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년여 준비 마치고 문 여는 (사)남해FM, 이태인 대표이사… "군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문턱이 가장 낮은 방송국"

  • 즐겨찾기 추가
  • 2024.05.10(금) 18:04
▷인터뷰◁ 3년여 준비 마치고 문 여는 (사)남해FM, 이태인 대표이사… "군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문턱이 가장 낮은 방송국"

남해 지역,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로 채우는 사랑방 만들고파
2020년 9월 개국 준비 착수, 2년여 준비 마치고 드디어 개국
'남해FM' 앱 통해서도 실시간·팟캐스트·보이는라디오 즐길 수 있어
"군민이 만들어 가는 열린 방송", 재정적여건 '안갯속' "각계 도움 기대"

정영식 jys23@nhmirae.com
2022년 12월 09일(금) 17:42
'방송통신위원회 공고 제2020-092호 공동체라디오 예비수요조사 안내'.

우연히 눈에 띈 짤막한 이 한 줄의 공고문이 이렇게 힘든 여정으로 이어질 거라 이태인 씨는 그 때 짐작이나 했을까.

무더위가 한창이던 2020년 8월초 이태인 씨는 이 한 줄의 방송통신위원회 공고문을 접하고 그때부터 공동체라디오방송과 관련한 모든 자료를 섭렵하기 시작했다. 자료로 부족하면 현재 운영 중인 공동체라디오방송국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은 예사고, 토론회, 세미나, 설명회 등등 공동체라디오방송과 관련된 모든 것을 그의 눈과 머리에 담기 시작했다.

정부가 2004년 공동체라디오방송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2009년 7개 공동체라디오방송국 정식허가를 내어준 뒤 코로나19 등 재난·재해상황을 겪으며 공동체라디오의 역할, 로컬미디어로서의 기능이 다시 조명되며 정부는 시범사업 추진 16년 만에 신규 사업자 모집을 위한 공동체라디오 예비수요조사를 실시했다. 이 씨가 확인한 공고문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게 공동체라디오방송 및 방송미디어와 관련된 모든 정보들을 수집하며 1년간 흘린 땀이 200페이지 분량의 사업계획서에 녹아들었고, (사)남해FM공동체라디오방송(이하 남해FM)은 지난해 7월, 20개 신규 사업자 허가대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경남 최초이자 유일한 공동체라디오방송국이 남해에서 문을 열 수 있게 된 것이다.

신규사업자 허가 획득까지도 천신만고의 과정을 거쳤는데 이어진 1년은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나갔다. 이태인 대표는 오는 16일, 꿈에 그리던 공동체라디오방송 개국을 앞두고 있다.

개국을 앞둔 소감과 심경을 묻자 첫 반응이 웃음과 함께 새어 나온 깊은 한숨이었다.

▲남해FM공동체라디오방송 스튜디오에서 방송을 준비하고 있는 이태인 대표이사


"눈물 나죠. 맨땅에 헤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잖아요. 사람도, 돈도, 아무 기초지식도 없이 말 그대로 무에서 유를 만든 거니까요".

방통위 허가 후에도 첩첩산중과 같은 상황이 이어졌다. 본격적인 방송국 개국 준비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당장 재정적인 부분이 가장 걸림돌이 됐다. 스튜디오 공간을 마련하고 기자재와 인테리어 등 시설공사에 들어가야 했지만 그나마 믿었던 신활력플러스사업 보조금 집행이 늦어지면서 개국 일정도 예정과 달리 차질이 빚어졌다.

주변의 도움으로 이래저래 스튜디오를 갖췄지만 좀 더 나은 방송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의도치 않게 또 발목을 잡았다.

이태인 대표의 당초 구상은 스튜디오가 자리한 남해읍 북변마을 남해반점 건물 옥상에 송신탑을 설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좀 더 넓은 지역에서 더 많은 군민과 남해를 찾은 방문객들이 남해FM 방송을 접했으면 하는 욕심에 망운산 정상 KBS 중계소에 송신탑을 두기로 결정했다. 스튜디오 건물에 송신탑을 둘 경우 남해읍과 이동면, 고현·설천면 일부, 창선·삼동면 일부 지역이 가청범위(방송을 들을 수 있는 지역적 범위)에 들었지만 망운산 정상에 세울 경우 남해군 어디서든 방송을 들을 수 있었다. 전문가들의 조언도 마찬가지였다.

국가기간통신망인 망운산중계소를 이용하는게 쉽지 않을거란 예상은 했지만 더 나은 품질의 방송을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망운산중계소에 송신탑을 세웠다. 송신탑 높이가 높아진 만큼 역시 가청범위 확대는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다만 생각지 않았던 변수가 생기면서 또 한번 고비를 맞았다. 망운산 정상에 송신탑이 세워지자 낮은 출력의 주파수가 높은 출력의 전파수와 부딪히는 전파간섭현상이 생겼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FM 전파 특성상 전파가 지나는 지역에 장애물이 있을 경우 음영지역이 발생해 방송수신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었다. 그 지역이 군내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모여 사는 남해읍이란게 치명적이었다. 이미 설치비용과 행정적 절차를 거친 만큼 원점회귀는 불가능한 상황.

