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 남해군 부동산 '거래 현장' 상황은- 남해군 부동산 시장은 지금 거래 절벽 '얼음골'

군내 공인중개사들, 부동산 '거래 절벽' 대책 호소
농지전수조사·경관조례·대도시식 대출 규제 '삼중고'
여수~남해 해저터널·농촌기본소득 호재에도
토지·주택 거래 완전히 멈춰 섰다 '주장'

이태인, 홍성진 기자
발행연월일 : 2026년 08월 21일(금) 16:18
▲ 사진은 본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참고용 입니다.

"여수~남해 해저터널 공사와 농촌기본소득이란 호재에도 땅을 사겠다는 사람은 발길을 돌리고, 병원비 마련하려 땅을 내놓은 어르신들은 시세 절반 이하로 내놓아도 안 팔린다며 울상입니다. 남해 부동산 시장은 그야말로 완전한 '얼음골'입니다." 현재 군내 공인중개사들의 공통적인 이야기다. 전국 인구소멸위기 지자체 최상위권(5위권 내)에 처한 우리군. 해저터널 착공과 인구 유입 정책이라는 초대형 개발 호재 속에서도 군내 부동산 현장에서 체감하는 온도는 차갑다 못해 냉혹하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정부의 농지법 위반 전수조사, 2024년 5월 강화된 남해군 경관조례, 그리고 대도시 기준을 일률 적용한 금융 규제라는 '삼중고(三重苦)'가 지역 경제의 혈맥을 막고 있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인구소멸지역 남해에 부동산 '거래절벽'은 인구유입과 지역발전을 바라는 측면에서는 결코 바람직 하지 않다. 군내 공인중개사들을 만나 현 부동산 군내 거래상황을 살펴보고 나름의 원인과 대안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경자유전 전수조사의 중압감… 시골 농지 시장 '빙하기'


정부가 1996년 이후 취득된 전국 농지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이고, 8월부터 현장 심층조사에 돌입하면서 남해군 관내 7만 2천여 필지의 농지 시장은 순식간에 빙하기로 들어섰다.
1차 조사 결과 전국적으로 27%에 달하는 농지가 위반 의심지로 분류되면서, 남해 지역 농지 소유자와 외지 매수인들 사이에 거대한 공포감이 형성됐다.
현장에서 18년 이상 중개업을 이어온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남해지회 최부원 전 지부장은 현재 부동산 시장의 실태를 이렇게 전했다.
"서울이나 대도시 사람들이 은퇴 후 귀촌을 하거나 노후 대비로 남해에 땅을 좀 사두려 해도, 당장 와서 직접 농사를 짓지 않으면 농지법 위반으로 처분 명령이 나오고 이행강제금이 부과됩니다.
도시민에게 현지 농민처럼 농사를 지으라는 획일적 잣대를 대니 귀촌 매수세가 완전히 끊겼습니다."또한 "농지심의위원회의 심의 절차 강화와 엄격한 농업경영계획서 요구는 외지인의 진입 문턱을 까마득히 높여놓았습니다" 문제는 이 피해가 외지 투기꾼이 아니라 원주민인 고령 농민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 전 지부장을 비롯한 현지 중개인들은 고령이나 건강 악화로 더 이상 농사를 짓지 못해 병원비나 노후 생활비를 마련하려는 농민들이 농지를 급매물로 내놓고 있지만, 매수 문의조차 없다. 시세 대비 절반 가격 이하로 내놓은 급급매물조차 소화되지 않는 기현상이 지속되면서 농민들의 재산권은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멸위기 지역에 대도시 잣대… '남해군 경관 조례' 논란

중앙정부의 농지 규제에 더해 남해군이 시행 중인 경관 관련 조례('남해군 경관 조례') 역시 토지 거래 절벽을 부채질하는 주원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경관 관리 제도는 당초 인구 10만 명 이상의 대도시나 대규모 개발지의 난개발을 막기 위한 취지였으나, 인구 4만 명의 소멸위기 지역인 남해군이 취락지구를 제외한 군 전역을 엄격한 경관관리 구역 및 심의 대상으로 일률 적용하면서 문턱을 지나치게 높였다는 비판이었다.
현장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조례 시행 이전에는 건축법상 일반 인허가 절차를 거치면 집을 지을 수 있었으나, 현재는 단 2층 이상의 건물만 지으려 해도 건축주가 수백만 원에 달하는 경관심의용 도서 작성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3~4주 이상의 불확실한 대기 시간과 가결 보류 등도 걸림돌이다.
한 중개사는 "해안가 조망권뿐만 아니라 산골짜기 깊숙한 곳까지 일률적인 잣대를 대다 보니 소규모 전원주택 신축조차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정착하려던 귀촌인들이 인근 하동, 사천, 고성 등 타 지자체로 발길을 돌리고 있어 남해의 건설·주거 생태계가 죽어가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이유로 중개사들은 "소규모 전원주택이나 귀촌주택조차 신축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전원주택을 지어 정착하려던 외지인들이 인근 하동이나 사천, 고성 등 타 지자체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면서 "남해군이 난개발 방지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군내 건축사마저 폐업을 고려해야 하는 실정이다.
현재 남해는 개발 부패가 아니라 신축 건수가 없어 건설 생태계가 죽어가는 상황"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도시 집값 잡기용 DSR 규제… 주택 생태계 마비와 '허수 전입'


