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관광협의회·관광문화재단, 9개월간 2,892명 대면 조사
'2025 남해 방문 관광객 실태조사' 결과 보고회 성료
정리 이태인, 홍성진 기자
발행연월일 : 2026년 02월 13일(금)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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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관광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미래 100년의 청사진을 그릴 나침반이 마련됐다. 남해군관광협의회와 관광문화재단은 지난 10일, 유배문학관에서 '2025년 남해 방문 관광객 실태조사 결과 보고회'를 갖고 지난 9개월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실태조사와 보고서는 관 주도보다 지역 관광의 최일선에서 호흡하는 민간 협의회가 주도하고 전문 기관인 재단이 분석을 지원하는 '민관 협업 모델'을 통해 탄생했다는 점에서 눈에 뛴다. 본지는 결과 보고서와 이날 보고회 현장에서 쏟아져 나온 목소리를 분석, 남해관광이 거둔 성과와 직면한 과제, 그리고 이번 조사가 갖는 의미를 보도한다. <편집자 주>
△ 관광객 설문 2,892명 대상 '유효 표본으로 조사'
이번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에서 가장 주목 받은 대목은 다름 아닌 조사 과정 그 자체에 담긴 '열정'이었다.
통상적으로 연간 단위의 관광객 실태조사는 전문 리서치 기관에 의뢰할 경우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그러나 남해군관광협의회는 예산의 한계를 '회원들의 헌신'과 '전문성'으로 돌파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조정인 남해군관광협의회 부회장(남해관광문화재단 팀장)은 "우리가 가진 것은 넉넉한 예산이 아니라, 현장에서 매일 관광객을 마주하는 해설사와 회원사들의 뜨거운 열정이었다"며 "이분들의 재능기부가 없었다면 이번 조사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관광협의회 소속 문화관광해설사들과 주요 관광지 근무자들은 지난 2025년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간 독일마을, 다랭이마을, 이순신바다공원 등 주요 거점 15개소를 누비며 관광객들에게 직접 QR코드를 내밀고 설문을 유도해 총 2,892명의 유효 표본을 확보했다.
이는 단순한 통계 수집 활동이 아니었다. 남해 관광의 민간 주체들이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찾기 위해 나선 '자발적 거버넌스'의 모범 사례이다. 윤으엽 관광협의회장은 개회사에서 "숫자가 말해주지 않는 관광객의 진심, 그들이 무엇에 감동하고 무엇에 실망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한 분 한 분 직접 눈을 맞췄다"며 이번 조사의 진정성을 역설했다.
장충남 군수는 격려사를 통해 "행정에서도 챙기기 힘든 방대한 조사를 민간의 힘으로 해냈다는 것에 감동을 받았다"며 협의회의 역량과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했다.
△ 수도권이 주목하는'목적지형 체류 휴양지 남해군' 확인
실태조사 결과는 남해군이 더 이상 경유형 관광지가 아님을 명확한 수치로 증명해 냈다.
조사결과 전체 방문객의 78.4%가 1박 이상 머무르는 숙박 여행객으로 집계됐다. 1박 2일이 35.4%, 2박 3일이 31.7%를 차지했으며, 3박 이상 장기 체류 비중도 11.3%에 달했다. 이는 국내 여행이 당일 위주인 것과 확연히 대조되는 수치로, 남해가 '체류형 관광지'로서 확고한 경쟁력을 갖췄음을 시사한다.
주목할 점은 거주지 분포다. 물리적 거리가 5시간 이상 소요되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거주 방문객 비율이 31.2%에 달했다.
이는 남해가 접근성의 한계를 뛰어넘어, 시간을 내어 찾아오는 강력한 '목적지형 관광지'로서 브랜드 파워를 구축했음을 방증한다.
조정인 부회장은 "수도권 비율이 높다는 것은 남해가 단순한 나들이 장소가 아니라, 확실한 방문 동기를 가진 매력적인 여행지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재방문율 지표 또한 고무적이다. 전체 응답자의 57.1%가 2회 이상 남해를 찾았으며, 특히 5회 이상 방문한 '충성 고객층'이 21.4%에 달했다. 이는 남해가 한 번 오고 마는 일회성 관광지가 아니라, 마치 생활권처럼 반복해서 방문하고 싶은 '제2의 고향' 같은 매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행 동반자 유형에서는 '가족(자녀 동반)'이 58.4%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해, 3040 세대를 주축으로 한 가족 휴양지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
△ 지갑 열 곳 없는 '소비의 불균형'과 '밤이 없는 남해'
그러나 화려한 체류 지표 이면에는 뼈아픈 현실도 드러났다.
