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예술人터뷰◁ 내산공방 조윤경 작가·엄동섭 대표 / 나무판 위에 빛의 숨결을 불어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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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10(금) 18:04
▷남해 예술人터뷰◁ 내산공방 조윤경 작가·엄동섭 대표 / 나무판 위에 빛의 숨결을 불어넣다

우드버닝 작품에 자개를 덧붙인 '우드버닝자개' 기법 사용
조 작가, "빛을 머금은 자개로 남해의 아름다움 담아내고파"

백혜림 bhr654@nhmirae.com
2024년 01월 26일(금) 16:48
▲이번 바람흔적미술관에서 '우드버닝자개' 기법을 이용한 작품으로 개인전을 개최한 내산공방 조윤경 작가
삼동면 내산저수지 일대는 천혜의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남해군 안에서도 손꼽는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내산저수지와 나비생태공원, 편백자연휴양림까지 이어지는 길을 지나다 보면 마치 잘 그려낸 풍경화 한 폭을 감상하게 되는 것처럼 탄성이 절로 나오게 된다.

이날 찾은 내산저수지와 나란히 자리 잡은 바람흔적미술관에서는 지난달 29일부터 일크미술협회 초대전과 함께 내산공방의 조윤경 작가와 엄동섭 대표의 작품들이 오는 2월 8일까지 전시된다. 그리고 내산저수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는 작업실에서 예술혼을 불태우는 조윤경 작가와 엄동섭 대표가 이와 같이 말했던 것이 뇌리에 박힌다.

"내산저수지에서 영감을 얻고 정기를 듬뿍 받고 있다"고. 이 말을 듣고 난 후 다시 본 내산의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쌓아올려져 그야말로 완전한 '절경'을 이뤄낸 것 같아 다시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바람흔적 미술관을 찾은 이날은 유난히도 시린 바람이 몰아치는 날이였다.

추운 겨울에 찾은 바람흔적미술관, 그 안은 바깥처럼 찬 온도를 유지하고 있어 실내에서도 하얀 입김이 서려나왔다. 더 깊숙이 위치한 미술관 내부에서는 전시관 안의 찬 공기와 상반되게 나무가 타고 있는 아늑하고 잔잔한 향기가 흘러나왔고, 이날의 주인공 또한 함께 만날 수 있었다. 이날의 주인공인 조윤경 작가의 목공 작품에는 '우드버닝자개(Woodburning&Mother of pearl)'라는 새로운 기법이 사용됐고, 조 작가는 우드버닝과 자개(나전)의 만남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나무'라는 도화지에 '열'이라는 펜을 쥐고 '자개'라는 물감을 더해본다."



■나무에 빛을 더하는 '우드버닝자개'

'우드버닝자개'는 기본적으로 '우드버닝' 기법에 '자개'를 더한 것으로, 조윤경 작가가 직접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이름까지 붙였다.

우선 '우드버닝'은 인두화 또는 낙화라고도 불리며, 펜 모양의 인두 기계로 나무를 태워 나무가 타면서 나타나는 특유의 색감, 질감, 향이 매력인 낙화술(Pyrography, 파이로그래피)이다.

우드버닝만으로는 색을 나타내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조윤경 작가는 우드버닝에 부족한 빛의 표현과 컬러, 입체감을 나타낼 수 있는 '자개'라는 소재를 활용했다.

'자개'는 조개껍질 안쪽에서 빛을 머금은 듯이 반짝이는 진주질 성분을 활용한 공예용 조개껍질 조각을 순우리말로 일컫는다.

흔히 나전칠기가 자개를 활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우드버닝은 해외에서도 역사 깊은 방식이지만 한국에서도 조선시대부터 인두에 열을 가해 나무나 가죽에 글이나 그림을 쓰는 화법이 내려져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고려시대에도 기록이 있는 한국의 전통공예인 나전칠공예가 합쳐진 우드버닝자개는 한국의 전통적인 기법으로 그림을 그리고, 빛을 살리는 동시에 아름다움을 표현한 기법이다.

나무와 불, 조개껍질 각각의 성격들이 모여 이런 예술 작품이 탄생하게 되다니, 신선하면서도 기발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고 느꼈다.

우리는 이런 세심한 기법들이 이뤄낸 작품들은 실로 우아하고, 자연스러운 은은함이 느껴져 한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작년에 개최된 남해대교 개통 50주년 모습을 그린 작품 '남해대교50주년'

■전통예술과 끈기로 완성한 남해의 미(美)

우드버닝자개 기법으로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데 자그마치 3~4개월이 걸린다.

우드버닝은 토치로 태우는 방식이 아니라 펜으로 한 줄 한 줄 그어가며 그림을 그려 넣는다.

자개는 작품의 바탕인 되는 사진을 확대해서 빛을 구성하는 하나하나에 전부 자개 작업을 한다.

자개를 붙일 때 본드가 아니라 아교를 칠해 붙이는데 1mm씩 붙여나가야 한다.

실로 끈기와 의지가 없는 사람이라면 고된 작업의 연속일 것이다.

