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위판장 심각화 양극화… 평산 등 소규모 위판장, 중매인 4~5명 내외
배후 소비시장과 대형물차 유입 부족 경매 경쟁 자체가 성립 어려워
최저 낙찰가 보장제 도입 및 온라인 경매 시스템 유치 등 대책마련 나서야
홍성진 선임기자
발행연월일 : 2026년 09월 04일(금)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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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남해군 어느 포구의 위판장. 경매사의 목청 터져라 외치는 소리가 고요한 항구를 깨우지만, 정작 수산물을 앞에 둔 중매인들의 손가락은 미동조차 없다.
"3만 원! 2만 원!" 경매가가 인근 위판장보다 낮게 내려가도 그 누구도 가격을 제시하지 않는 이른바 '상찰 묵인'이 성행한다.
결국 경매사가 시세를 검토해 기준으로 잡았던 가격은 무너지고 싼값이 형성되자 투찰 손질이 나온다.
최근 남해 현장 어민들이 본지에 위판장 취재를 요청했다. 왜 경매사의 목소리가 끝나가는 시점까지 담합이나 한 것처럼 아무도 투찰을 하지 않을까.
"경매사가 소리를 질러도 손가락을 안 낸다"…
금어기가 풀리고 어렵게 꽃게나 문어를 잡아 올려 위판장에 내놓는 어민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경매가는 지역별 위판장마다 차이는 있지만 그야말로 철퇴 수준이다.
육지나 타 지역의 대형 유통업자가 참여하는 날에는 꽃게 상자당 7만 원까지 오르던 경매가가, 외지 바이어가 빠지고 자체 소모용 물량만 구하려는 지역 중매인들만 남으면 순식간에 5만 원, 심지어 그 이하로 폭락한다.
현장에서 만난 한 어민은 "어민들이 고기를 내놓으면 중매인들이 적정 가격을 써내서 판매 순환이 돼야 하는데, 손가락도 안 내놓고 버티면서 가격을 최하한선까지 떨어뜨린 뒤 헐값에 거저 가져간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담합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중매인이나 경쟁자마저 찾아보기 힘들다 보니 어민들은 출항 기름값조차 건지지 못한다. 결국 위판장 출하를 포기하거나 아예 배를 항에 묶어두는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한다.
해당 어민은 이제 해당 위판장에 다시는 물건을 가져가지 않겠단다. 그러면서 오해가 있다면 풀 것이니 관련 취재를 어민들을 위해서라도 당부했다.
남해군수협 7개 위판장,'500억 원의 착시'와 양극화
남해군수협 판매과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재 남해군 관내에는 감암, 선소, 남면 평산, 원천, 미조(선어 및 활어), 창선 단항 등 총 7개의 수협 위판장이 운영 중이다.
이들 위판장에서 거래되는 패류와 어류, 어촌계 물량을 모두 합치면 연간 총 위판 거래 규모는 약 500억 원 안팎에 달한다.
그러나 이 거대한 수치 뒤에는 심각한 위판장 양극화와 착시 현상이 숨어 있는 듯하다.
외지 물차와 유통 바이어의 유입이 활발한 미조 위판장의 경우 활어 중매인 8명, 선어 중매인 10여 명이 포진해 비교적 단가가 유지되고 있으며, 남해 동북부 거점인 창선 단항 위판장 역시 12~13명의 중매인이 활발한 거래를 이끌고 있다.
반면 남면 평산, 읍 선소, 고현 감암과 같은 소규모 연안 위판장은 지정 중매인이 각 4~5명 내외에 불과하다.
이들 중 상당수는 개인 식당이나 소규모 유통을 겸하고 있어 다량의 물량을 소화할 여력이 없고, 배후 소비시장과 대형 물차 유입마저 부족해 경매 경쟁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결격사유와 최소 담보금만 갖추면 누구나 중매인으로 가입할 수 있다는 수협의 원론적인 설명과 달리, 현장에서는 소규모 위판장의 인프라와 구조적 부실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영세 어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셈이다.
삼중고(三重苦)에 신음하는 어민들…조업구역 침범, 고수온·해파리 창궐 등
어민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것은 비단 경매 구조뿐만이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연안 해수온 상승으로 수산 자원이 고갈되면서 깊은 바다로 빠져나가 어장이 황폐화되었다.
