직면한 가장 아픈 손실이다.
대다수 6.25 전쟁과 보릿고개 견뎌낸 세대
이번 통계에 기록된 고인들의 생애 주기를 추적해보면, 대다수가 일제강점기 말기나 해방 전후의 격동기에 태어나 6.25 전쟁의 참화와 보릿고개를 온몸으로 견뎌낸 세대다. 그들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로 먼 이국땅에서 외화를 벌어왔고, 남해 바다의 거친 파도와 싸우며 멸치를 털고 마늘밭을 일구며 자식들을 키워냈다.
인류학자 아마두 함파테 바(Amadou Hampate Ba)는 "아프리카에서 노인 한 명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남해 역시 마찬가지다.
척박한 다랭이논을 개간하던 지혜, 기상 장비 없이도 바다의 흐름을 읽던 직관, 마을의 갈등을 중재하던 삶의 철학, 그리고 이제는 잊혀져 가는 남해 특유의 방언과 구전 설화들... 이 모든 삶의 궤적은 한 사람이 숨을 거두는 순간 공유되지 못한 채 송두리째 사멸된다.
한세대의 남해문화와 정체성 기록화 고민해야
한 사람의 죽음은 그가 평생 쌓아온 기억과 경험, 지식의 완결된 소멸을 의미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그 소멸을 막을 수 있는 도구를 가지고 있다.
스마트폰과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는 어르신들의 '기억'을 '기록'으로 전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제는 남해군 전체가 어르신들의 삶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거대한 아카이브'가 되어야 한다. 어르신들이 살아생전 들려주시던 마을의 유래, 자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인생의 교훈, 평생을 바친 생업의 노하우를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해야 한다. 이것이 공동체의 역사와 문화를 계승하고 공동체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한 방법일 것이다.
디지털 기술을 통한 '공동체의 정체성' 잇자
현재 일부 마을에서 추진 중인 '삶 기록하기' 사업은 매우 시의적절하며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를 개별적인 활동으로 두기보다는 군 차원의 '사회적 아카이빙 문화'로 확산시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기록의 범위는 장롱 깊숙이 잠들어 있는 60~70년대 남해의 옛 풍경과 어르신들의 치열했던 젊은 시절이 담긴 낡은 사진첩을 발굴, 디지털 박물관으로 복원하는 작업을 병행되면 좋을 듯 하다. 마을의 역사와 인물 기록을 이끌어갈 때 진정한 의미의 아카이빙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 기반의 '기억의 연결'이 촘촘하게 이루어질 때, 남해의 공동체 정신과 정체성은 비로소 세대를 넘어 지속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누군가의 아버지였고 어머니였던 그들의 '위대한 평범함'을 기록하는 일은,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를 확인하고,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할지를 정립하는 미래 설계의 기초 작업이다.
834명의 빈자리가 그저 숫자로 남지 않도록, 군민 모두가 기록자가 되어야 한다. 한 사람의 삶이 한 권의 책이 되고, 그 책들이 모여 남해라는 거대한 도서관을 이룰 때, 한 세대의 문화와 공동체 정신을 다음 세대가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곁에서 인사를 나누던 이웃, 마을의 대소사를 챙기던 어르신들이 매일 조용히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2025년 1월부터 2026년 1월까지 주민등록 인구 현황(사망말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3개월 동안 남해군에서 사망으로 인해 주민등록이 말소된 군민은 총 83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매달 평균 64.1명, 통계적으로는 하루에 약 2.1명의 군민이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숫자는 단순한 인구 통계의 하락 곡선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고되고 치열했던 현대사를 몸소 관통하며, 척박한 남해 땅을 '보물섬'으로 일궈낸 주역들의 퇴장이다.
혹한기와 환절기 등 기온 변화가 급격한 시기에 사망자 집중 경향
지난 13개월간의 데이터를 월별로 살펴보면, 기온 변화가 급격한 시기에 사망자가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달은 2025년 2월로, 한 달간 무려 87명이 세상을 떠났다.
이어 2026년 1월(70명)과 2025년 5월(70명) 순으로 나타나, 혹한기와 환절기가 고령 인구가 많은 우리 군에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지역별 분포를 보면 남해읍(141명)과 창선면(115명)의 절대적인 사망자 수가 많았으나, 이는 인구 비례에 따른 결과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곳은 설천면(81명), 서면(67명), 남면(74명) 등 면 단위 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매달 적게는 3~4명에서 많게는 10명 이상의 어르신이 돌아가시며 마을공동체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이는 우리 군이 직면한 가장 아픈 손실이다.
대다수 6.25 전쟁과 보릿고개 견뎌낸 세대
이번 통계에 기록된 고인들의 생애 주기를 추적해보면, 대다수가 일제강점기 말기나 해방 전후의 격동기에 태어나 6.25 전쟁의 참화와 보릿고개를 온몸으로 견뎌낸 세대다. 그들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로 먼 이국땅에서 외화를 벌어왔고, 남해 바다의 거친 파도와 싸우며 멸치를 털고 마늘밭을 일구며 자식들을 키워냈다.
인류학자 아마두 함파테 바(Amadou Hampate Ba)는 "아프리카에서 노인 한 명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남해 역시 마찬가지다.
척박한 다랭이논을 개간하던 지혜, 기상 장비 없이도 바다의 흐름을 읽던 직관, 마을의 갈등을 중재하던 삶의 철학, 그리고 이제는 잊혀져 가는 남해 특유의 방언과 구전 설화들... 이 모든 삶의 궤적은 한 사람이 숨을 거두는 순간 공유되지 못한 채 송두리째 사멸된다.
한세대의 남해문화와 정체성 기록화 고민해야
한 사람의 죽음은 그가 평생 쌓아온 기억과 경험, 지식의 완결된 소멸을 의미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그 소멸을 막을 수 있는 도구를 가지고 있다.
스마트폰과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는 어르신들의 '기억'을 '기록'으로 전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제는 남해군 전체가 어르신들의 삶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거대한 아카이브'가 되어야 한다. 어르신들이 살아생전 들려주시던 마을의 유래, 자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인생의 교훈, 평생을 바친 생업의 노하우를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해야 한다. 이것이 공동체의 역사와 문화를 계승하고 공동체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한 방법일 것이다.
디지털 기술을 통한 '공동체의 정체성' 잇자
현재 일부 마을에서 추진 중인 '삶 기록하기' 사업은 매우 시의적절하며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를 개별적인 활동으로 두기보다는 군 차원의 '사회적 아카이빙 문화'로 확산시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기록의 범위는 장롱 깊숙이 잠들어 있는 60~70년대 남해의 옛 풍경과 어르신들의 치열했던 젊은 시절이 담긴 낡은 사진첩을 발굴, 디지털 박물관으로 복원하는 작업을 병행되면 좋을 듯 하다. 마을의 역사와 인물 기록을 이끌어갈 때 진정한 의미의 아카이빙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 기반의 '기억의 연결'이 촘촘하게 이루어질 때, 남해의 공동체 정신과 정체성은 비로소 세대를 넘어 지속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누군가의 아버지였고 어머니였던 그들의 '위대한 평범함'을 기록하는 일은,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를 확인하고,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할지를 정립하는 미래 설계의 기초 작업이다.
834명의 빈자리가 그저 숫자로 남지 않도록, 군민 모두가 기록자가 되어야 한다. 한 사람의 삶이 한 권의 책이 되고, 그 책들이 모여 남해라는 거대한 도서관을 이룰 때, 한 세대의 문화와 공동체 정신을 다음 세대가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