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자의 영화 이야기] 영화에 대한 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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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자의 영화 이야기] 영화에 대한 헌사

"영화에 대한 장대한 고백"… 영화에 대한 러브레터같은 영화들
역대급 캐스팅으로도 화제가 된 '바빌론',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두 천재 감독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바치는 영화와 영화인에 대한 헌사와 추모

백혜림·조승현 기자
2023년 12월 15일(금) 15:12


오스카 감독상,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 감독상 등을 수상한 감독이자 봉준호 감독이 가장 존경하는 감독인 동시에 한국 범죄, 느와르 영화에 많은 영향을 끼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최근 영화계에 큰 논쟁거리를 남겼습니다.

이 감독은 지난 2019년 디즈니가 공장식으로 제작하는 마블 영화에 대해 "감성적이고 심리적인 경험을 전달하는 영화(Cinema)가 아닌 테마파크"라는 말을 남겨 지금도 이 논쟁의 연장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할리우드에서는 이에 부응이라도 하듯이 과거에 영화를 제작하는 영화들을 만들어 영화(Cinema)의 의미에 대해서 명감독들 자신만의 생각을 담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젊은 감독과 은퇴를 바로 앞에 둔 두 천재 감독이 영화에 대해서 어떤 말을 전하고 싶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할리우드의 추한 모습도 모두 좋아해"…'바빌론'

'라라랜드'로 오스카 감독상을 수상해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젊은 스타 감독으로 떠오른 '데미언 셔젤' 감독은 4번째 작품으로 할리우드 1927~8년 유·무성 영화 교체기를 다룬 영화 '바빌론'을 제작했습니다.

브래드 피트와 마고 로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바빌론'에서 1920년대 할리우드는 그야말로 광란의 파티가 지속되던 황금기였습니다. 마약과 향락이 난무하고, 파티장에서 당장 내일 영화를 촬영해야하는 조연 배우가 사망해도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다시 영화가 제작되던 시절입니다.

이어서 3시간이 넘는 영화 상영 시간 내내 주인공들의 유성 영화 적응기가 펼쳐지고, 타락과 나락으로 향하는 비참한 말로를 비춰줍니다. 마치 이것이 '영화의 역사', 영화인(人)들과 영화 산업이 걸어온 길이라고 말하는 듯 했습니다.

그럼에도 '바빌론'이 영화에 대한 열렬한 '러브레터'같이 느껴지는 이유는 '바빌론'의 주인공들처럼 영화 산업의 추악한 모습과 비참한 영화인들의 퇴장까지도 모두 존재했기 때문에 지금의 영화가, 영화 산업이 이어진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 때문입니다.

영화의 호불호와는 별개로 이 영화의 엔딩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라 생각되며, 그 이유는 지난 100년간의 할리우드 영화의 역사를 파노라마처럼 담아내 이 영화의 주인공들로 대변되는 지난 영화 역사의 영화인들에게 차례차례 존경을 담아낸 느낌이기 때문이죠. 특히 영화의 시초인 '움직이는 말'로 시작해 최초의 영화 '열차의 도착', 최초의 SF영화 '달세계로의 여행'부터 '터미네이터2', '인디아나 존스', '쥬라기 공원', '매트릭스', '아바타'까지 영화사에 길이 남을 영화의 표현과 기술의 발전에 기여한 영화들을 리드미컬하게 차례차례 비춰주기 때문입니다.


■"영화인이, 영화인에게, 영화로 바친 헌정과 추모"…'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개봉 전부터 초호화 캐스팅으로 주목받은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킬 빌'에서 메가폰을 잡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거장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9번째 영화입니다.

주연으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릭 달튼 역을, 브래드 피트가 클리프 부스 역을 맡았으며, 마고 로비는 샤론 테이트 역을 맡아 그야말로 배우들 중에서도 스타 중의 스타, 톱스타들로 초호화 군단을 이룬 셈이다. 특히 거장 감독의 지휘 아래 세기를 대표하는 걸출한 배우들이 모였기에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의 기대를 한데 모은 작품입니다.

작품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1960년대의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때는 잘나갔었던' 액션배우 릭 달튼과 그의 스턴트 대역인 클리프 부스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으며, 그 당시 미국 전반에 퍼져있던 히피 문화와 그와 관련해 실제로 일어났던 할리우드의 비극적인 사건 '찰스 맨슨 살인사건'에 대해 영화적인 각색이 이루어진 대체역사물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찰스 맨슨 살인사건은 미국의 유명한 살인사건 중 하나로, 그 당시 호러 영화로 유명했던 감독 로만 폴란스키의 부인이자 배우 출신인 샤론 테이트가 잔인하게 희생되어 할리우드뿐만이 아니라 미국 전역에 큰 충격을 주었죠. 이에 많은 인사들이 안타까워하며 애도를 표했고, 이와 관련된 영화와 작품 등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타란티노 감독 역시도 이 영화에서 그 비극적인 사건을 대체역사물로 각색해 타란티노 감독, 그만의 방식으로 같은 영화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했다고 볼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영화인이', '영화인을 위해',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한 방식으로 희생자를 기리고 애도하는 한편 히피 문화와 사상이 낳은 괴물인 가해자에게 대신 분노를 드러내고 복수를 했다고 느낄 수 있는 연출 장면들이 다분했기 때문입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1960년대의 할리우드와 히피들을 제대로 고증했다는 평가를 받는 영화로, 타란티노의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애호가들이 아니더라도 세계적 톱스타 군단으로 이뤄진 주연 배우들의 열연과 그에 못지않은 미모를 감상하고 싶다면 부담없이 추천드릴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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