이에 더해 연안 어장에 그물을 내리면 어류 대신 거대한 노무라입깃해파리가 빽빽하게 들어차 그물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어구가 손상되는 재앙이 일상화되었다.
인위적인 해양 사고 위험 또한 어민들의 목을 죄고 있다. 평산 및 서면 앞바다 인근은 과거 상선 항로와 소형 어선 조업 구역이 노란 등대로 구별되어 있었으나, 발파 및 보상 작업 이후 상선 항로를 뜻하는 빨간 등대 구역이 넓어졌다.
이로 인해 대형 상선들이 소형 어선 작업장 턱밑까지 14노트 이상의 고속으로 통항하면서 거대한 너울파도를 일으키면서 조업 선박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조업을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좁아진 조업 구역 탓에 국제 항로를 미세하게 침범하기라도 하면 지나가는 상선들의 고발로 이어져 어민들은 자연재해와 해양 위험, 법적 처벌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남해 어업이 살아야 남해가 산다
남해군 연안 어업은 단순한 1차 산업을 넘어 남해의 정체성이자 어촌 경제를 떠받치는 근간이다.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남해의 포구는 신속하게 사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협 위판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이 시급해 보인다.
중매인수 확장도 확장이지만 소규모 위판장 간의 거점 통합 유통망을 구축하고, 최저 낙찰가 보장제 도입과 외지 바이어 및 온라인 경매 시스템 유치를 통해 실질적인 경쟁 입찰을 유도해야 한다.
또한 연안 안전 항로를 재정비하여 대형 상선의 속력 제한과 연안 통항 금지를 엄격히 단속하고, 해파리와 고수온 피해 어가에 대한 실질적인 수산재해 보상책을 마련해야 한다.
출항할 때마다 기름값은커녕 빚만 얹어 돌아오고, 대형 상선의 너울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어민들의 입장은 깊은 절망감에 타들어 간다.
어민이 떠난 남해의 포구는 어촌 공동체 전체의 붕괴와 지역 상권의 소멸이라는 치명적인 연쇄 작용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남해군과 남해군수협,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등 관계 당국은 항구마다 밤을 밝히던 어화가 꺼져가는 현실을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실효성 있는 종합 대책을 즉각 마련해 실행해야 한다.
"3만 원! 2만 원!" 경매가가 인근 위판장보다 낮게 내려가도 그 누구도 가격을 제시하지 않는 이른바 '상찰 묵인'이 성행한다.
결국 경매사가 시세를 검토해 기준으로 잡았던 가격은 무너지고 싼값이 형성되자 투찰 손질이 나온다.
최근 남해 현장 어민들이 본지에 위판장 취재를 요청했다. 왜 경매사의 목소리가 끝나가는 시점까지 담합이나 한 것처럼 아무도 투찰을 하지 않을까.
"경매사가 소리를 질러도 손가락을 안 낸다"…
금어기가 풀리고 어렵게 꽃게나 문어를 잡아 올려 위판장에 내놓는 어민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경매가는 지역별 위판장마다 차이는 있지만 그야말로 철퇴 수준이다.
육지나 타 지역의 대형 유통업자가 참여하는 날에는 꽃게 상자당 7만 원까지 오르던 경매가가, 외지 바이어가 빠지고 자체 소모용 물량만 구하려는 지역 중매인들만 남으면 순식간에 5만 원, 심지어 그 이하로 폭락한다.
현장에서 만난 한 어민은 "어민들이 고기를 내놓으면 중매인들이 적정 가격을 써내서 판매 순환이 돼야 하는데, 손가락도 안 내놓고 버티면서 가격을 최하한선까지 떨어뜨린 뒤 헐값에 거저 가져간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담합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중매인이나 경쟁자마저 찾아보기 힘들다 보니 어민들은 출항 기름값조차 건지지 못한다. 결국 위판장 출하를 포기하거나 아예 배를 항에 묶어두는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한다.
해당 어민은 이제 해당 위판장에 다시는 물건을 가져가지 않겠단다. 그러면서 오해가 있다면 풀 것이니 관련 취재를 어민들을 위해서라도 당부했다.
