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지역 문화, 살리기에 나선 주민들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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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지역 문화, 살리기에 나선 주민들 '화제'

남면 주민들, 4.8일 제1회 남면 낭만 문화 산책 기획 및 추진

홍성진 선임기자
2023년 03월 10일(금) 14:53
▲제1회 남면 낭만 문화산책 팜플렛남면 주민들이 역사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는 내 지역문화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며 소중한 지역문화를 이어나가는 한편 적극적으로 전국에 알리는 사업으로 기획 추진하고 있는 제1회 남면 낭만 문화 산책 소개 팜플렛.
▲ 지난 7일 열린 남면낭만문화산책추진위 회의 장면. 이날 추진위원들은 오는 4월 8일 열리는 제1회 남면 낭만 문화산책 행사의 성공적 추진 위해 준비상황 등을 점검했다.


남면 사람들이 역사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는 내 지역문화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며 소중한 지역문화의 명맥을 이어 나가는 한편 이를 적극적으로 관광자원화하는 사업을 기획 추진하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남면주민자치위원회는 지난해 약 30여명으로 구성된 남면문화산책추진위원회를 구성, 오는 4월 8일 '가자!! 쪽빛바다 남면 봄소풍'이라는 슬로건 아래 제1회 남면 낭만 문화 산책(여행)을 연다.

주민 스스로 기획하고 남면사무소와 힘을 모아 추진하고 있는 제1회 남면 낭만 문화 산책은 여러 면에서 기존 축제나 행사와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제1회 남면 낭만 문화 산책은 기존 마늘이나 멸치 등을 매개로 한 특산물 축제나 행사, 자연경관 중심의 축제나 행사, 먹거리축제나 행사와는 기획단계에서부터 거리가 있다. 사라져 가는 문화를 되살리고 이를 활용해 지역관광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또한 관 주도의 기획이나 축제의 성격이 아니라 지역의 소중한 문화들이 사라져 가고 있는 현실을 극복해 내고자 주민들 스스로 대대로 이어온 문화에 대한 새로운 자각을 통해 농촌공동체를 지키내자는 의도로 기획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주민 스스로 중심이 되어 기획한 제1회 남면 낭만 문화 산책은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관심의 영역 밖으로 밀려난 농촌, 농촌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지역문화 소실, 물질만능 문화로 약화된 농촌지역 공동체 정서(유대감) 등의 농촌위기를 극복할 하나의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제1회 남면 낭만 문화 산책 어떻게 기획·추진 되었나

남면(면장 이광수)에 따르면 지난해 열린 남면주민자치회 위원들은 "그동안 추진해온 사업들은 마을 꽃동산 조성 등 타 지역 사업들과 비슷하거나 중복되는 사업들이 주를 이뤘고 또 기획보다는 지역에 필요한 하드웨어적인 인프라 구축 사업 중심으로 남해군에 건의되어 온 측면이 강하다"고 평가하고 "남면에서는 농촌문화 또는 공동체 정서(유대) 소실 위험을 극복하는 대안을 찾는 가치 있는 사업을 발굴해 추진키로 한다"는데 뜻을 모았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12월 16일 남면 주민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주민총회에서 제1회 남면 낭만 문화 산책(여행) 사업이 2023년 주민자치 사업으로 선정되었다. 남면 문화를 알리는 한편 지역관광사업 활성화를 위해 제안된 제1회 남면 낭만 문화 산책(여행)이 3개의 제안 사업 중 주민 투표 결과 1위로 선정되었다고 밝혔다.



▲ 전국서도 찾기 힘든 소중한 지역문화, 프로그램에 장착

남면낭만문화산책추진위원회가 최근 내놓은 행사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관광객들이 남면의 가치있는 지역문화를 인식하고 참여토록 유도하는 콘텐츠가 마련되어 있어 눈에 띈다. 특히 이 행사는 특정마을이나 지역이 거점이 아니라 남면 일대를 아우러는 동선을 마련했다는 점과 관광객이 체험하고 싶은 남면의 문화를 선택해 갈 수 있도록 참여마을을 설정했다는 점도 또한 주목된다. 자유로운 흐름을 따라 이동할 수 있고 특히 머물 고 싶은 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했으며 마을에서 제공하는 토속 음식 또한 즐길 수 있게 준비되었다.

