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자연공방 김궁자 작가… 남해서 천연염색 26년, 천연염색의 새 계보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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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자연공방 김궁자 작가… 남해서 천연염색 26년, 천연염색의 새 계보 잇다

'그림조각보' 최초시도, 규방공예에 족적 남겨
'출장' 마치고 다시 시동, "인터넷 공방 열 것"

김동설 기자
2021년 02월 19일(금) 13:16
▲이동면 고모마을에서 자연공방을 운영하는 김궁자 천연염색 작가가 강원도 출장을 마치고 지난해 남해로 돌아왔다. 천연염색한 천을 다림질하고 있는 김 작가 모습
▲고모마을(이동면 남해대로2264번길 75-19)에 자리 잡은 '자연공방(구 무지개공방)' 전경


▲김궁자 작가는 '전통바느질 그림조각보'라는 자신의 영역을 개척했으며 그 노력을 널리 인정받고 있다. 사진은 2005년 제작한 '제1호 그림조각보' 두폭 가리개 작품 앞에서, 자신의 제자이자 동업자인 박혜경 씨와 포즈를 취한 김 작가


명주천에 쪽풀이 물들면 그것은 바다가 되고 하늘이 된다.

쪽빛 바다, 쪽빛 하늘……. 하늘과 바다가 쪽빛인데, 쪽빛이 물든 명주가 그것들과 다를까. 명주는 색을 오래 품기에 금방 색을 토해내는 다른 천들과는 그 결이 다르다. 불멸하는 파란 바다와 하늘을 많이 닮았다.

명주는 김궁자 작가의 손 안에서 파란 하늘, 파란 바다가 된다. 남해의 하늘과 바다가 좋아 남해에서 명주를 물들이는 김 작가. 한 때 남해를 떠났다고 알려졌던 자연공방(무지개공방) 김궁자 작가는 지금도 남해에서 명주에 파란 쪽물을 들이고 있었다. 그녀는 먼 곳으로 일을 하러 다녀왔을 뿐, 남해를 등진 것은 아니었다.



▲김궁자 작가는 '전통바느질 그림조각보'라는 자신의 영역을 개척했으며 그 노력을 널리 인정받고 있다. 사진은 2005년 제작한 '제1호 그림조각보' 두폭 가리개 작품 앞에서, 자신의 제자이자 동업자인 박혜경 씨와 포즈를 취한 김 작가


▲강원도서 남해공예인 실력 선보이고 돌아와

"한 1년 반 정도 강원도 영월에 다녀왔어요. 그곳에서 치유센터를 운영하는 지인이 도움을 요청해 가서 일을 해주고 왔죠."

오랜만에 만난 김궁자(67) 작가는 "반갑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남해를 떠나셨다고 들었는데 아주 가신 건 아니었나보다"라는 기자의 인사에 이렇게 답했다.

김 작가는 영월에서 천연염색 침구를 만들어 치유센터 활동에 도움을 주었노라고 이어 말했다.

"2018년 9월 강원도에 갔다가 2020년 3월에 돌아왔어요. 치유센터에서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바느질과 염색이니까 천연염색 이불, 앞치마, 커튼 같은 것들을 만들었는데 방문객들의 반응이 좋았어요. 서울에서 한옥 펜션을 운영한다는 한 방문객이 놀라며 배워가기도 했죠. 나중에 연락해보니 '만들어서 잘 쓰고 있는데 만들기가 어렵더라'며 엄살을 부리더군요."

산 좋고 바다 좋은 남해에 반해 남해로 들어와서 천연염색으로 남해의 매력을 더하고 있는 김궁자 작가. 남해를 넘어 멀리 강원도에 이르기까지 남해 공예인의 실력을 증명하고 돌아온 그녀. 김 작가가 천연염색과 함께 해 온 시간만도 26년에 이른다.



▲건조대에서 건조중인 천연염색 천들과 이를 이용한 의상 및 조각보 작품들. 천연염색에는 쪽을 기본으로 감, 황토, 쑥, 황연, 치자 등 다양한 재료가 이용된다.