이태인 대표는 이같은 변수에 정공법으로 대응했다. 그릇된 판단으로 예상치 않은 결과가 나왔다면 그 결과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대안을 찾는 것. 그래서 나오게 된게 남해FM 앱이다.

미디어 환경 변화로 기존 지상파 라디오방송에서도 '보이는 라디오' 프로그램 편성이 늘어나고 기존의 유튜브 채널 병행운영을 계획해 온 만큼 앱 개발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개발된 남해FM 앱에서는 실시간 방송 듣기는 물론, 팟캐스트를 통한 지난 방송 듣기, 남해FM 유튜브 채널과 연동된 '보이는 라디오' 시청, 인터넷 신문과 같은 역할을 하는 남해소식을 확인할 수 있다.

방송시설 인프라 구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소홀히 할 수 없었던 것이 또 있다. 바로 방송 제작과 진행 등 전반에 참여할 인적 자원을 확보하는 것. 이태인 대표는 '군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가장 문턱이 낮은 방송국'이라는 남해FM 설립 모토에 따라 관심있는 군민을 대상으로 방송자원활동가를 모집하고 방송제작역량을 키우는 작업도 병행했다.

개국을 앞둔 현재 남해FM의 방송자원활동가는 총 44명. 다양한 계층, 다양한 경력과 관심사를 가진 우리 이웃들이 직접 남해FM의 방송코너를 구성하고 진행까지 도맡는다.

이 대표는 이들이 남해FM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소개했다.

남해FM은 현재 정보제공과 음악·문화 프로그램 등 크게 두 카테고리로 나눠 방송을 준비 중이다. 이중 일부 코너는 이미 시험방송을 송출, 군민들에게 공개되기도 했다.

방송법상 보도에 관한 프로그램 편성은 금지돼 있지만 지역 축제나 행사정보, 단순 동정 등을 전하는 소식은 언제나 다룰 수 있다. 또 남해FM 설립 초기부터 가장 핵심적인 역할로 상정해 온 재난·재해 정보 제공은 각별히 공을 들여 지속해 나갈 방침이다.

방송자원활동가도 매년 50명 수준에서 지속적인 교육과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양성해 나갈 계획이다. '남해FM을 지속시키는 가장 큰 힘이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이 대표의 믿음 때문이다.

그럼에도 개국을 앞둔 지금 기대와 설레임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개국 준비단계부터 늘 가슴 위에 바위를 올려둔 것 같은 재정적 부담 때문이다.

방송자원활동가들의 열정적인 참여와 헌신으로 인건비 부담은 당분간 덜 수는 있지만 계속 이렇게 '열정'만 강요하기엔 한계가 있다.

'비영리 공익방송'이지만 방송법 시행령에 따라 방송광고, 협찬고지, 기부금, 지자체보조금, 회비 등은 방송 운영 재원으로 허용된다.

"본격 개국하고 나서 남해FM의 정체성을 좀 더 확고히 하고 군민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남해FM을 받아주실 때까지 일정 시간은 필요할 겁니다. 그 때까지는 힘들어도 버텨야죠. 그러면서 법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 어떻게든 재정안정화 방안을 찾아야죠. 그런 차원에서 남해군이 남해FM의 설립취지나 향후 역할 등을 고려해 지자체 보조금 지원에 좀 전향적이고 긍정적인 판단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게 사실입니다. 법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남해FM 이태인 대표는 인터뷰 내내 "군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남해FM"이라는 점을 거듭 거듭해 강조했다.

"방송이라고 해서 어렵게 생각하실 것 없습니다. 누구나 내가 살아온 이야기, 우리 주변의 이야기, 내가 가진 관심사 그 어떤 것이라도 이야기할 수 있고 남해FM의 마이크는 늘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군민 앞에 놓여있습니다. 그렇게 군민들의 따뜻한 관심과 많은 참여로 우리 지역의 소통의 폭을 넓히고,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방송을 하나 만들어 가는거죠. 그렇게 우리 군민 모두가 아끼고 자랑스러워 할 만한 자산 하나를 함께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오는 16일, 남해FM 개국을 앞둔 이태인 대표이사가 군민들에게 전하는 간곡한 당부의 말이다.
▲남해FM은 오는 16일 개국한 뒤 44명의 방송자원활동가들이 꾸려가는 약 20여개의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남해FM은 오는 16일 개국한 뒤 44명의 방송자원활동가들이 꾸려가는 약 20여개의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남해FM공동체라디오방송, 오는 16일 개국
인기기사 TOP 5
남해
자치행정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