남해군수협 7개 위판장,'500억 원의 착시'와 양극화
남해군수협 판매과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재 남해군 관내에는 감암, 선소, 남면 평산, 원천, 미조(선어 및 활어), 창선 단항 등 총 7개의 수협 위판장이 운영 중이다.
이들 위판장에서 거래되는 패류와 어류, 어촌계 물량을 모두 합치면 연간 총 위판 거래 규모는 약 500억 원 안팎에 달한다.
그러나 이 거대한 수치 뒤에는 심각한 위판장 양극화와 착시 현상이 숨어 있는 듯하다.
외지 물차와 유통 바이어의 유입이 활발한 미조 위판장의 경우 활어 중매인 8명, 선어 중매인 10여 명이 포진해 비교적 단가가 유지되고 있으며, 남해 동북부 거점인 창선 단항 위판장 역시 12~13명의 중매인이 활발한 거래를 이끌고 있다.
반면 남면 평산, 읍 선소, 고현 감암과 같은 소규모 연안 위판장은 지정 중매인이 각 4~5명 내외에 불과하다.
이들 중 상당수는 개인 식당이나 소규모 유통을 겸하고 있어 다량의 물량을 소화할 여력이 없고, 배후 소비시장과 대형 물차 유입마저 부족해 경매 경쟁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결격사유와 최소 담보금만 갖추면 누구나 중매인으로 가입할 수 있다는 수협의 원론적인 설명과 달리, 현장에서는 소규모 위판장의 인프라와 구조적 부실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영세 어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셈이다.
삼중고(三重苦)에 신음하는 어민들…조업구역 침범, 고수온·해파리 창궐 등
어민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것은 비단 경매 구조뿐만이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연안 해수온 상승으로 수산 자원이 고갈되면서 깊은 바다로 빠져나가 어장이 황폐화되었다.
이에 더해 연안 어장에 그물을 내리면 어류 대신 거대한 노무라입깃해파리가 빽빽하게 들어차 그물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어구가 손상되는 재앙이 일상화되었다.
인위적인 해양 사고 위험 또한 어민들의 목을 죄고 있다. 평산 및 서면 앞바다 인근은 과거 상선 항로와 소형 어선 조업 구역이 노란 등대로 구별되어 있었으나, 발파 및 보상 작업 이후 상선 항로를 뜻하는 빨간 등대 구역이 넓어졌다.
이로 인해 대형 상선들이 소형 어선 작업장 턱밑까지 14노트 이상의 고속으로 통항하면서 거대한 너울파도를 일으키면서 조업 선박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조업을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좁아진 조업 구역 탓에 국제 항로를 미세하게 침범하기라도 하면 지나가는 상선들의 고발로 이어져 어민들은 자연재해와 해양 위험, 법적 처벌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남해 어업이 살아야 남해가 산다
남해군 연안 어업은 단순한 1차 산업을 넘어 남해의 정체성이자 어촌 경제를 떠받치는 근간이다.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남해의 포구는 신속하게 사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협 위판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이 시급해 보인다.
중매인수 확장도 확장이지만 소규모 위판장 간의 거점 통합 유통망을 구축하고, 최저 낙찰가 보장제 도입과 외지 바이어 및 온라인 경매 시스템 유치를 통해 실질적인 경쟁 입찰을 유도해야 한다.
또한 연안 안전 항로를 재정비하여 대형 상선의 속력 제한과 연안 통항 금지를 엄격히 단속하고, 해파리와 고수온 피해 어가에 대한 실질적인 수산재해 보상책을 마련해야 한다.
출항할 때마다 기름값은커녕 빚만 얹어 돌아오고, 대형 상선의 너울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어민들의 입장은 깊은 절망감에 타들어 간다.
어민이 떠난 남해의 포구는 어촌 공동체 전체의 붕괴와 지역 상권의 소멸이라는 치명적인 연쇄 작용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남해군과 남해군수협,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등 관계 당국은 항구마다 밤을 밝히던 어화가 꺼져가는 현실을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실효성 있는 종합 대책을 즉각 마련해 실행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