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은 지속적인 관리와 노동을 요구, 관주도 예산 투입만으로는 한계, 주민참여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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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11.06(금) 22:29
정원은 지속적인 관리와 노동을 요구, 관주도 예산 투입만으로는 한계, 주민참여 강조

남해군, 박경탁 초청'삶이 꽃피는 정원포럼'개최

이태인, 홍성진 기자
발행연월일 : 2026년 11월 06일(금)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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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군은 최근 하버드대학교 조경학 석사 출신이자 20여 년간 국내외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사이트닷 박형탁 소장을 초청해 '좋은 정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주제로 제4차 정원도시 군민 포럼 및 특강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류경완 남해군수를 비롯해 정원 조성에 관심 있는 다수의 군민이 참석해 늦은 시간까지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남해만의 고유성과 시간성 담아야


박형탁 소장은 공원과 정원의 근본적인 차이를 설명하며 공간 철학의 화두를 던졌다.
박 소장은 "과거 귀족의 사유지였던 정원이 산업혁명 이후 대중에게 개방되며 공원의 시초가 되었으나, 현대의 정원은 시민들의 능동적인 참여와 가꾸기가 수반되는 '동사(動詞)'의 성격을 강하게 띤다"고 정의했다.
이어 공간이 오랜 세월 사랑받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본연의 고유성'과 '시간의 축적'을 꼽았다.
그는 뉴욕 9·11 테러 추모 공간의 폭포, 시애틀 가스웍스 파크, 중국 닝보 역사박물관 등의 글로벌 사례를 제시하며 "거대한 자본을 투입해 화려하게 꾸미는 것보다, 그 땅이 가진 지형, 물성, 역사적 이야기, 그리고 사람 간의 관계를 시각·촉각 등 오감으로 소비하게 만드는 것이 명품 공간의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박 소장은 이러한 철학을 남해군에 접목할 것을 제안했다. "타 지자체의 대규모 모델을 맹목적으로 모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그는, "남해군 도처에 있는 죽방렴의 흔적, 바다를 굽어보는 다이내믹한 경사면, 기존의 마을 인프라 등 남해만이 가진 장점을 훼손 없이 절제된 방식으로 드러낼 때 그 가치가 폭발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공간 안에 물과 은신처를 마련해 자연스럽게 새를 부르고, 그것이 사람 간의 소통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들며 '관계 맺기'를 통한 정원 문화의 확산을 강조했다.



류경완 군수, "인공 구조물 최소화…"


류경완 군수는 박 소장의 제언에 깊이 공감하며, 남해군 전체를 거대한 정원으로 엮어내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군민 앞에 발표했다.
류 군수는 "행정의 역할은 남해라는 큰 섬 전체를 정원으로 인식시키는 것"이라며, "그 큰 틀 안에 개인 정원, 마을 정원, 숲 정원, 바다 정원 등 다양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도록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류 군수는 내년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주요 단기 사업들을 상세히 공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서면 스포츠파크 내 해양 치유 플랫폼 센터의 전면적인 설계 변경이다. 당초 실내 물놀이 시설 위주로 계획되어 과도한 유지비가 우려됐던 해당 시설을, 아름다운 야외 정원을 거닐며 치유와 회복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틀을 바꿨다. 또한 조도·호도 일대의 율도국(예구) 정원은 서울숲 조성에 참여했던 전문가들과 협력해 오는 11월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간다. 생육에 방해가 되는 인공물을 걷어내는 '신전 숲' 정비 사업, 대규모 메밀밭 등 경관 농업 단지로 탈바꿈할 '물건 숲' 일대 정비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아울러 대학과 협력해 은점 예술촌을 시범 정원으로 회복시키는 방안, 이동면 에코촌 인근 부지를 활용한 복합 광장 정원, 내년도 '개인 정원 콘테스트' 개최 등 전방위적인 정원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될 예정이다. 무분별한 인공 시설물에 대한 쇄신 의지도 확고히 했다.



민관 협력과 건축 미학의 조화 과제로 남아


강연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날카로운 지적과 현실적인 고민이 쏟아졌다. 한 군민은 "아무리 아름다운 자연과 정원이 조성되어도, 금산이나 신전 숲 인근처럼 경관을 훼손하는 이질적인 건축물이 들어서면 모든 노력이 수포가 된다"며 건축물 심의 단계에서부터 조경·정원 전문가의 강력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형탁 소장은 "법적으로 민간 건축물의 디자인을 강제하기는 어렵지만, 공공기관이 선도적으로 모범적인 건축 경관을 제시하고 심사위원 풀(Pool)을 혁신함으로써 지역 전체의 안목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답했다.
나아가 "정원은 필연적으로 지속적인 관리와 노동을 요구하므로 관 주도의 일방적 예산 투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주민 스스로 땀 흘려 가꾸며 자부심을 느끼는 밀착형 문화가 정착될 때 비로소 진정한 정원도시가 완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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