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자의 인문학 이야기] 스튜디오 지브리의 최고작은 만화영화가 아니었다

  • 즐겨찾기 추가
  • 2024.05.10(금) 18:04
[조기자의 인문학 이야기] 스튜디오 지브리의 최고작은 만화영화가 아니었다

영화의 비판을 수용해 걸작으로 재탄생 된 만화판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거장이 바라본 '인류의 문명과 이기', '생명 그 자체의 존중과 화합'

조승현·백혜림
2023년 12월 01일(금) 15:58
▲영화판의 아쉬운점을 수용하고 재탄생된 만화판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걸작으로 완성됐다.
▲영화판의 아쉬운점을 수용하고 재탄생된 만화판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걸작으로 완성됐다.


영화판으로 이미 유명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원작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애니메이션화를 고려하지 않고 본인 취향과 사상을 담아 연재했던 만화입니다.

이 만화는 연재 도중에 영화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으며, 영화판 개봉 이후 미야자키 감독은 1994년까지 수차례 연재 중단을 하면서도 13년에 걸쳐 만화판을 완결지었죠.

따라서 영화판 애니메이션과 만화는 동일 세계관의 별개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만화판은 영화판 애니메이션과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의 이름과 외모 정도만 같을 뿐 캐릭터 묘사와 같은 부분에서 많은 차이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보다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인물들의 심리 묘사와 이해관계 등을 구현하는데 성공했죠. 만화판은 총 7권 분량으로 긴 편은 아니나 시원스러운 상황 전개와 개연성 있는 서사, 매력적인 설정과 떡밥 회수까지 전부 해낸 몇 안 되는 작품으로 평가받았고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1,700만 부가 팔려나가며 평가와 흥행 전부 성공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줄거리는 불의 7일로 인해 멸망한 세상에서 벌어지는 박진감 넘치는 모험 활극으로, 영화판 애니메이션의 서사와 주제를 더욱 확장하고 완성시킨 형태로 재탄생시켜 호평을 받았습니다.

영화판, 만화판 모두 인간과 자연의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만화판은 더 나아가 유토피아의 존재와 의의, 허무주의를 조장하는 종교에 대한 비판, 인간의 자유의지와 본성에 대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영화판을 본 적이 있다면 만화판을 통해 그 진정한 종착점을 직접 확인해 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결과적으로 만화판 나우시카의 최종적인 주제는 생명 그 자체의 소중함과 위대함, 이렇게 영화판에서 차원이 달라진 수준으로 만화판에서 깊은 주제를 다루다 보니, 일본에선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애니메이션으로 봤으면 아이, 코믹스로 보면 어른"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죠.

특히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의 주인공인 '바람계곡'의 공주 '나우시카'는 황폐화된 지구를 배경으로 인간들 사이의 갈등과 전쟁, 자연 생태계의 위기 현상 등을 목도하고 이를 해결하고 중재하기 위해 노력하는 능동적인 인물로 묘사됩니다.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에서는 절대적인 선과 악을 나누지 않고 입체적인 인물들을 여럿 등장시켜 다양한 시각과 입장을 대변케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느낀 바 있습니다. 또한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 중에서 '순수한 선' 그 자체를 나타내는 인물들은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많지 않다고 생각했으나 나우시카는 자신의 '희생'을 무릅쓰고도 모든 분쟁과 갈등을 해결하려는 인물로, 다소 무모하거나 극단적이라고 보일 정도로 박애주의적 성향을 강하게 드러낸 인상을 받았습니다.

인류와 문명의 끝이 자연과의 멸망일지 공존일지, 소위 말하는 세기말 감성의 SF만화는 나우시카가 등장한 시대적으로도 많은 인기몰이를 한 주제들입니다.

'은하철도999'나 대표적으로 미야자키 감독의 또 다른 작품인 '미래소년 코난' 등이 있으며, 소위 말하는 일본의 문화 부흥기인 70년대 말부터 80년도에 탄생한 작품들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들이죠.

이렇듯 많은 세기말 감성의 SF만화들에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주제 의식은 '인간의 끝없는 탐욕'으로 인해 지구와 환경, 기후의 위기 등을 초래하고, 이는 인간들이 짊어지고 책임져야 하는 과업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는 점균으로 뒤덮인 세상을 '오무(코끼리보다 큰 벌레로 묘사되는 자연을 대변하는 존재)'들이 대이동하여 자신의 육체를 모체로 삼아 자연을 정화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인간들의 과오로 오염된 자연을 자연의 일부인 오무들이 자신을 희생해서 치유하는 것을 보고 나우시카는 함께 자신도 희생해서 이들의 일부가 되려고 하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인간들이 인질로 잡아 죽기 직전까지 다친 새끼 오무의 곁을 지키며 교감하는 모습을 보여 오무 떼들이 다친 나우시카를 치유해주기까지 하는 장면 또한 '희생'의 메시지를 일관적으로 드러냈고, 이는 영화판과 만화책에서 거의 똑같이 연출되어 많은 감명을 준 장면입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만화책과 영화판 두 가지 버전이 있으며, 영화판은 만화 1권의 줄거리와 유사합니다.

만화책과 영화판 둘 다 추천하지만, 만화책에서는 영화판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인물들과 이해관계 등을 보다 심도 있고 세심하게 표현되어 있어 만화책을 먼저 감상하시고 영화판을 감상하시는 것을 감히 추천드립니다.

특히, 만화판에서는 영화판의 비판을 수용하고, 일차원적이었던 토르메키아의 황녀 '크샤나'가 만화판에서는 '나우시카'를 만나면서 보다 너무나도 매력 넘치는 입체적인 인물로 묘사되니 만화책으로 '나우시카'와 '크샤나'의 모험을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요.
인기기사 TOP 5
남해
자치행정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