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해군, '마을소멸지수'로 지방소멸 해법 찾는다

지방소멸 막는 열쇠, 제도가 아니라 '사람과 공동체의 태도'
남해군, 자체 '마을소멸지수' 개발로 '행정리' 단위 분석
자체 개발한 미시적 데이터로 '핀셋 정책' 추진

홍성진 선임기자
발행연월일 : 2026년 06월 12일(금) 11:09
지자체마다 지방소멸 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최근 남해군이 보여준 행보가 학계와 지자체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남해군은 무너졌던 인구 4만 명 선을 기본소득정책 수행과 함께 단숨에 회복하며 일약 '지방소멸 극복의 새로운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이같은 극적인 반전의 숨은 주역은 기본소득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며 남해군이 자체 개발해 도입한 '마을소멸지수'가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기존 중앙정부나 광역지자체가 제공하던 인구 통계는 시·군·구, 혹은 읍·면 단위의 거시적인 데이터에 그쳐 실제 마을 주민들이 체감하는 위기나 마을별 고유한 특성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이유로 남해군 인구청년정책단은 이러한 맹점을 파악하고, 최일선 행정 단위인 '행정리'별 정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체 지표를 구축했다.
이는 정부의 하향식 통계에만 의존하지 않고, 마을 단위의 실제 수용 태세와 정주 여건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상향식 데이터망'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 남해군 인구청년정책단이 농어촌 기본소득 시행 전후를 기점으로 종합 분석한 '10세 단위 인구 증감 통계'와 '인구 피라미드' 자료에 따르면, 남해군 인구는 2025년 9월 말 39,296명에서 2026년 5월 말 기준 41,091명으로 불과 8~9개월 만에 1,795명(약 4.5%)이 순증했다.
특히 이번 성과는 남해군이 자체 개발한 '마을소멸지수'와 결합하면서, 단순한 인구 늘리기를 넘어 '어느 마을에, 왜, 어떤 사람들이 정착하는지'를 정밀하게 추적하는 미시적 데이터를 축적, 인구유입을 위한 방향성을 설정하고 설정된 방향성에 맞게 정책을 끌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깊다.



인구 통계 및 피라미드 분석전 세대에 걸친 '사회적 유입'의 현실화


제공된 남해군의 인구 변동 통계표와 피라미드를 들여다보면, 지자체의 전형적인 고령화 구조(역항아리형) 속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지각변동이 관측된다.



△ '10대 청소년'과 '60대 신중년'이 이끈 쌍두마차 유입


가장 돋보이는 구간은 10~19세(+405명)와 60~69세(+452명)이다.
인구 피라미드 그림을 보면 10대 구간(남·여 모두)의 막대가 확연하게 바깥으로 확장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농어촌 기본소득이라는 경제적 인센티브가 관내 중·고등학교 기숙사 인프라와 결합하면서 외지 학생들의 주소지 이전을 강력하게 견인했음을 증명한다.
폐교 위기에 직면했던 지역 학교들이 기본소득 덕분에 든든한 버팀목을 얻은 셈이다.
또한, 60대와 70대(+411명)의 폭발적인 증가는 기본소득이 은퇴 후 귀촌을 고민하던 실버 세대에게 남해를 선택하게 만든 결정적 마중물이었음을 보여준다.



△ 자연 감소를 이겨낸 '사회적 유입'


0~9세(-69명)와 80~89세(-111명)에서 나타난 감소는 농어촌 지역의 불가피한 자연 감소(출생 저하 및 고령 사망) 현상이다.
그러나 남해군은 10대부터 70대에 이르는 전방위적인 사회적 순유입을 통해 이 자연 감소분을 완벽히 상쇄하고도 남는 성과를 거두었다.



