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펜션들. 경기침체와 내수부진, 고금리에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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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6(금) 11:47
남해 펜션들. 경기침체와 내수부진, 고금리에 '사투'

남해군펜션협회, 지역펜션 약 80% 매물, 거래는 사실상 전무
거대 플랫폼 광고비에다 대형 리조트와의 경쟁도 '압박'
지자체 '규제 완화'와 '지역 자치 플랫폼 구축' 등 고민해야

이태인·홍성진 기자
2026년 01월 16일(금) 10:26
▲사진은 본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남해군이 과거 인구증대를 위해 전략적으로 토목공사 후, 조성한 빛담촌 전경. 이곳에는 현재 약23개 펜션들이 밀집되어있다.
2026년 1월, 전국의 숙박 시장은 극명한 양극화의 파고를 넘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의 럭셔리 호텔 시장은 5~10%의 성장을 기록하며 투자가 집중되는 반면, 지방 중소형 숙박시설과 펜션 업계는 고금리의 직격탄과 대형 플랫폼 비용 속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때 은퇴자와 젊은이들의 투자처로 불렸던 남해군의 펜션들은 지금 이 구조적 위기를 가장 처절하게 증명하는 현장이 되어 가고 있다.

남해에서 펜션 경제의 붕괴는 곧 남해라는 지역 공동체의 소멸로 이어진다. 숙박업은 지역의 식당, 마트, 세탁 서비스까지 연결된 경제 생태계의 뿌리다. 700만 관광객이라는 숫자 뒤에서 실핏줄 같은 소상공인들과 850여개의 민박업자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지금, 행정은 규제의 잣대를 내려놓고 이들이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 경기침체와 내수부진 등으로 지역 펜션 약 80% 매물?

전국적인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은 숙박업 실적 악화의 근본 원인이다. 특히 2025년 말 기준금리가 2.50% 수준에서 유지되고, 2026년 1월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하한이 20%로 상향되는 등 금융 규제가 강화되면서 영세 업주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남면 해안가에서 풀빌라를 운영하는 김 씨의 사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과거 2~3%대였던 금리가 7~8%대로 치솟으며 매달 400만 원 이상의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는 낮에는 건설 현장 노동을 하며 '투잡'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자식들 대학은 보내야 할 것 아닙니까. 그나마 현장 노동일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통장에 찍히는 대출 이자를 보면 쉴 수가 없다"고 토로한다.
김 씨의 토로는 남해 전역 펜션업주들의 공통된 고통이다. 이들은 '사장'이라는 허울 좋은 명함은 갖고 있지만 현재 여건은 그저 하루 하루 견디는 수준이다.
그러면서 "차리리 큰 대출 없이 살았던 직장 생활이 그립다. 이미 펜션을 내어놓은지는 오래되었지만 보러오는 발길조차 없어 겉으로 보기에 좋은 건물은 이제 짐이되었다"고 말한다.
남해군펜션협회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지역 펜션의 약 80%가 매물로 나와 있으나, 대출 규제와 금리 폭탄으로 인해 거래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 숙박업 거대 플랫폼에 지불하는 수수료와 광고비도 압박

수익성 악화의 또 다른 주범은 거대 숙박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와 광고비다. 국내 숙박 플랫폼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주요 업체들은 예약 수수료와 상단 노출을 위한 광고비 명목으로 많게는 매출의 20% 이상을 가져가고 있다.
광고를하지 않으면 인터넷 검색에서 존재 자체가 지워지는 구조 속에서, 업주들은 세금, 인건비, 플랫폼 수수료를 제외하면 수익의 절반도 가져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 광고비를 내지 않으면 '오션뷰' 펜션은 검색 결과 수십 페이지 뒤로 밀려나 존재 자체가 지워진다.
한 펜션업자는 "객실료로 10만 원을 벌면 세금과 공과금, 인건비, 청소비, 그리고 플랫폼 수수료를 떼고 나면 손에 쥐는 건 5만 원 남짓입니다. 여기서 대출 이자 내면 남는 게 없어요. 이것도 손님이 있을 때 말입니다. 손님이 없어요. 안옵니다"고 토로한다.
기업의 거대 플랫폼은 앉아서 알고리즘으로 지역의 부를 빨아들이고, 업주들은 제 살 깎아 먹기식 가격 경쟁 속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형국이다.

▲ 30년 전 '농어촌민박법'… 현실과 괴리된 규제?

현장에서는 시대착오적인 법규가 업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1993년 제정된 농어촌민박법은 현대적인 풀빌라와 고도화된 관광객의 요구를 수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사실상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대형 리조트와 경쟁해야 하는 시장구조 속에 본질적 개정도 없이 강화된 농어촌민박 규제도 풀어야 할 과제로 지목받고 있다.
최근 남해군에서 실시한 '비가림 시설(렉산)' 일괄 단속에 대한 불만이 높다.
해풍이 잦은 지역 특성상 필수적인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단 증축'으로 간주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면서 마을 공동체 내 고소·고발전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한 펜션업자는 "비가림 시설에 대한 지자체마다 대응방식에 차이가 있다"면서 "전국적으로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마다 처리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어촌민박법에 따른 소규모 업체에 대한 규제와 다른 법의 적용을 받은 대규모 리조트에 대한 규제가 다르다는 점 또한 소외감을 갖게 한다"고 덧붙였다.



▲ '규제 완화'와 '지역 자치 플랫폼 구축'

거대 리조트는 내부에서 숙식과 레저를 모두 해결하는 '올인원' 구조를 갖춰 지역 상권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 리조트는 자본력을 바탕으로 고도화된 부대시설(수영장, 조식 서비스, 사우나 등)을 제공하며, 이는 기존에 프리미엄 펜션이나 중소형 펜션을 이용하던 손님을 빠르게 흡수한다는 이야기다. 미조의 한 펜션업자는 "리조트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수기 파격 할인이 가능하지만, 고정비 비중이 높은 펜션은 기름값에 인건비에 대응하기 어려워 가격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면서 "대형 리조트가 들어서면 주변 숙박업소도 동반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는 더이상 갖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형 리조트의 운영 주체는 대부분 수도권 기반의 대기업이라 발생 매출의 상당 부분이 지역 내에서 순환되지 않고 본사가 있는 대도시로 유출된다"면서 "이들 기업이 사용하는 식자재 또한 대형 식자재 회사를 통해 공급되기에 지역 식자재마트나 소규모 세탁업체 등과는 거리가 멀다"고 토로했다.
남해군펜션협회 유국군 회장은 "대형 리조트의 진출은 해당 지역의 전체 관광객 수(양적 팽창)를 늘리는 데는 기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역 소상공인들의 실질 소득(질적 성장) 측면에서는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 "농어촌민박법의 규제를 받는 지역의 경우, 대형 리조트와의 체급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규제 완화'와 '지역 자치 플랫폼 구축' 없이는 펜션 산업의 붕괴를 막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노후화된 펜션들을 '워케이션(Workation)' 센터나 '마을 호텔'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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