아울러 도보나 차량을 이용해 두곡마을, 임진성, 선구마을 등 5곳을 방문해 방문 스탬프를 찍어 오면 마지막 종착지인 구미마을 숲에서 완주증과 완주 상품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 되었다. 4월 8일 10시 30분 두곡해수욕장에 집결, 남면 봄소풍이 시작되면 군민 및 관광객 누구나 선구항촌 몽돌해변~사촌해수욕장~임진성~구미숲 동선을 참고해 자유롭게 남면문화를 즐기는 봄소풍을 떠나면 된다.

두곡마을에서는 남면 전통문화인 화전놀이와 함께 성인식 행사가, 선구마을에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재인 선구줄끗기, 역사교훈현장인 석굴 등의 유래와 교훈을 배울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 또한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누구나 임진성을 찾아 이 성에 대한 전시물들을 살펴보고 과거 지역민들이 우리 문화를 소중히 생각했던 발자취와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전시물들을 살펴볼 수 있다.

아름다운 노을로 유명세를 더하고 있는 종착점인 구미숲에서는 버스킹 공연이 펼쳐지며 주민들이 마련한 미역 등 지역특산물 판매장 및 향토음식, 해산물 등을 맛볼 수 있는 먹거리 장터가 준비된다.



▲ 4.8일 군민과 관광객들에게 선보일 남면 문화

오전 10시 30분 집결지인 두곡월포해수욕장에서는 남해 화전놀이의 백미인 '두곡마을 성인식'이 거행된다.

군민뿐 아니라 관광객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두곡마을 성인식은 화전놀이 중에 행한 전통 문화행사다. 두곡마을 화전놀이는 타 지방의 꽃놀이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일종의 성인식인 '총부를 내라'라는 풍속과 함께 진행됐다. 이는 진달래 꽃잎을 따다가 화전(花煎)을 지져 먹거나 춤과 노래를 부르며 고단한 일상을 잊고 하루를 즐겼다는 단순 화전놀이와 구분된다.

마을에서는 '화전꽃놀이'날 미리 선정된 청년에게 "이제부터 성인으로서 사회와 마을, 가정에 책임을 다하며 살아야 한다"는 축복의 덕담과 함께 동수가 막걸리를 한 잔 따랐다.

성인으로 인정하며 사회와 가정에 책임을 다하라는 축복의 의미를 담은 성인주를 내리는 풍습이다. 청년의 성장은 그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의 자산이었기 때문에 '총부(책임 부여)를 내게 하고 공동체의 일원(성인)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두곡마을 '화전 꽃놀이'는 단순한 꽃놀이를 넘어 농번기를 앞두고 치른 유의미한 공동체문화였다.

두곡마을 최길세 이장은 "두곡해수욕장을 찾아 오면 자녀들의 앞날을 축하하는 의미 있는 성인식 행사도 직접 참여할 수 있다"면서 "남해만의 아름다운 풍속을 지켜 가는데 관광객뿐 아니라 군민들께서 적극 동참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선구줄끗기는 사실 역사에서 사라질 뻔했지만 이 마을 주민들의 노력으로 오늘날 세계 인류무형문화재로 등재 되었다. 일제는 민족 혼과 전통을 말살하기 위해 선구마을에 내려오던 줄끗기(공동체의식강화)를 중단시켰지만 김찬중씨 등이 문화의 맥을 이어 후손에게 물려주고자 60년만에 재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또한 선구마을에는 일제가 전쟁 목적으로 파헤친 해안 석굴이 무려 8개가 산재해 있다.

선구마을에 주둔한 부대가 여수가 훤히 보이는 선구와 사촌 사이 해안에 암벽을 뚫어 요새를 만들었는데 남해사람뿐 아니라 인근 사천 등지서 끌려온 주민들로 구성된 '근로보국대(保國隊)'를 강제 조직해 노역을 시켰다. 일제가 석굴을 뚫은 것은 연합군이 군수물자 보급지인 여수를 기습하고 상륙작전을 펼친다는 소문에 대공포 등을 설치해 여수를 방어하기 위해서 였다. 4월 8일 아픔의 역사를 딛고 일어선 우리 문화(선구줄끗기)와 후손들에게 역사교훈장으로 물려주어야 할 현장이 전해지는 곳(해안 석굴) 선구마을을 찾아 교훈을 얻어가는 제1회 남면 낭만 문화 산책이 되었으면 한다.