'마을소멸지수'의 가치



정부나 통계청이 발표하는 기존 인구 지표는 시·군·구 단위의 거시적 데이터에 의존하기 때문에 실제 최일선 마을 주민들이 체감하는 위기를 진단하기 어렵다.
이에 남해군이 자체 개발한 '마을소멸지수'는 221개 행정리별 데이터를 현미경 보듯 정밀하게 들여다보는 현장 맞춤형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이번 조사 결과, 군 전체의 인구는 1,795명이나 늘어나는 고무적인 결과를 얻었지만, 동일한 기본소득 혜택 속에서도 221개 마을별 성적표는 극명하게 엇갈렸다는 점 또한 주목해야 한다.
 거시 통계만 보았다면 안주했을 지자체가 '마을소멸지수'라는 정밀 지표 덕분에 여전히 소멸 위험 지수가 개선되지 않는 사각지대 마을들을 찾아내고, 원인을 분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핀셋 정책'의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지표 개선 우수 마을의 3대 성공 요인

 
 남해군이 마을소멸지수를 통해 인구 유입 및 지표 개선에 성공한 마을들을 역추적한 결과, 이들에게는 타 지자체와 이웃 마을이 반드시 벤치마킹해야 할 명확한 공통점이 존재했다.
 첫째, 이주민을 품는 '높은 개방성' (낮은 배타성)이다.
 성공한 마을의 원주민들은 외지인을 경계의 대상이 아닌, 마을을 함께 살려갈 귀한 이웃으로 맞이했다. 열린 마음이 정착 성공률을 높인 것이다.둘째, 이장을 필두로 한 '주도적인 유치 리더십'이다. 221개 마을 중 유일하게 소멸지수와 순인구가 동시에 상승한 '용강마을'의 비결은 이장과 주민들이 직접 발로 뛰며 행한 적극적인 이주민 유치 활동에 있었다. 행정의 정책을 마을의 기회로 전환한 리더십의 승리다. 셋째, 원주민-이주민 간의 '융화 커뮤니티' 활성화다.송남, 송정, 내동천, 상주, 임촌마을 등은 공동주택이 없는 일반 면 단위 마을임에도 인근 지역보다 높은 소멸지수 값을 유지했다. 이들 역시 이주 구성원 간의 동질성을 확보하고, 정착 초기 갈등을 해결하는 자체 커뮤니티가 활발히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정책적 혜택이 똑같이 주어졌음에도 주민들의 자발적 노력과 수용 태세가 부족했던 마을들은 인구 유입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결국 지방소멸을 막는 최종 열쇠는 제도가 아닌 '사람과 공동체의 태도'에 있음이 데이터를 통해 증명된 것이다.



현장 중심의 '핀셋 정책'으로 도약 준비
 

남해군은 이번 마을소멸지수 분석 결과를 토대로, 단순히 예산을 균등 분배하는 과거의 방식에서 탈피할 계획이다. 지수 기준으로 마을을 정밀 분류한 뒤, 주민들의 자발적 노력이 빛나는 마을을 중심으로 차등적인 지원을 펼치는 '핀셋 정책'을 전개할 예정이다. 안성필 남해군 인구청년정책단장은 "기숙사 학생들의 전입과 이주 세대의 유입으로 단기간에 인구 4만 명을 회복한 것은 기본소득의 강력한 인구 지지력을 보여주는 증거다. 하지만 자체 개발한 마을소멸지수가 말해주듯, 결국 인구를 최종 안착시키는 핵심 경쟁력은 외부인을 이웃으로 품어주는 마을 주민들의 열린 마음과 자발적인 노력이다."고 말했다. 남해군은 앞으로 원주민과 이주민 간의 화합을 돕는 '융합 프로그램'을 대폭 지원하고, '빈집 수리 지원 사업' 등 마을별 맞춤형 인프라 개선을 통해 인구 지지선을 더욱 공고히 다질 방침이다.
 남해군이 쏘아 올린 '마을소멸지수'라는 혁신적인 이정표가 대한민국 지방소멸 지형도를 바꾸는 신호탄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기사는 남해미래신문 홈페이지(http://www.nhmirae.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