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년 2.5배 폭우, "손 쓸 수가 없었다" 농가들 눈물

10월 누적 강수량 224㎜, 남해 효자작목 시금치 '초토화'
현재 재배면적 60%(660ha) 피해, 피해액 180억 원 육박
농가, "농가 관리 소홀 아닌 명백한 태풍·호우 재해"
"정부는 즉각 농업재해 인정 및 실질적 보상에 나서야"

홍성진 선임기자
발행연월일 : 2026년 11월 06일(금) 21:30
"평생 시금치 농사를 지었지만 10월 하순 태풍이 몰고 온 이런 장대비와 폭우는 처음이다. 배수로도 뚫고 포장 관리도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그런데 하늘에서 퍼붓는 비를 무슨 수로 막겠는가?, 썩어 문드러진 잎을 보면 가슴이 찢어진다."현재 남해군 시금치 밭은 '푸른 빛 시금치'가 아니라 누렇거나 황색인 시금치로 온통 물들어 있다. 태풍이 몰고 온 기습적인 집중호우로 남해군 전체 시금치 재배지의 60%에 달하는 농경지가 과습 피해를 입었다. 남해군 농가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썩어가는 시금치 뿌리와 황화 현상으로 주저앉은 밭 사진들이 연이어 올라오며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폭우 당시 물이 가득 찬 밭고랑 배수에 나섰지만 이미 뿌리가 호흡을 멈췄고, 수확을 목전에 둔 시금치들이 한순간에 고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단기간 들이부은 224㎜의 폭우…농가 예방 노력도 무용지물


남해군 기상 기록에 따르면 10월 23일부터 26일까지 단 4일 동안 무려 113.2㎜의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10월 한 달 누적 강수량만 224㎜로, 최근 5년 평년(88.38㎜)의 2.5배를 넘어섰다. 이미 10월 중순(18일~20일) 발생한 1차 강우로 토양이 한계치까지 물을 머금은 상태에서 태풍에 동반된 2차 폭우가 덮치면서 농경지는 순식간에 수중 상태로 변했다. 농가들의 억울함은 여기에 있다. 농민들은 연초부터 배수로 정비, 포장 관리 등 시금치 습해 예방 교육을 이수하고 영농 지침을 충실히 이행했다. 남해군 역시 집중강우에 대비해 마을방송과 문자로 수시로 현장 안내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번 강수는 농가의 관리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지역의 물리적 배수 용량을 완전히 초과한 '단기간 반복 집중호우'가 원인이었기에, 농민들의 사전 예방 노력조차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660ha 피해·180억 원 손실… 생계 기반 잃은 농민들의 절규


남해군이 10월 27일 농업기술과 5개 팀 11명으로 조사반을 편성해 관내 10개 읍·면 280필지를 대상으로 긴급 표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면적 46만 8,325㎡ 중 22만 420㎡에서 피해가 확인돼 피해율은 47%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피해 확산을 추정한 전체 피해면적은 약 660ha로, 2026년 시금치 재배 추정면적 1,100ha의 약 60%에 해당한다.
피해 양상은 생육 단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수확기에 접어든 포장 약 380ha는 생육장해로 수확 포기가 우려되며, 생육 초기 포장 약 230ha는 생육부진과 회복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또한 약 50ha는 발아 불량으로 재파종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규모는 점점더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피해로 인한 시금치 판매액 기준 피해 규모는 약 180억 원으로 추정되며, 종자·비료·퇴비 등 농자재 투입비용도 약 48억 5천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남해 시금치는 지역 농업의 대표적인 소득작목으로, 지난해 기준 3,980농가가 963ha를 재배해 약 398억 원의 판매액을 올렸다. 이번 피해가 현실화될 경우 농가소득 감소는 물론 지역 농업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기준 3,980농가가 398억 원의 소득을 올렸던 남해의 으뜸 소득원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예방교육과 농가 안내에도 불구하고 피해 발생


남해군은 그동안 시금치 습해 예방을 위해 농업인 교육과 영농지도를 지속적으로 실시해 왔다. 1월부터 9월까지 집합교육 15회를 통해 농업인 2,100명을 대상으로 배수로 정비, 포장 관리 및 습해 예방 재배기술 등을 교육했으며, 집중강우에 대비해 마을방송과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농가에 예방대책을 안내했다.
또한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을 적극 홍보해 지난해 366ha에서 올해는 11월 2일 기준 656ha로 가입면적을 확대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농가별 파종 시기와 보험 가입 기준의 차이로 일부 10월 파종 농가는 보험 가입이 어려웠던 만큼, 이번 피해가 농업재해로 인정되지 않을 경우 피해 농가가 최소한의 생산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우려된다.
남해군에서는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기간을 11월 6일에서 11월 20월까지 연장을 요청했다.
정부 차원의 공식 재해 인정 조치가 없다면, 농민들은 최소한의 영농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한 채 부채 더미에 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자연재해 인정 및 재해복구비 지원해야"


현재 농촌진흥청과 남해군은 시금치 습해 현장검정을 실시하고 객관적인 토양 과습 및 생육장해 원인 조사를 마쳤다. 현장을 확인한 남해군은 해당 피해를 「농어업재해대책법」 제2조에 따른 태풍·호우 등 '자연재해'로 즉시 인정할 것을 정부와 경상남도에 촉구했다.
남해군은 이번 피해가 단순한 생육 불량이나 농가의 재배관리 소홀에 따른 문제가 아니라, 태풍에 동반된 반복적인 집중강우로 농경지 침수와 배수 지연, 토양 과습이 발생하면서 작물 생육장해로 이어진 자연재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남해군은 앞으로 10개 읍·면 자체 전수조사를 통해 피해 규모와 작물의 생육 단계별 피해 상황을 면밀히 확인하고, 농업재해 인정 이후 조사 결과를 재난관리시스템에 입력하는 등 후속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기후와 태풍의 기습 폭우는 이제 개인 농가의 방제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농민들이 다시 밭으로 돌아가 내년 농사를 준비할 수 있도록, 정부는 신속히 이번 시금치 습해를 농업재해로 인정하고 실질적인 정부 지원을 즉각 이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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