하지만 조 작가는 "우드버닝자개 작업을 할 때 정말 행복하다"며 "작품이 완성돼 자개가 빛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순간이 가장 기대된다"고 들뜬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천직을 찾은 조 작가는 3년 동안 자신이 만들고 싶은 그림을 따와서 창작하거나 남해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이미지들을 직접 나무판 위에 옮겨 담기 시작했다.

현재 바람흔적미술관에는 지난달 29일부터 오는 2월 8일까지 전시회가 개최 중이며, 조 작가는 전시된 대표 작품들을 소개와 제작과정을 설명해 주었다.

'인어'는 조윤경 작가 꿈속에서 등장한 동화 속의 인어를 직접 그린 것으로, 남성과 여성의 중성적이면서 이중적인 면이 존재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자개를 하나씩 붙일 때 제일 행복했다"고 말하며 "뒤의 배경은 종이나 면포를 접착제를 붙여 표현해 팝아트 식으로 배경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남해대교 개통 50주년 기념식을 배경으로 만든 '남해대교50주년'은 편백나무를 배경으로 남해대교와 노량대교의 불빛이 바다에 반사되는 아름다웠던 부분을 자개로 표현했다.

또한 향나무를 바탕으로 내산저수지의 노을은 담은 작품 '노을'은 나무 본연의 나이테와 결을 그 자체로 살려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했고, 남해에서는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목련의 꽃잎을 자개의 환상적인 빛을 머금은 작품으로 만든 작품 '목련' 등이 있다. 필자는 '목련'의 꽃잎을 표현한 자개들이 다각도에서 감상할 때마다 시시각각 반사되는 빛들이 다르게 보이는 것 같아 꽤나 인상적이었다고 느꼈다.

조 작가의 작품을 관람한 방문객들과 한국미술협회 회원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좋고, 신선해서 좋다"며 특히 어르신들이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을 합친 느낌이 마음에 든다"고 감상을 전했다고 한다. 역시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빚어진 아름다움은 사람들을 이끄는 힘이 있다고 느끼며 고개가 끄덕여졌다.


▲작품 '목련'을 확대한 모습이다. '자개'를 활용한 부분은 직접 실물로 감상할 때 빛의 반사되어 나타나는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도 나무판에 남해의 아름다움 담아내고파"

원래 부산에서 생활한 조윤경 작가와 엄동섭 대표는 작품 작업에 집중하기 위해 1년간 후보지를 찾아다녔고, 남해를 발견해 3년 전부터 현재 내산저수지 인근에서 내산공방이 자리 잡게 됐다.

남해를 선택한 이유는 몇 가지 조건에 부합해서인데 바로 물, 공기, 자연이 좋고, 문화예술이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조 작가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우드버닝기계를 잡아 취미로 시작했었다"며 "이제는 작품도 구매하시는 분들도 많이 생겼고, 2~3년 뒤에는 원래 살던 부산에서도 전시회를 열고 싶다. 한국미술대회에 출품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항상 뒷바라지 해주는 남편인 내산공방 엄동섭 대표가 없었으면 작품 만드는 시도조차 못했을 것"이라며 "플레이팅 도마 제작 등 목공예 일을 하는 남편이 이른바 도화지가 되는 모든 나무를 하나부터 열까지 구해준다. 오롯이 작품 작품에만 집중하게 해줘서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윤경 작가의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엄동섭 대표가 묵묵히 뒤에서 받쳐 주고 든든한 지원군이 되준 것이 많은 원동력이 돼 줬으리라.

엄동섭 대표도 "작품 하나를 제작하는데 수개월이 걸리고, '남해50주년' 작품의 경우에는 스케치에만 1달, 자개 작업만 2~3달 가까이 걸렸다"며 "작품 하나를 만들면 병원을 다녀와야 할 정도로 앓아눕기 때문에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진심어린 말을 전하기도 했다.

조윤경 작가는 아랑 곳 하지 않고, 나무꾼을 자처하는 남편에게 감사하는 한편 "하루에 12시간 작업하며 전시회를 준비했으니 바람흔적미술관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며 "나는 작업을 할 때 명상하는 느낌으로 행복함을 느낀다. 내 안의 있는 자신을 끄집어내는 느낌으로 열정을 불태우는 중"이라고 기쁜 듯이 얘기했다.

마지막으로 "현재 작업 중인 작품은 내산저수지에 반사된 햇살이 가득 담긴 사진이다. 사진을 확대해보면 빛이 다양한 색의 조각조각들로 흩뿌려져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을 통해 남해의 아름다움을 표현해 보고 싶다"며 "남해의 어느 부분이 좋은 것이 아닌, 남해 그 자체로 정말 좋다. 화전문화제에서도 많은 관심주신 군민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모든 인터뷰를 마친 후 발걸음을 돌리고 뒤돌아본 내산은 시린 겨울이 품은 맑은 수채화 한 폭 그 자체였다. 계절마다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이곳 내산에서 조윤경 작가가 또 어떤 작품을 탄생시킬지, 다시금 이곳을 들르자는 기약을 하며 또다시 지나왔던 풍경들을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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