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 가격보다 낮은 올해 1등 마늘가격에 '충격'
통상 1000원 이상 차이 나든 1등, 2등 가격차 거의 없다
남도마늘 위기. 구조적 진단과 대책 시급
농가·농협·남해군 조속히 한자리서 대책 논의해야
홍성진 선임기자
2025년 07월 11일(금)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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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늘작황이 좋아 품질 좋은 1등급 마늘이 속속 경매장으로 향하고 있지만 기대치에 못미치는 마늘값 폭락에 농가마다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3일 기준 1등 마늘은 농협 경매장에서 2등급 마늘가격과 비슷한 kg당 4600원 선에서 거래됐다.
올 겨울 10kg 시금치 가격이 7만원 이상 거래된 상황에서 힘든 8개월 마늘농사에 1등급 마늘이 4만원 대라 더이상 마늘농사를 짓지 않겠다는 목소리까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3일 군내 농협 마늘경매가는 1등 4,649원(kg), 2등 4.267원, 3등 3,993원, 4등 3, 671원이었다.
평균적으로 상품성 좋은 1등 마늘과 2등 마늘값이 1,000~1,500원 정도 차이가 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400원 차이는 농가에는 큰 손실이다.
본지가 만난 농가들은 생산비를 계산하면 1등의 경우 7,000원 이상 나와야 하는데 5,000원도 못 받으니 힘든 마늘농사를 포기하고 시금치로 돌아서야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농협 관계자는 "지금은 농가마다 직거래가 활성화되어 좋은 마늘이 직거래로 빠져 나가고 있어 상대적으로 1등 중에서도 하품이 경매장으로 나오는 빈도가 높아졌다"면서 "시대의 흐름이지만 농가도 좋은 마늘을 농협 경매장에 출하해 주어야 전체적으로 좋은 가격을 형성할 수 있다"는 아쉬움도 피력했다.
현재 농협은 1등 마늘을 5500원(kg) 매취, 물량분산으로 경매가격을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다. 대서마늘이 주력인 창녕농협 초매식에서는 비슷한 이유로 마늘값이 턱없이 낮자 마늘을 내지 않다는 농가들의 항의로 경매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알싸하고 매운맛이 일품인 남해마늘은 파종부터 경매장까지 12공정이나 거치는 농가의 수고로 생산된다.
스페인마늘로 불리는 대서마늘과는 달리 남해마늘은 생산단계부터 수확까지 무척 고된 작업의 연속으로 상품화된다.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 남도마늘은 대서마늘보다 경매장에서나 시장에서 한 값 더 나가는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식당이나 김치생산 공장에서도 남도마늘보다 대서마늘을 선호하다보니 남해마늘, 제주마늘, 전라남도 마늘 등 남도마늘이 갈수록 수요처를 잃어 가고 있다.
또한 가정에서 김장용으로 남도마늘을 선호했지만 이마저도 시대가 변하며 수요처를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장 흐름은 어제 오늘의 일이라기보다 이미 인지되어 왔다.
대서마늘은 기계화가 가능한데다 구도 남도마늘보다 크 무게를 기준으로 하는 시장에서 수요처를 급격히 늘려왔다.
그 결과 대서마늘 생산지로 대표되는 창녕마늘 재배면적은 3800ha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반면 남해마늘은 해마다 면적이 줄며 2025년 기준 386ha로 내려 앉은 것으로 확인된다.
마늘의 경우 300ha가 주산지 기준이기에 당장 내년 마늘파종면적이 어느 수준에 머물지 걱정이다. 이와 관련 본지가 확인한 바로는 시금치 종자 신청량은 지난해에 비해 7,000봉지가 더 접수되었다고 한다.
한 봉지가 100평 농사라고 가정하면 이 수치대로라면 기존 면적에서 200ha 더 늘어나 시금치는 1100ha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야말로 남해마늘에 대한 방향설정뿐 아니라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농가 고령화, 인력부족, 시장거래처 감소, 소비자 트랜드 변화, 사회환경 변화, 시금치와의 관계 설정, 유통 등등 진단해야 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농가마다 갈수록 마늘농사를 포기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남해마늘이 가야 할 정책 방향과 대책 논의 또한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된다.
남해마늘을 비롯한 남도마늘이 위기다.
생산비 지원 등 특단의 대책없이 시장에만 맡겨 놓기에는 한계에 달한 듯하다.
조속한 시일내 농가, 농협, 남해군 등이 함께 모여 남해마늘산업에 진단과 대책, 그리고 가야할 방향설정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이어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