보고서는 남해 관광의 시급한 과제로 '소비 구조의 편중'과 '콘텐츠 부족'을 지목했다. 1인당 평균 지출액을 분석한 결과, 숙박비(31.5%)와 식음료비(30.3%)가 전체 지출의 62%를 차지했다. 반면 지역 경제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쇼핑비'(9.8%)와 '관광 활동비'(7.1%)의 비중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이는 관광객들의 소비 의지가 낮다기보다는, 숙박과 식사 외에 현지에서 즐길만한 체험 콘텐츠나 매력적인 쇼핑 아이템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정인 부회장은 "남해는 '쉬는 여행'에는 강하지만 '시간을 쓰는 여행'에는 약하다"고 꼬집었다. 관광객들이 숙소에 머물거나 자연경관을 눈으로 보는 것 외에는 딱히 할 일이 없다는 뜻이다. 특히 야간에 즐길 거리가 전무하다시피 하여, 저녁 시간 이후 관광객들의 지갑이 닫히는 현상은 체류 연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됐다.
만족도 조사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뚜렷했다. '관광지 매력도'(4.56점)와 '지역 주민 친절도'(4.35점)는 매우 높은 점수를 받아 남해의 핵심 경쟁력이 '자연'과 '사람'임을 입증했다.
반면, '쇼핑 만족도'(3.90점)와 '여행지 물가 만족도'(3.89점)는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아 개선이 시급한 분야로 꼽혔다.
살 거리가 부족하고, 가격 대비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는 관광객들의 냉정한 평가는 남해군과 관광 사업체들이 뼈를 깎는 노력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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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남해관광, '질적 고도화' 핵심 정책 제언
보고서는 남해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단순히 관광객 수 700만 명이라는 숫자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체류 기간을 늘리고 1인당 소비액을 높이는 '내실 있는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정책 제언했다.
첫째, 체류형 관광지 특성을 반영한 관광 정책 목표의 전면적인 재설정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남해군 관광 정책의 성과는 주로 '방문객 수'에 치중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조사를 통해 남해가 확실한 목적지형 체류 관광지임이 입증된 만큼, 이제는 정책의 최상위 목표를 '양적 확대'에서 '체류 성과의 관리와 고도화'로 전환해야 한다.
단순히 몇 명이 왔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머물렀고(평균 체류일수), 얼마나 많은 소비를 했으며(1인당 소비액), 다시 방문할 의향이 얼마나 되는지(재방문율)와 같은 질적 지표를 핵심 성과 지표(KPI)로 설정하여 관리해야 한다.
둘째, 가족 단위 주류 시장과 감성 여행 틈새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정책의 이원화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
조사 결과 남해 관광은 3040 가족 단위의 대규모 휴양 시장과 2030 부부/연인 중심의 소규모 감성 체류 시장이 공존하는 독특한 '이중 시장 구조'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모든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천편일률적인 마케팅보다는 타겟별로 차별화된 접근이 필수적이다.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는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안전하고 교육적인 체험 프로그램과 표준 여행 동선을 제공하고, 2030 세대에게는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감성 콘텐츠와 힙한 식음료 정보를 집중적으로 홍보하는 투 트랙 전략이 요구된다.
셋째, '쉬는 관광'에서 '시간을 소비하는 관광'으로의 전환을 위해 콘텐츠를 보강해야 한다.
남해는 현재 자연경관 감상과 숙소 이용에 활동이 집중되어 있어, 관광객들이 시간을 보낼 거리가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 단순히 공간을 확충하는 하드웨어 중심의 개발에서 벗어나, 관광객이 하루 일정 내에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지 설계해 주는 소프트웨어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야간 시간대에 즐길 수 있는 야간 체험 프로그램, 일정 사이사이를 채울 수 있는 활동 프로그램, 그리고 분절형 콘텐츠를 개발하여 관광객이 숙소 밖으로 나와 시간을 소비하고 지갑을 열도록 유도해야 한다.
