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해미래신문 기획 - 어촌계 내 갈등으로 본 공정하고 열린 어촌 만들기

어촌계가 장부나 회의록 공개를 거부하면 어민 스스로 불법행위 증명해야 하는 구조이기에 사실상 규명 어렵다

이태인, 홍성진 기자
발행연월일 : 2026년 07월 16일(목) 17:00

남해군을 비롯 전국의 많은 어촌 마을이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와 남해군은 어촌을 다시 북적이게 만들고자 매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청년들의 귀어를 지원하고, 바다에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을 펼쳐도, 마을 바다의 살림살이를 도맡은 '어촌계'가 투명하지 않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원래 어촌계는 마을 주민들이 다 같이 바다를 가꾸고, 사이좋게 소득을 나누는 투명한 자치 공동체여야 한다. 그러나 많은 세월 일부 어촌계는 나라에서 면허를 내어준 공동어장과 바지락 밭 등을 잘못 운용하거나 투명하게 회계가 되지 않아 주민간 법정 소송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어촌 관련 사업의 투명하지 못한 재정 운영과 지자체의 직접적인 조사 권한 부재로 인해 속앓이를 하는 주민들이 많았을 것이다. 이러한 고질적인 갈등 구조는 수산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어촌계 문제 해결 위한 심층 분석' 보고서에서도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과제로 언급된 바 있다. 본지는 최근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이동면 A 어촌계를 둘러싼 주장과 의혹들을 짚어보고, 소중한 바다를 다시 열린 공동체로 되돌리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 글은 A 어촌계의 갈등을 판단하거나 법적 잘잘못을 가리는 내용이 아니다. 그러나 한 어촌계원이 제기한 주장과 의혹은 우리 사회에 그간에 공통적으로 반복되어온 갈등과 논란의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개선 방향을 찾고자 작성 되었음을 밝힌다. <편집자 주>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할 어촌계 재정



어촌계의 갈등은 대부분 투명하지 못한 돈 흐름과 옛날부터 내려온 잘못된 관행을 이어가려는데서 시작된다. A 어촌계의 한 주민은 마을 공동의 재산이어야 할 바다어장과 양식장의 임대 과정에서 정체 모를 자금이 오가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과거에는 어촌계가 소유한 마을어업권을 외부 업자나 타지 사람에게 빌려주고 관행적으로 임대료를 받아 마을 기금으로 쓰거나 임원들이 관리해 온 일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현행 수산업법상 나라가 내어준 어업 면허는 원칙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돈을 받고 빌려줄 수 없다. 한 어촌계원은 A 어촌계 역시 석조망이나 양식장 등을 외지 업자에게 임대하여 매년 수천만 원에 달하는 음성적 수익을 올렸을 개연성이 높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여기에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는 어가 지원 사업 등에서도 일부 자부담금을 편법으로 돌려받거나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 담합을 벌였다는 의혹까지 겹치면서 주민들 사이의 불신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깜깜이식 회계 처리는 공식 장부의 부재와 정보 비공개로 인해 구체적인 사실 규명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높은 문턱과 기득권 장벽에 우는 귀어·귀촌인들?


어촌계가 이처럼 폐쇄적으로 운영될 때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이들은 고향으로 돌아오려는 자식들이나 새로 이사를 온 귀어인들이다.
나라에서 관리 권한을 위임받은 공동어장이 일부 기득권층에 의해 독점적으로 운영된다면 어촌 공동체는 심각한 악순환의 늪에 빠지게 된다.
가장 먼저 일하고 싶어 하는 계원들이 투명하지 못한 참여 기준으로 인해 일터에서 배제당하는 아픔을 겪는다. 여기에 더해 법적 근거도 없는 수천만 원 상당의 고액 공탁금 요구 관행이 이어지면 귀어인과 청년들의 마을 진입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결국 이러한 악순환은 일손 부족과 고령화로 이어져 어촌마을의 소멸을 더욱 앞당기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최근 A마을 어촌계원인 최모씨의 사례는 이러한 장벽의 존재를 시사한다. 최 씨는 적법한 자격을 갖추었음에도 공동어장에서 제대로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어촌계가 명확한 규정 없이 조업 참여 인원을 제한하거나 특정 임원 중심의 친소 관계에 따라 일감을 배정하여 사실상 생업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어촌계 측은 마을 공동어장의 자원을 보호하고 조업 안전을 관리하기 위한 정당한 통제라고 반박하지만, 배정 기준의 구속력 여부를 두고 갈등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일을 시작하려는 어민이나 신규 전입자에게 요구하는 거액의 '공탁금' 관행 의혹이다. 주민 주장에 따르면, 어촌계 조업에 참여하기 위해 수천만 원에 달하는 기금이나 공탁금을 선납해야 하는 관행이 존재해 왔다는 것이다. 법적 근거 없는 이러한 고액의 요구는 돈 없는 청년이나 귀어인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결과를 낳는다.
충남 보령시 군헌 어촌계가 가입 장벽을 30만원으로 낮추어 성공한 선진 사례와 비교해 볼 때, 남해 어촌의 가입 장벽은 여전히 높다는 평가도 있다.



