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자의 영화 이야기] '서울의 봄' 손익분기점 500만 관객 돌파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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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자의 영화 이야기] '서울의 봄' 손익분기점 500만 관객 돌파기념

"나, 다시 돌아갈래!"… 한국 현대사를 다룬 걸작, '박하사탕'
주인공 '영호'가 다시 가고 싶었던 곳(시절)은?
드라마틱한 영화적 구조와 배우들의 열연

조승현 jsh49@nhmirae.com
2023년 12월 08일(금) 11:53


지난달 22일 개봉한 '서울의봄'이 5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손익분기점을 돌파하고 천만관객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12.12 군사반란'같은 무겁고 어두운 한국 현대사에 관한 주제를 다룬 영화가 흥행해 침체기였던 국내 극장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은 상당히 고무적으로 느껴집니다.

지난번에는 '12.12 군사반란' 앞뒤 맥락을 이해하기 쉽게 비슷한 시기에 사건이 일어난 소재를 다룬 영화들을 소개했었습니다.

이번에는 한국 현대사 관련 작품 중 당연 뛰어나기도 하며,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영화 '박하사탕'에 대해서 얘기해보겠습니다.





■ 군부독재시대부터 현대자본주의시대까지

2000년 1월 1일에 개봉한 21세기 첫 번째 영화인 '박하사탕'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내용이 아닌 지난 20세기의 마지막 20년을 되돌아보는 영화였습니다.

20세기와 21세기를 이어주는 듯한 '박하사탕'에서는 힘들었던 20년간의 한국 현대사를 되돌아보는 기능말고도 격변하던 시기에 휩쓸려간 인물들 따뜻하게 쓰다듬어줘 안식을 안겨주는 듯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세 주인공 김영호(배우 설경구), 윤순임(문소리), 양홍자(김여진)는 시대에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가해자가 된 피해자들입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진압', '폭력적인 군부독재정권 경찰의 수사', 'IMF 외환위기' 시기 산산이 조각난 가정을 차례차례 비추며 동정의 여지도 사라지게 만드는 인물들의 행보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인물들의 비참한 최후로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 과거로 가는 기차

'박하사탕'은 이야기가 점점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내용으로, 영화만이 가능한 드라마틱한 구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상 깊은 메인 타이틀곡이 흐르고, 누구나 아는 명대사가 등장한 직후 기차 앞모습을 비추는 것 같은 장면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바닥에 떨어진 벚꽃잎이 다시 나무에 들러붙고, 자동자가 후진으로만 이동하고, 어린아이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뒷걸음질 치는 모습을 통해 '뒤로 향하는 기차의 모습을 거꾸로 재생하는 장면'인 것을 금방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바로 주인공들의 과거로 향하는 기차입니다. 기차는 사흘 뒤에 정차했다가 5년 전인 1994년,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1987년 등을 거치며, 모두에게 잔인했던 1980년 5월로 향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기차가 주인공 김영호와 함께 도달한 1979년은 김영호가 돌아가고 싶었던 곳입니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 역시 기차를 타고 같이 주인공의 '주마등'같은 여정에 함께하는 느낌이 드는 참신한 연출이었습니다.



■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곳(시절)

1999년부터 1979년까지 주인공 김영호의 20년 세월을 7개의 에피소드로,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외친 주인공에 대한 의문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해소시켜줍니다.

김영호가 다시 돌아가고 싶었던 곳은 영화상에서 의미심장하게 묘사되는 군화에 짓밟힌 '박하사탕', '착한 손'의 타락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맞은 '총알' 등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인 것 같았습니다.

그 시절은 주인공 김영호는 자신의 첫 사랑과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시절이기도 합니다. 과거로 향한 기차 여행 끝에는 순수하고, 옆에 흐르는 강물처럼 맑았던 시절로 가고 싶은 영화 첫 장면에서의 주인공의 바램이 가득 담겨있는 듯했습니다.

영화 클라이맥스에 벌어진 '5.18민주화운동' 사건에서 주인공 김영호는 상부의 명령에 반대되는 행동을 하기도 했지만 '보이지 않는 총알'에 맞은 이후 비극이 시작됩니다.

결국 김영호는 자신이 잘못된 짓을 할 때마다 첫사랑 윤순임과 함께 순수했던 시절을 떠올리는 동시에 항상 자학, 세상을 향한 분노의 표출이 함께했습니다.

순수할 정도로 새하얗고 단 맛을 보인 '박하사탕'은 맵고 톡 쏘는 첫맛을 동시에 지니고 있듯이 격동의 시대를 지낸 김영호를 비유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한국 영화의 대단한 성취로 길이 남을 '박하사탕'은 영화만이 가능한 드라마틱한 연출로 신선한 이야기를 구성해 관객의 마음에 와 닿은 지극히 한국적인 영화로 거듭났습니다.

'서울의봄'을 재밌게 보셨다면 잔혹한 한국 현대사를 가장 영화적으로, 예술적으로 잘 다룬 '박하사탕'도 감상해보시는 것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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