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자의 영화이야기] '노량: 죽음의 바다', 개봉 1주일 만에 250만 관객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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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10(금) 18:04
[조기자의 영화이야기] '노량: 죽음의 바다', 개봉 1주일 만에 250만 관객 돌파

"원수를 갚을 수만 있다면 이 한 몸 죽어도 여한이 없겠나이다"
노량 해전, 조·명·일 동아시아 3국이 뒤엉킨 국제전의 현장 재현
현재도 지속되는 성웅(聖雄) 이순신 장군의 '독려'의 북소리

백혜림·조승현 기자
2023년 12월 29일(금) 17:02
지난 20일 남해보물섬시네마에 '노량: 죽음의 바다'가 개봉했습니다.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던 극장가는 지난달에 개봉한 '서울의 봄'에 이어서 이번에 개봉한 영화 '노량'까지 관객들로 가득찬 풍경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이번 영화 '노량'에서는 100분간에 달하는 노량 해전은 물론이고 이순신 장군의 최후를 다뤄서 큰 화제가 됐습니다.

게다가 남해 바다에서 치러진 전투이기에 익숙한 지명들이 언급돼 더욱 몰입하기 쉬웠습니다.

드라마틱한 전개를 위한 몇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고증도 거의 완벽에 가깝습니다.

이번에는 '노량: 죽음의 바다'가 역사의 현장을 어떻게 재현하는데 성공했는지 설명하겠습니다.



■100분간 펼쳐지는 압도적인 스케일의 노량 해전

우선 김한민 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힌 바대로 100분 가까이 노량해전을 재현했습니다. 조선군의 함포 사격부터 화공, 신기전, 대장군전을 차례대로 사용하는 장면은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게다가 조선군은 일본군의 허리를 끊어 후미를 집중타격하는 장면과 기동력이 빠른 일본군의 돌격 전술을 잘 살렸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카메라 시점을 십분 활용해 왜란 발발 이래 최대 규모의 전쟁 규모를 아주 잘 묘사했습니다.

조·명 연합군뿐만 아니라 일본군의 세세한 부분까지 묘사해 동아시아 국제전임을 실감케 했고, 할리우드의 '캐리비안의 해적', '300: 제국의 부활'같은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해상전투 위주의 영화들에 비해 부족하지 않은 연출이었습니다. 특히 명나라군과 일본군은 '고향이 돌아가기 위한 싸움'이라는 동기와 조선군의 '원수를 온전히 살려보내지 않고 재침략을 방지'하려는 당위성으로 더욱 처절한 전쟁으로 표현됐습니다.

이 영화의 백미인 백병전 장면에서 명나라군에서 조선군, 다시 일본군 병사에서 이순신 장군으로 이어진 롱테이크(화면을 끊지 않고, 일일이 보여주는 난이도가 높은 촬영 방법) 장면에서 굉장히 잘 드러났습니다.

결국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병사들끼리 서로 칼을 겨눌 수 밖에 없었던 전쟁의 참혹함과 허무함을 잘 표현해 전쟁 영화로의 품격을 높인 대목이었습니다.

이순신 장군은 실제로 노량해전으로 300척 이상의 적선을 침몰시키고, 2만명의 왜군을 노량바다에 수장시켰습니다.

비록 이순신 장군을 비롯한 명나라 부도독 등자룡 등 지휘관급 사상자가 가장 많이 나온 전투에다가 바로 앞도 보이지 않은 밤바다에서 전투를 치러 백병전이 반강제가 되기도 해 조·명 연합군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긴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영화에서는 일본 지휘관급 장수들이 부하들을 희생시키며 도망쳐서 살아남았던 실제 역사와는 다르게 노량바다에서 최후를 맞이하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아마도 이순신 장군이 목숨 바쳐 이루고자 했던 침략자들의 처벌을 영화상에서라도 구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모두의 심금을 울린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한 비장하고도 슬픈 결말

「이순신 3부작」의 여정이 '노량: 죽음의 바다'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이순신 장군의 최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잘 연출했을까'를 관객들은 가장 궁금해했고, 이에 대한 결과물은 어떠할지 기대와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되는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특히 이순신 장군이 아군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직접 거대한 북을 치는 장면으로 연출한 것이 비장한 분위기를 잘 살렸다고 느꼈습니다.

조선 수군과 왜군 모두 치열하게 싸우는 혈투의 장 가운데서 조선 수군의 총지휘관인 이순신 장군이 직접 아군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간절하면서도 필사적으로 북채를 움켜쥐고 북을 치는 이순신 장군의 심경은 어땠을지, 장엄하게 울리는 북소리로 관객들에게 청각적인 효과를 강렬하게 남기는 최고의 명장면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전장 속 이순신 장군에게 나타난 전쟁으로 잃은 전우들과 전사한 아들이 함께 싸우는 환상의 장면 또한 관객들에게 감동적으로 다가와 눈물을 훔치게 만들었죠.

반면 이순신 장군의 북소리에 힘입어 사력을 다해 전투에 임하는 아군도 있었지만, 그 북소리에 위기감을 느끼고 방해하려는 적군도 존재했습니다.

이순신 장군을 저격하는 총알들이 빗발치고 이에 맞서 보호하려는 아군병사들의 방패 한가운데서 꿋꿋하게 북을 치는 이순신 장군의 모습은 마치 태산과 같은 웅장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장엄하고도 비장한 북소리가 끊임없이 들리자 적장인 시마즈(백윤식)는 제발 저 북소리를 멈추게 해달라며 절규하고 결국 조선 수군과 명나라의 연합 부대의 승리로 전투는 끝나게 되죠.

'명량', '한산'에 이어 '노량'으로 완성된 「이순신 3부작」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무장한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해 보여준 3인 3색의 이순신 장군을 작품마다 색다르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노량'에서의 이순신 장군 역을 맡은 김윤석 배우의 묵직한 연기가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적합했다고 느꼈고, 진린 역을 맡은 정재영, 등자룡 역을 맡은 허준호, 시마즈 역을 맡은 백윤식 배우들의 열연이 아주 인상 깊었는데요.

비록 적장이지만 흰 수염과 백발에 어울리는 화려한 흰 갑옷으로 무장한 시마즈 역을 맡은 백윤식 배우가 첫 등장에서부터 강렬하게 뇌리에 박히는 '미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의 감탄사를 자아내기도 했죠.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을 역작으로 만들어준 마지막 작품 '노량', '저 대장별이 아니었으면 조선의 명이 진작에 다했을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대사가 영화에는 총 2번이 나옵니다. 명나라 도독인 진린과 조선의 왕자인 광해군이 조선을 구한 '성웅' 이순신 장군을 찬란하게 빛나는 대장별에 빗대어 했던 말이죠.

올해 연말은 영원히 찬란하게 빛날 단 하나의 위대한 '대장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극장에서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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