금융권의 일률적인 대출 규제(DSR 등 소득 연계 규제) 역시 시골 부동산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군내 공인중개사들은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잡기용 대출 규제가 인구소멸지역인 남해군에도 똑같이 적용되면서, 현장에서는 웃지 못할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경험해 보면 귀촌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1억 원 안팎의 시골 구옥을 매입하려 해도, 소득 증빙이 부족한 은퇴자나 청년들에게는 대출금이 1,000만 원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면서 "담보 가치와 무관하게 원금을 상환할 수 있는 소득 잣대만 대다 보니, 현금 동원력이 없는 실수요자들의 귀촌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로 인해 남해군 주택 시장은 '전월세 물량 전멸'이라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논리다.
"토지 거래 차단과 대출 규제로 인해 신축 주택 공급이 중단되고, 이로 인해 기존 구옥의 순환 매각이 실패하면서 시장 내 전월세 물량이 완전히 고갈되었고 결과적으로 남해로 이주하려는 귀촌인이나 이주민이 정착할 주거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타 지역으로 이탈하는 구조적 마비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해군이 농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며 전입 인구가 늘어나는 듯 보이지만, 현장 중개사들은 이를 '허수(虛數)'라고 단언했다.
이들은 "현장에서 보면 주택 공급이 없으니 실제 남해에 집을 구해 들어오는 진정성 있는 귀촌인이 아니라, 기존 친인척 집으로 주소만 옮겨놓은 경우가 다수"라고 지적했다.

▲ 사진은 본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참고용 입니다.


붕괴하는 중개업계… 현장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4대 긴급 제언'


부동산 경기 침체는 지역 내 공인중개업소의 연쇄 폐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불과 3~4년 전 50여 개에 달했던 남해군 내 공인중개업소는 현재 30개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그나마 영업 중인 업소들도 '상반기 내내 매매 계약서를 단 1건도 쓰지 못했다'며 폐업 직전의 한계 상황을 토로했다.
지역 내 공인중개사들은 과거 외지 전월세 문의가 올 때마다 사명감을 가지고 매물을 찾아 외지인을 유치해왔다고 한다.
최부원 전 지부장의경우 18년간 약 500~600명의 외지인을 전월세 중개로 남해에 정착시킨 바 있다고 한다.
그러나 군청은 중개사들을 인구 유입의 파트너로 인정하기는커녕, 군청 홈페이지에 직접 직거래 장터를 만들어 중개사들의 생존권을 오히려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수-남해 해저터널 개통이 다가오고 있지만, 주거 및 토지 활용 기반이 무너진 현재의 남해군 상태로는 해저터널의 경제적 효과를 여수 등 인근 도시로 모두 빼앗길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었다.
그런 이유로 공인중개사협회는 다음과 같이 4대 긴급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 남해군 경관조례의 즉각적인 현실화다. 인구 4만의 소멸위기 지역에 대도시 기준의 2층 이상 심의를 적용하는 것은 지역 생존을 위협하는 과도한 규제다. 심의 대상을 최소 3층 이상으로 완화하고, 산골짜기나 비해안가 지역은 경관관리 구역에서 과감히 제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둘째, 인구소멸지역 대상 '농지법 특례' 건의 및 지자체 연대다.
이들은 인구소멸위기 지역에 한해 농지심의위원회 폐지 및 농지 임대차 자율화를 추진해야 한다. 경남 관내 군 단위 지자체들과 연대하여 농지법 개정안을 중앙정부에 강력히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셋째, 귀촌 주거 확보를 위한 민관 협력 인센티브 도입이다.
빈집 정비 및 전월세 매물 확보를 위해 공인중개업계와 협력 체계를 구축해 중개사를 통해 외지인이 주소를 이전하고 정착할 경우, 중개 수수료 지원 등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주거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넷째, 군수·군의회·현장 전문가 긴급 간담회 개최 및 구조 개혁이다.
군수와 새로 구성된 군의회는 규제 일변도의 행정 마인드를 버리고 '인구 증대 및 귀촌 유치'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 공무원들의 적극 행정을 유도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조례 개정에 즉각 나설 것을 주장했다.
군내 토지거래 절벽에 대해 공인중개사들의 대체적 입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억 원짜리 시골집을 사려 해도 대출이 안 나오고, 산골짜기 밭에 2층 집 하나 지으려 해도 수백만 원짜리 경관 심의를 받아야 합니다. 사겠다는 사람은 발길을 돌리고, 노인들은 땅을 못 팔아 울고 있습니다."남해군은 빼어난 자연경관과 해저터널, 농촌기본소득이라는 강력한 자산을 가졌음에도 스스로 빗장을 질러 지자체의 소멸을 앞당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해저터널 완공까지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기사는 남해미래신문 홈페이지(http://www.nhmirae.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