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 농가, '사계절 플러스' 공급량 급감 '비상'

유럽 이상기후로 채종량 감소
소비자·중매인 선호 1위 종자 확보 비상
농가, 해외 의존형 종자 확보 구조 탈피 주장
국가차원의 '종자' 연구 나서야

홍성진 선임기자
발행연월일 : 2026년 07월 16일(목) 16:50
오는 9월 말부터 10월 본격적인 파종기를 앞둔 남해군 시금치 생산 농가에 종자 공급량 급감으로 농가마다 비상이 걸렸다.
남해 시금치 농가의 90% 이상이 압도적으로 선호하는 핵심 품종인 '사계절 플러스' 종자의 국내 공급량이 급감하면서, 올 가을 농사를 포기하거나 소득 감소를 감내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농가 신청량의 50% 수준?… 농가소득 감소 직격탄 우려


7일 남해군 농가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각 지역 농협을 통해 접수된 '사계절 플러스' 시금치 종자의 실제 배정량이 농가당 신청량의 50%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소문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 종자는 잎이 두껍고 내한성이 강한데다 맛과 모양이 좋아 대도시 도매시장 중매인과 소비자들에게 가장 상품 가치를 높게 인정받는 품종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계절 플러스'는 남해 시금치 브랜드인 '보물초'의 명성을 지탱해 온 핵심 주역이기도 하다.
농가들은 당장 두 달 뒤 파종해야 할 종자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으며, 대체 종자를 심을 경우 상품성이 떨어져 예년만큼의 소득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네덜란드 이상기후가 초래한 공급 감소…전량 수입 의존의 한계


본지가 취재한 바로는 이번 종자 대란의 일차적 원인은 글로벌 공급망 파동과 기후변화에 있다. 사계절 플러스 종자는 일본 종자 기업을 통해 국내로 수입되지만, 실제 종자를 키워 수확하는 채종장은 기후관계로 네덜란드 등 유럽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올해 유럽 채종 지역을 강타한 극단적인 가뭄과 폭우 등 이상기후로 인해 시금치 채종량이 전년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 전체 시금치 종자 수입량 중 일본을 거쳐 들어오는 물량의 상당수가 이 품종에 집중되어 있는데, 글로벌 생산량 자체가 줄어들다 보니 국내로 들어오는 총량 자체가 적어진 것이다. 국내 유통되는 고품질 시금치 종자의 상당수가 일본 종자회사(사카타, 다키 등) 품종이다. 그리고 이들이 인건비와 기후 조건 때문에 유럽(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이나 미국에 위탁 채종하는 구조 역시 알려진 사실이다.
현재까지 기후 이상으로 '사계절 플러스' 물량이 국내에 정확히 얼마가 들어 왔는지는 불투명한 상태여서 실제 농가 배정량이 얼마나 줄어 들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태다.
남해군 관계자는 "현재 남은 기간 사계절 플러스 종자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향후 얼마나 더 공급이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는 입장이다"면서 "해당 종자의 국내 총판이나 종묘 유통사 측에 접촉중이다"고 말했다.
매년 수십 톤에 달하는 시금치 종자를 전량 해외 수입에만 의존해 온 고질적인 구조가 기후 위기 앞에서 고스란히 약점으로 드러난 셈이다.



유통망 다변화나 사전확보 강조


지역 농민들의 분노는 단순히 기후변화라는 천재지변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 농민들은 유통망 다변화나 사전 확보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화살을 남해군 행정과 지역 농협에 돌리는 분위기다.
최근 지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농업인 커뮤니티에는 관련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동면 소재 한 농민은 "유럽 기후 문제로 종자가 부족할 것이라는 신호는 이미 있었는데, 전국에서 시금치 재배 면적이 가장 넓은 남해군이 인근 타 지자체보다 먼저 수입업체와 유통망을 선점하려는 적극성을 보였어야 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할 수만 있다면 남해에서 종자를 생산하고 싶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 기상 관계 등으로 채종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고 종자에 대한 권리이나 판권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 또한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사계절 플러스 종자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 차원의 '종자 연구' 나서야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외국산 종자에 100% 목줄이 잡혀 있는 국내 시금치 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따라서 일부 농가는 외래종에 밀려 사라진 토종 시금치 종자를 농민들의 요구에 맞게 개량하고 국산화하는 연구 개발(R&D)에 착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또한 '사계절 플러스' 종자를 만들 수 있는지 연구 개발도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같은 연구는 기관이나 지자체 하나의 힘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국가 차원에서도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한국형 시금치 종자 자급률 확대를 위한 국가 연구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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