넷째, 재방문이 소비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단계형 콘텐츠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남해는 재방문율이 높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재방문객일수록 체류 기간이 짧아지고 소비가 단순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남해가 '새로운 경험의 장'은 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초행자에게는 대표 관광지를 추천하되, 재방문객과 충성 고객에게는 숨겨진 명소, 심도 있는 로컬 체험, 주민과의 교류 프로그램 등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여 지속적인 방문 동기를 부여하고 체류 연장을 유도해야 한다.
다섯째, 관광 만족도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스템적 요소'를 대폭 보완해야 한다.
현재 남해 관광의 높은 만족도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주민들의 친절이라는 '인적·자연적 자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관광객이 증가할수록 이러한 요소만으로는 품질을 유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교통 편의성 개선, 직관적인 관광 정보 제공 시스템 구축, 가격 표시제 정착을 통한 물가 신뢰도 확보 등 관광 수용 태세 전반의 시스템을 보완하여, 사람이 아닌 시스템이 뒷받침하는 지속 가능한 관광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여섯째, 숙박과 식비에 편중된 소비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소비거점의 분산 배치'가 필요하다.
돈을 쓰고 싶어도 쓸 곳이 없다는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소비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특히 주요 펜션단지와 숙박시설 인근에 소규모 체험시설이나 로컬 특산품을 판매하는 쇼핑 거점을 분산 배치하여, 관광객들이 숙소 인근에서 산책하며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는 지역경제 낙수효과를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일곱째, '남해 단독 방문' 구조 고려 '선택적 광역 연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방문객의 70%가 남해만을 단독으로 방문하고 있다는 점은 남해의 독자적인 매력이 충분함을 보여준다. 따라서 무리하게 인근 시군과 모든 것을 연계하기보다는, 원거리 방문객을 타겟으로 남해를 '거점 숙박지'로 설정하게 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인근 시군과의 연계는 남해에 머물면서 즐길 거리를 확장해 주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하여, 결과적으로 남해에서의 체류 기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여덟째, 계절별 수요 특성을 반영한 '사계절 맞춤형 소비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남해는 봄(꽃/경관), 여름(해수욕/휴양), 가을(축제/행사), 겨울(미식/동계훈련) 등 계절별 방문 목적이 뚜렷하다. 그러나 실제 소비 항목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계절의 주력 수요가 자연스럽게 지갑을 열 수 있는 특화 상품과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겨울철에는 미식 여행객을 위한 제철 먹거리 투어 상품을, 여름철에는 해변 야간 플리마켓 등을 기획하여 계절적 매력이 실제 지역 소득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 장충남 군수, 비싼 가격, 불친절 과감히 개선해야
장충남 군수는 격려사를 통해 관광 현실에 대한 냉철한 자성론을 펼쳐 이목을 집중시켰다.
장 군수는 최근 지인의 펜션 이용 사례를 언급하며 "숙박비 외에 입실 시간 불이행에 따른 추가 요금을 과도하게 요구하거나, 7만 원짜리 도시락의 품질이 형편없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런 일부 업체들이 남해 전체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는 높은 물가와 일부 업소의 불친절이 관광객 유치의 가장 큰 걸림돌임을 인정한 것으로, 향후 남해군이 '관광 수용 태세 개선'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장 군수는 "행정 계도의 영역 밖이라 하더라도 신고 창구를 활성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관광 해설사들과 종사자들이 남해의 얼굴이라는 마음으로 더 헌신하고 친절하게 응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 '콘텐츠'와 '시스템'이라는 날개 구축해야
이번 '2025년 남해 방문 관광객 실태조사'는 실질적인 데이터 기반의 정책 수립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제 공은 남해군과 관광업계 전체로 넘어갔다.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은 명확하다. 남해는 이미 매력적인 곳이지만, 지갑을 열기엔 아쉬운 곳이다. 자연과 친절이라는 강력한 무기에 '콘텐츠'와 '시스템'이라는 날개를 달아야 할 때다.
보고회 말미, 조정인 부회장의 말처럼 "숫자 쫓기를 멈추고 질적 성장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이번 보고서가 책장 속의 장식품이 아니라, 2026년 남해 관광 대도약의 실질적인 설계도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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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3(금) 1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