공유수면 동의권 오남용과 해양관광 텃세 논란


남해군은 빼어난 자연경관을 품고 있어 해양관광 사업의 적지로 꼽히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어촌계의 과도한 '텃세'와 '길막기' 때문에 사업을 포기하고 떠난다는 민원이 자주 발생한다.
지자체가 공유수면 사용 허가를 내줄 때 관행적으로 요구하는 '어촌계 전원 동의서'가 동의의 대가로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마을발전기금을 요구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의혹이다.
또한 사업이 활성화되면 동의서 재계약을 빌미로 사업자를 쫓아낸 뒤 인프라를 가로채 방치한다는 약탈적 행태에 대한 의혹도 잇따른다.
외지 선박에 불법 계류비를 요구하고 불응 시 닻줄을 자르는 등의 횡포 의혹도 제기되나, 단속과 사실 조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법의 사각지대와 관리 감독의 한계


이처럼 잘못된 옛 구습이 이어져 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법률적인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법원은 어촌계의 재산을 계원 전체의 '공동 재산'으로 보기 때문에, 마을 총회에서 다수결로 결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큰 절차적 문제가 없는 한 법이 직접 개입하기를 꺼린다. 소수 기득권이 총회를 장악해 불리한 규칙을 만들어도 힘없는 계원들이 법적으로 보호받기 극히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어촌계가 장부나 회의록 공개를 거부하면 피해 어민이 스스로 불법 행위를 증명해야 하므로 법적 대처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지도 및 감독을 맡은 지구별 수협 조합장 또한 조합원들의 표를 얻어 당선되는 선출직이다 보니, 표밭의 중심에 있는 어촌계장의 비리를 엄격하게 처벌하거나 제재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맹점도 한몫을 하고 있다.



제도 개혁과 남해군의 선제적 혁신 방안


이제는 국회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오랜 폐단을 끊어내야 할 때이다. 국회에서는 어촌계장의 장기 독점과 사유화를 막기 위해 임기를 4년으로 명시하고 연임은 오직 1회로만 제한하는 수협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동시에 형식적이었던 감독 체계를 개편해 시장과 군수가 직접 어촌계를 감사하고 위법 사항 적발 시즉시 '업무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행정 권한을 강화하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밀실 운영을 막기위해 장부와 회의록을 지자체 전산망에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현재 해당 법안은 소관 위원회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서 심사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이와 연계하여 어촌계를 이끄는 어촌계장의 공적 책임을 인정하고 이들에게 활동비를 국비·지방비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2026년 6월 서천호 의원 대표발의 등)도 병행하여 제안되고 있다. 이는 지자체의 지도·감독(견제)을 강화하는 법제화와 동시에, 실질적인 지원(보상) 체계도 함께 구축하려는 국회와 정부의 일관된 흐름으로 볼 수 있다.
남해군청 역시 조례 제정을 통해 선제적인 개혁에 나서야 한다. 과거 표준 마을규약으로 전국적인 우수 행정 사례를 만들었던 저력을 살려 다음과 같은 구체적 대안을 도입해야 한다. 다음은 정책적으로 검토할만한 사안이다.
▲표준 정관 도입 권고(관내 어촌계 가입비를 백만원 이하로 낮추고, 출생지나 연고에 따른 차별 조항을 폐지하도록 유도한다.) ▲행정지원 및 보조금 중단 조치 연계(표준 정관을 적극 수용한 어촌계에는 예산 지원 시 30%이상의 가점을 부여하되, 비리나 불법 행위가 한 번이라도 적발된 곳은 최소 5년간 모든 보조금 지원 사업에서 배제한다.) ▲임의 동의서 징구 관행 폐지(공유수면 허가 시 어촌계의 일방적인 동의서 요구 관행을 전면 폐지하고, 분쟁 발생 시 군수 직속의 조정위원회를 통해 공정하게 중재한다.) 등이다.



자식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줄 남해 바다를 위해


남해 바다는 특정 어촌계장이나 소수 간부들의 전유물이 결코 아니다. 평생을 이 바다에 기대어 살아온 어르신들의 땀방울이 서린 곳이자, 앞으로 고향으로 돌아올 자식들과 손주들이 대를 이어 살아갈 소중한 공동체의 터전이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A 어촌계의 여러 의혹은 아직 투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과 의혹 자체가 어촌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소수 기득권의 불투명한 장벽을 허물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촌계가 의혹 없는 공정하고 열린 조직으로 거듭날 때, 우리 남해의 바다는 다시금 젊은이들의 활기찬 웃음소리로 가득 차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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