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로 시작된 인생, 멈추지 않는 음악 여정 그리고 고향 이야기
∥이정수 선생님이 작사·작곡한 50곡 대부분 남해가 배경
∥최근 남해 전통민요 편곡한 '남해 금강산' 노래도 발표
이태인 기자
2025년 05월 09일(금)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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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타로 시작된 인생
"배 고픔보다 기타가 먼저였지요. 꿈에서도 기타 소리가 들리면 벌떡 일어나 연주했어요"음악을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묻든 질문에 그는 어릴적 할아버지의 시조창을 듣고 자랐다고 한다.
그러던 중 중학교 2학년 시절, 동네 사람이 들고 온 기타를 처음 보자마자 운명처럼 '이게 내 길이구나'라고 끌렸다고 한다.
이후 기타는 그의 인생에서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한다.
고등학생 시절 부산으로 유학을 떠난 이정수 선생님은 부산 근교 콩쿨대회에서 여러 차례 입상을 했고, 음악이 좋아 대학을 그만 둔 뒤 부산의 나이트클럽 무대에 서며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2 음악을 향한 여정과 경험
군 복무 중에도 그는 음악을 멈추지 않았다.
문선대(문화선전대) 소속으로 연예인들과 함께 무대에 섰고, 군 장병들에게 노래를 전했다.
전역 후에는 서울로 올라가 밴드 활동을 하며 음악의 폭을 넓혔고, 일본에서도 음악 활동을 하며 다양한 문화를 체험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 중심에는 언제나 '남해'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정수 선생님이 작사·작곡한 50곡 이상의 대부분은 남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대표곡으로는 부산향우인 백송홀딩스 박정삼 회장의 앨범에 수록된 '한려수도 남해 향우야'를 비롯해 '못잊을 정포항', '만수무강하소서', '아버지', '인생올인', '나누면서 살리라', '영원한 고향' 등이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남해 전통민요를 편곡한 '남해 금강산'이란 노래도 발표했다.
특히 환경 문제를 다룬 '탄소사냥꾼'이라는 노래는 전국 공동체 라디오 방송에서 환경 캠페인 송으로 활용되며 많은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상기후로 인해 기후위기 시대를 사는 지구인으로서 가슴이 아팠어요.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죠. 그래서 만든 노래입니다. 누군가 이 노래를 듣고 자연을 다시 생각해준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3 자연에서 얻는 음악의 영감
이정수 선생님은 자연과 일상 속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특히 매일 삼동면 둔촌 갯벌을 맨발로 걷거나, 바래길을 산책하며 떠오르는 멜로디를 기타로 즉석에서 연주하거나 메모한다고 한다.
심지어는 자다가도 영감이 떠오르면 곧바로 일어나 기타를 든다고…"기타를 옆에 두고 자는 이유요? 자다가도 곡이 떠오를 수 있으니까요. 제겐 잠보다 기타가 먼저예요."남해의 유자, 시금치, 마늘 같은 농산물도 그의 노래에서는 생명력 있는 주인공이 된다.
그는 남해의 사계절과 사람들의 삶, 그리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음악에 담는다.
#4 쉽지 않았던 길, 그러나 멈추지 않은 노래!
이정수 선생님의 음악 인생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지역에서 음악을 지속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경제적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특히 지역에서 공연 기회를 얻는 일도 녹록치 않다고 토로한다.
그래서 항상 자신을 알아주는 다른 지역 아티스트들과 남해가 아닌 타지에서 공연하는 기회가 더 많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을 전하고 싶은 열정은 더욱 커져만 간다고 한다.
특히 그는 요양원 어르신들이나 장애인분들 앞에서 공연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분들과 함께 박수치고 웃고 노래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해요. 제 음악이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죠.“
#5 고향을 위한 음악
이정수 선생님의 노래에는 남해에 대한 진한 애정이 스며 있다. 모든 가사에는 남해의 아름다움과 고향사랑의 마음이 가득 들어 있다. 그는 각 읍면의 특색을 살린 노래를 한 곡씩 만들고 있으며, 언젠가는 '여수 밤바다'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노래가 탄생하기를 꿈꾼다.
"우리도 '남해 밤바다' 같은 노래가 필요해요. 그런 노래 하나가 관광도 살리고, 지역 사람들도 자랑스러워하게 만들 수 있어요."
#6 공동체 라디오에 담는 진심
이정수 선생님은 현재 남해FM공동체라디오에서 2년 넘게 방송자원활동가로 활동 중이다. 그는 매주 수요일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이정수의 정오의 노래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도 라디오가 여전히 소통의 중요한 매체라고 말한다. 특히 재난 발생 시 라디오는 빠르고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역할을 강조하기도 한다.
"비탈이 무너진다, 파도가 넘친다… 이런 소식은 우리가 제일 먼저 알죠. 공동체 라디오는 꼭 필요해요. 사람 냄새 나는 소통이 가능하니까요."
#7 로컬 예술인의 힘! 남해문화와 관광의 새로운 경쟁력
그는 남해군의 문화 경쟁력, 그리고 관광과 지역경제의 미래를 생각해보면, 지역 아티스트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술인들은 단순히 작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지역의 이야기와 정서를 예술로 풀어내면서 남해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드는데, 이런 창작 활동이야말로 우리 남해군의 경쟁력”이라며 힘주어 말한다.
결국, 지역 예술인들이 존중받고, 그들의 창작 활동이 지역사회와 자연스럽게 연결될 때, 남해군만의 문화적 매력이 더 빛나게 마련일 것이다. 이런 문화적 힘이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지역경제에도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 올 것이기 때문이다.
#8 “따뜻함을 전하는 노래 만들고 싶어요”
이정수 선생님은 음악을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말을 이렇게 정리했다.
"이웃끼리 따뜻한 말 한마디, 그게 공동체를 만드는 힘이에요. 저는 제 음악이 그런 역할을 하길 바랍니다. 상처를 주는 말 대신 따뜻함을 전하는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그는 우스개로 ‘대통령 자리를 준다 해도 거절하고 음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마지막 말은 인생 전체를 아우르는 고백이었다.
"아빠 죽으면 기타 하나만 넣어다오. 그게 내 삶 전부였으니까."
이정수 선생님의 노래는 남해의 바람처럼 부드럽고 따뜻하며,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앞으로도 그의 기타 소리는 남해FM 전파에 실려 골목골목을 따라 울려 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