선구마을 박영수이장은"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테마로 하는 이같은 의미있는 행사가 앞으로도 지속되길 바라며 군민들도 방문해 선구마을의 역사문화를 살펴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선구마을에 가면 마을의 역사와 문화 전시물을 살펴볼 수 있고 몽돌해변에 마련된 해물파전 및 막걸리, 그리고 앞바다에서 잡힌 신선한 수산물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임진성에는 문화재를 지키려는 마을주민들의 애착과 애향심에 대한 스토리가 전해오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금은 작고하신 이 마을 하주형 어른과 그의 뜻에 동참하는 주민들이 약 40년 전 임진성기념사업회를 조직했고 당시 2층 규모의 임진성기념관(박물관)까지 건립했다. 실제로 민보산성 입구 밑 배당저수지 맞은편에는 그 옛터와 당시 하주형 어른이 운영했던 약국터가 남아 있다.

당시 하주형 어른은 역사의 흔적인 임진성이 방치되고 그 유물들이 훼손되고 있는 점을 안타깝게 여겨 사비를 들여 임진성기념관을 2층 규모로 건립한 것이다.또한 자신이 수집한 유물뿐 아니라 주민들이 논밭을 갈거나 나무를 하러 다니며 모은 유물들을 모아 이곳에 전시했다고 한다. 약 30년 전 사라진 '임진성기념관'은 사실상 박물관이었다. 주민들은 "1층을 가득 메운 유물들은 유리관 속에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었다. 팔뚝만한 길이의 돌칼, 청동기 돌칼, 각종 토기, 성에 사용된 기와, 몽돌탄환, 사기, 백자, 가마 등이 있었다. 2층에서는 당시 국민학생 글짓기대회도 열렸다" 증언했다.

현재 임진성보존회가 임진성에 대한 그간의 주민노력을 반영하듯 그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상가 남구 고기홍 이장은 "우리 주민들의 지역문화재에 대한 애착은 타 지역과 비교될 정도로 깊었다"면서 "문화재의 역사도 역사지만 이들 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 또한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이같은 주민 노력 또한 제대로 조명되어 임진성이 누구나 찾는 대표적인 남해관광지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4.8일 제1회 행사를 앞둔 남면 주민들의 반응

남면낭만문화산책추진위와 주민자치회 소속 주민, 그리고 이장단에 따르면 올해 남면은 사라져가는 지역문화를 재조명하고 이를 통해 지역관광활성화도 도모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키로 뜻을 모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사라져 가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관광사업으로 새롭게 재조명하는 작업은 그간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영역이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같은 시도가 의미가 크고 가치가 있다는데 남면장 이하 전 직원들이 적극 나서주고 있어 선진 행정의 사례로 손꼽고 싶다는 반응이다. 웬만하면 익숙한 기존 사업들로 추진했었도 무방했다는 이야기다.

양태종 자치회 회장은 "무엇보다 남면사무소와 함께 주민 스스로 의미 있는 기획에 힘을 쏟았다는 점과 향우들도 지역문화와 관련된 사업이다보니 큰 관심과 성원을 보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거 끈끈했던 지역공동체의 유대감을 되살리는 뜻깊은 행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제1회 첫 시도다보니 부족한 예산마련에 고민을 거듭해온 이광수 면장과 면 직원들에게 미안함이 앞선다"고 말했다.

이어 "산고 끝에 만들어진 제1회 행사이기에 앞으로 생명력을 가진 남해의 문화 여행 행사가 될 것을 확신한다"며 "당초 의도한 대로 사라져 가는 소중한 남면 문화들을 지켜내고 나아가 지역문화가 외지 관광객들에게 감동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제1회 남면문화산책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선조들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우리 지역의 문화가 인구감소 등 현실적 어려움으로 멈춰서는 안된다. 어렵더라도 이런 행사를 통해 우리의 문화가 유지되고 나아가 관광객들의 호응을 얻어 해를 거듭할수록 생명력 있는 행사로 자리잡길 진정으로 바란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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