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구소멸 지자체 '공익'과 '수익' 구분하는 혜안 필요 그러나 가능성 높은 수익 사업에는 공격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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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6.05(금) 12:02
[기자수첩] 인구소멸 지자체 '공익'과 '수익' 구분하는 혜안 필요 그러나 가능성 높은 수익 사업에는 공격적이어야 한다
홍성진 선임기자
발행연월일 : 2026년 05월 15일(금) 18:22
홍성진 선임기자
남해군이 이른바 '지성소(지어놓고 성과 없는 곳)'로 전락한 공공시설 27곳에 대해 메스를 들이댔다. 건립비는 국·도비로 충당해도 운영비는 군비로 메꿔야 했던 구조적 모순을 끊겠다는 의지다. 인구 소멸 시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시설 유지는 자살행위나 다름없기에 이번 TF의 결단은 시의적절하며 용기 있는 행동이다.
하지만 박수 소리 뒤편으로 가느다란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행정의 효율성이라는 명분이 자칫 공직자들의 '소극 행정'을 정당화하는 방패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자칫 "사업해 봐야 나중에 애물단지 취급받을 텐데, 아예 시작도 하지 말자"는 보신주의가 공직 사회를 잠식한다면, 인구 소멸 극복을 위한 남해의 동력은 급격히 식어버릴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정책을 바라보는 두 가지의 시선을 명확히 분리해야 한다.
첫째, 주민 삶의 질과 직결된 '공공성' 영역이다.도서관, 보건소, 마을 경로당 같은 복지 시설은 경제적 수익성으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인구 소멸 지역일수록 오히려 국가와 지자체가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더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공적 의무'의 영역이다.
이곳에 경제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소외된 지역 주민들의 기본권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둘째, 주민 소득 향상이나 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사업성' 영역이다.
이 영역은 철저히 기업가적 마인드로 접근해야 한다. 그동안 실패했던 사업들을 보면 '공공성'이라는 모호한 단어 뒤에 숨어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도외시한 경우가 많았다.
이런 사업이야말로 공모 선정 단계부터 전문가의 시각으로 경제성과 성공 가능성을 따져 물어야 한다. 결국 지자체에 필요한 것은 사업을 일괄적으로 평가하는 '단순한 칼날'이 아니라, 사업의 성격을 정교하게 가려내는 '혜안'이다. 인구 소멸 지자체는 오히려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업에는 더 공격적으로 달려들어야 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공공성이 강한 사업과 수익성이 필요한 사업을 구분하는 치밀한 설계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전국적인 모범 사례로 꼽히는 지자체들은 유휴 시설을 단순히 폐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폐교를 서점으로 바꿔 마을의 앵커 시설로 만들거나, 방치된 창고를 청년 창업 공간으로 내주어 민간의 활력을 이식한다. 이는 공공이 판을 깔고(공공성), 민간이 운영의 묘를 살리는(사업성) 조화로운 정책의 결과물이다.
남해군의 공공시설 정비는 이제 시작이다.
단순히 '줄이는 것'에만 매몰된다면 행정은 위축될 것이다. 이번 정비 작업이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는 계기를 넘어, 남해군에 꼭 필요한 '공공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수익형 사업에는 '기업가적 전문성'을 수혈하는 체질 개선의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
행정의 칼날은 썩은 부위를 도려내는 데 쓰여야지, 새로운 성장을 꿈꾸는 싹까지 베어버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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