▲천연염색 26년, '그림조각보' 창안

30년 전 남해에 터를 잡고 자연을 즐기며 살던 김궁자 작가는 어느 날 자신의 인생을 바꿀 스카프 한 점을 발견한다. 쑥물이 곱게 든 스카프의 발색은 그녀에게 큰 충격과 도전이 됐다.

김 작가는 "그때가 1995년 쯤 일거예요. 쑥물 든 스카프의 아름다움에 반해 천연염색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라고 말한 뒤 누구에게 배우셨느냐는 물음에 "책을 읽어가며 독학했어요. 저는 계보가 없어서… "라며 수줍게 말끝을 흐렸다.

김궁자 작가는 천연염색을 배우며 많은 어려움에 부딪혔다. 스승이 있으면 단 번에 일러줄 수 있는 것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습득할 수 있었다. 책으로 공부하며 독학으로 이루자니 당연한 일이었다. 어려움 속에서 천연염색에 대한 그녀의 내공은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일이 되려는지 20대 젊은 시절 익혀둔 바느질이 원자재(염색한 천)가 옷이 되고 생활용품이 될 수 있도록 그녀를 도왔다. 그리고 공예가 김궁자의 절기, '그림조각보'가 탄생했다.

"전통적으로 조각보는 옷을 짓고 남는 자투리 천으로 만들었어요. 저는 그 조각보에 이야기를 담고 싶었죠. 그렇게 전통기법으로 바느질을 하되 그림 작품이 되도록 만들다보니 '그림조각보'가 만들어졌어요. 전통바느질로 하는 '그림조각보'는 제가 국내 최초로 시도한 것일 거예요. 2005년에는 첫 작품인 두폭 가리개(관련 사진)가 완성됐어요."

김궁자 작가의 솜씨가 점차 알려지면서 남해는 물론 인근 지자체에서 교육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김해, 창원, 창녕, 의령, 거제, 남해 등 온 경남에 그녀의 천연염색과 바느질 기술이 퍼져 나갔다.

기술의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수상실적도 쌓여갔다. 김 작가는 2006년과 2007년, 2014년 경상남도공예품대전에 참가해 입상했으며 2014년 남해삼베작품디자인공모전 대상, 2016년 경상남도 도지사 표창 등을 수상했다. 2012년에는 생활개선남해군연합회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건조대에서 건조중인 천연염색 천들과 이를 이용한 의상 및 조각보 작품들. 천연염색에는 쪽을 기본으로 감, 황토, 쑥, 황연, 치자 등 다양한 재료가 이용된다.


▲건조대에서 건조중인 천연염색 천들과 이를 이용한 의상 및 조각보 작품들. 천연염색에는 쪽을 기본으로 감, 황토, 쑥, 황연, 치자 등 다양한 재료가 이용된다.


▲심기일전, '인터넷 공방'만들겠다

지난해 3월 남해로 돌아온 김궁자 작가는 11개월 간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몸은 한가했지만 머릿속은 앞으로 공방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를 두고 늘 복잡했다.

그녀는 그림조각보 도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자기개발을 하는 한편 인터넷을 활용한 스마트한 공방을 추진할 생각이다.

"조각보 도안을 잘하고 싶어요. 실은 그래서 회화를 배우고 있습니다. 이제 더 나은 도안을 만들어낼 수 있겠죠. 그리고 요즘 많이들 하는 유튜브를 이용해 천연염색 작품 제작 과정을 홍보하고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작품 판로를 열고 싶어요. 천연염색 체험키트를 판매할 수도 있겠죠. 아! 수업 문의가 많아서 토요일 오후에는 바느질과 천연염색 수업을 진행할 생각이에요. 코로나19 상황이 변수가 되겠지만요."

67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디지털 세상을 열겠다는 김궁자 작가. 기자는 그녀와 대화를 나누면서 '독학으로 천연염색을 깨쳐 <김궁자류 그림조각보>를 만들어낸 의지라면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덧붙여 그녀 자신은 "계보가 없어서… "라며 한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김 작가에게서 배운 후학들이 스승을 자랑스러워할 날이 곧 올 것'이라는 믿음도 함께.

천연염색 및 전통바느질 관련 문의 자연공방 055-864-2163, 김궁자 작가 010-2247-2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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