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해미래신문 특집 - 창선·중현노인대학 성각스님 특강 내용 소개

'4×7=27' 고집쟁이 우화 통해 노년을 살아내는 마음의 여유 제시
성각스님, 노년의 현실적 고민 보듬는 강연
"살아 있는 오늘이야말로 최고의 축복"
"마음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
'일체유심조'의 진리로 평화로운 여생 당부

정리 / 홍성진 선임기자
발행연월일 : 2026년 07월 16일(목) 16:57
고령화율이 40%를 넘는 초고령사회의 한가운데 서 있는 남해군에서 노년의 삶을 어떻게 존엄하고 아름답게 가꿀 것인가는 지역사회의 가장 큰 화두다. 무거운 노고(老苦)와 외로움을 견뎌내고 있는 우리 지역의 어르신들을 위해, 창선·중현 노인대학에서 무형문화재 선화(禪화) 기능보유자인 성각스님(망운사 주지·동의대학교 석좌교수)을 초청, 특별한 지혜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본지는 최근 관내 노인대학 두 곳에서 연이어 펼쳐진 성각스님의 강연을 내용을 소개한다. 이번 특별강연이 노년의 삶을 '치유와 축복'으로 승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강의내용을 공유한다. <편집자 주>



뜨거운 초여름 열기가 대지를 달구던 지난 6일(월) 오후 창선노인대학(학장 황재환)과 13일(월) 서면 중현노인대학(학장 이현철) 강당에는 어르신 대학생들의 활기찬 열기로 가득 찼다.
망운사 주지 성각스님을 초청해 마련한 특별강연 현장이었다.
이날 강연은 성각스님이 오랜 세월 붓끝으로 그려온 수행의 결정체이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선서화(禪書畵화)' 관련 영상을 감상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화면 가득 울려 퍼지는 선묵의 기운과 자비로운 미소의 영상은 강연 전 깊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현장에서 함께한 학장 및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번 연쇄 특강은 강연이 끝난 후에도 어르신들에게 여운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이번 강연이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선 '영혼의 치유제'였다는 평가다.



화두 하나, 생로병사의 고통을 넘어선 '살아 있음'의 실상


성각스님은 강연의 문을 열며 "이 세상을 살아가면 고통을 겪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실 때 가장 큰 괴로움은 무엇입니까?"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불교에서는 인간의 근본적인 네 가지 고통을 생로병사(生老病死)라 칭한다. 태어나서 늙어가고, 병들어 신음하며, 결국엔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이 흐름은 세상 모든 생명체(사생지류: 태생·란생·습생·화생 등)가 피할 수 없는 절대적인 자연의 법칙이자 진리다.
성각스님은 이 피할 수 없는 법칙을 슬퍼만 할 것이 아니라,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오늘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살아서 서로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이 실상(實相)이야말로 기적이고 축복입니다. 요즘 다들 '내 힘들다'라는 탄식을 달고 사시지요? 이 말을 거꾸로 뒤집어 보십시오. '다들 힘내!'가 됩니다. 말 한마디, 한 생각만 바꾸면 힘겨운 현실도 살아갈 만한 힘으로 변하는 법입니다."고 말했다.



화두 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마음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


성각스님은 어르신들과 함께 목소리를 모아 동음창화(同音唱和)할 것을 권했다.
어르신들은 힘찬 목소리로 스님의 선창을 따라 외쳤다.
"마음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격이 바뀌고, 인격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스님은 이 구절이 일체의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진리라고 설명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스스로에게 "아! 오늘도 내가 살아있구나! 참 기쁜 날이다!"라고 외치는 짧은 긍정의 다짐이 하루의 분위기를 명랑하게 바꾸고, 나아가 남은 생의 운명까지 화려하게 가꾼다는 요지다.
"건강할 때는 소중함을 잊고 살다가, 아프고 다쳐서야 '그저 아무 일 없이 걸을 수만 있어도 좋겠다'고 후회하곤 합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초여름 시원한 바람 한 줄기, 따뜻한 햇살 한 줌을 느끼는 마음속에 이미 머물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를 무사히 살아내고 있다면, 어르신들은 이미 충분히 잘하고 계신 것입니다."고 설파했다.



화두 셋, 자식에게 숨기고 싶은 아픔과 넉넉한 위로


강연 중 어르신들의 가장 큰 공감을 이끌어 낸 대목은 '늙어가며 자식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다섯 가지 비밀'에 대한 이야기였다.
△텅 빈 통장(돈 걱정으로 자식 앞에서 한숨짓고 탄식하는 모습), △노인 냄새와 위생(기력이 떨어져 스스로 위생을 챙기지 못하는 모습), △고독과 외로움(쓸쓸히 긴 밤을 지새우며 혼자 눈물 흘리는 슬픔), △치매의 공포(깜빡깜빡 지워지는 기억력 때문에 자식에게 짐이 될까 하는 불안), △육체적 무기력(스스로 조절하지 못하고 소변 실수를 하게 되는 서글픈 신체 변화) 등을 들었다.
성각스님은 이 다섯 가지 아픔을 조목조목 짚으며, 이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긴 사계절을 묵묵히 버텨온 숭고한 훈장이라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우비고뇌(憂悲苦惱)의 슬픔과 성공, 실패의 세월을 온몸으로 견뎌내신 어르신들의 삶의 깊이는 그 누구도 감히 측량할 수 없습니다.
스스로를 자책하지 마시고, 흐르는 세월 속에 욕심과 불안도 여름 더위 식어가듯 서서히 식혀 가시기를 바랍니다."고 말했다.



화두 넷, 4×7=27의 고집... 쓸데없는 다툼으로 마음을 낭비하지 말라


스님은 분위기를 바꾸어 재미있는 우화 한 토막을 소개했다.
옛날 한 고집쟁이(4×7=27 주장)와 똑똑한 사람(4×7=28 주장)이 크게 다투다 원님을 찾아갔다.
사정을 들은 원님은 고집쟁이는 방면하고, 오히려 똑똑한 사람에게 곤장 열대를 치라 명했다.
억울해하는 똑똑한 사람에게 원님은 준엄하게 꾸짖었다.
"4×7=27이라 우기는 고집세고 아둔한 자와 싸운 네놈이 더 어리석은 놈이다. 이 매는 네놈의 지혜를 깨치기 위함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스님은 "설득할 수 없는 어리석은 고집과 다투느라 귀한 마음의 평화를 깨뜨리지 마십시오. 개와 싸워 이기면 개보다 더한 놈이 되고, 지면 개보다 못한 놈이 되며, 비기면 개 같은 놈이 될 뿐입니다.
양보하고 허허 웃어넘기는 것이야말로 노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지혜이자 여유입니다."고 말했다.



"따뜻한 말은 사람을 살린다 남해의 큰 울림이 되기를"...


성각스님은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칠십이종심소욕불유구(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의 구절을 인용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일흔이 되니 마음이 원하는 대로 행동해도 세상의 법도와 순리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스님은 "말은 생각에 옷을 입고 세상 밖으로 나옵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는 실의에 빠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지만, 차가운 말은 뼈에 사무치는 상처를 남깁니다.
평생을 남해를 위해 헌신해 오신 어르신들의 따뜻한 한마디와 삶의 오랜 여정이, 우리 남해의 미래를 더욱 풍요롭게 가꾸어가는 가장 크고 아름다운 울림이 되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고 설파했다.
강연이 끝나자 창선과 중현노인대학 강당에는 어르신들의 뜨거운 박수 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려 퍼졌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지쳐가던 남해의 어르신들에게 성각스님이 건넨 자비의 메시지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치유의 미소'로 남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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