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연월일 : 2026년 03월 06일(금) 15:11
|
|
중동의 불안이 다시금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동으로 이란을 공격해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까지 희생된 이번 사태는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을 격화시키며 국제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란과 관련된 갈등은 단순 국지전을 넘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고, 그 여파는 국제유가의 급등을 시작으로 세계 경제를 큰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천연가스(LNG) 가격 또한 들썩이며 각국의 에너지 시장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중동은 세계 원유 공급의 핵심 지역인 만큼, 이 지역의 군사적 불안이 장기화되면 글로벌경제 전반에 걸쳐 공급망 차질과 원재료 가격 폭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동안 이란의 미사일 공격과 이스라엘의 강력한 보복 약속은 중동의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불안한 과정을 달려왔었다. 국제사회는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이 사태 진화를 위해 총력을 다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미국의 협상 카드도 무산되었고, 오히려 미국이 전쟁의 전면에 나서면서 이란-이스라엘 간 군사 충돌은 파국의 길로 접어들고야 말았다.
특히, 한국은 중동에서 원유의 70.7%를 수입할 정도로 중동 의존도가 높아 타격이 매우 클 것이라는 우려가 짙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는 원유 중 한국 수입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12%로 중국(38%), 인도(15%)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는 한국에 치명타를 입힐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봉쇄를 선언했지만, 완전한 봉쇄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만약에 이번과 같이 최고 지도자를 비롯한 수십명의 지도자들을 한꺼번에 잃은 이란이 그 보복의 일환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완전한 봉쇄를 장기적으로 이어나가게 된다면 세계 경제뿐만 아니라 한국의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런 우려는 3월 4일까지의 전쟁 상황을 보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이란 집권세력의 친위대격인 혁명수비대의 발표에 따르면 이미 호르무즈 해협은 그들의 완전한 장악하에 통제되고 있으며 한 방울의 석유도 해협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 공언하고 있다. 이미 10여 척의 유조선이 미사일 침공을 받아 불탔다고 알려졌다.
하나증권 연구원 측에서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봉쇄하고, 주변국 정유시설을 타격하는 등 최악의 경우가 발생한다면 WTI(서부텍사스산 원유)는 배럴당 50달러대이던 것이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및 석유제품 규모는 일일 2000만 배럴 수준으로, 글로벌 석유 소비량의 약 20%, 해상 석유 수송량의 27% 정도를 차지한다. 석유 수송이 일시적으로라도 차단되게 되면 공급 지연과 운송비 상승을 가져온다. 실제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대(對)이란 군사작전 개시 이후 첫 거래일인 3월 2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WTI는 전장 대비 6.3% 급등한 배럴당 71.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상승률은 12%에 달했다. 유류수송을 하는 유조선의 운임도 3배나 올랐다.
향후 전망을 보면, 중동에서의 군사 충돌은 단기간 내에 종식되기 어려워 보이며, 추가적인 보복과 반격의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긴장 상황은 석유·가스 가격을 더 자극하여 세계 경제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 특히 에너지 수요가 높은 국가들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동시에 국제사회는 외교적 중재와 경제 제재를 병행하며 자칫 큰 전면전으로 비화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이지만 이란의 보복이 그리 쉽게 누그러질지는 의문이다.
이처럼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 될수록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원유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유가 상승은 곧바로 국내 기름값과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게 생활비 부담을 키우고, 기업의 생산 비용도 늘어나 전체 경제에 파급 효과를 주고 있어. 실제로 전쟁의 전초전인 상태에서 불과 며칠 사이에 국제유가가 5% 이상 뛴 걸 보면 우리 소비자 물가도 단기간 내에 출렁일 수밖에 없다는 걸 예상해야 한다.
또 환율 변동도 무시못할 정도로 요동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란 갈등으로 미국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한화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띠면서 환율이 불안정해진다. 이 때문에 수출기업들이 가격경쟁력에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수입 물가가 올라 기업과 소비자 모두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 일어날 것이다.
게다가 한국 증시도 이런 국제 긴장 국면에서 투자 심리가 위축되어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전망치를 증권가의 전문가들이 쏟아내고 있다. 어렵사리 저평가된 증시가 제자리를 찾아 고공행진하고 있었는데 찬물을 끼얹은 격이다. 실제로 2월 26일 종가기준 6,300을 사상 처음으로 돌파했던 코스피 지수는 3월 3일 하루 동안에 5,791로 8% 정도 폭락했고, 3월 4일에는 서킷브레이크까지 발동될 정도로 낙폭이 커서 5093으로 이틀 동안 무려 1200포인트 정도 하락했다. 환율도 마찬가지다. 전쟁 전후로 폭등과 하락을 반복하며 요동치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정부가 중동 정세와 우리 경제 안정을 위해 다각적인 외교 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의 공식적 발표를 통하여 "우리 정부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에 벌어지고 있는 현 중동 상황 전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예의 주시 중이며, 현재 중동 지역에 소재한 우리 국민 보호 및 에너지 수급 등 경제안보 차원에서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우리는 북한 핵 문제의 당사국으로서 국제 비확산 체제의 수호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해 오고 있다"고 다소 모호하게 밝혔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영국·프랑스·독일 등은 이란 공습으로 인해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을 규탄하는 입장을 밝혔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둔 일본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절대 용납돼서는 안 된다"는 확실한 입장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반면에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은 미국의 침략행위에 대하여 강력하게 주권침해 행위라며 비인륜적 침략을 즉각 중지하라는 성명을 내고 있다.
이미 세계 속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요국으로 등극한 한국이 이편도 저편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를 보임으로써 자칫 양측 모두에게 적대적 인상을 심어주는 우를 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한국보다도 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로 인한 타격이 극심할 중국의 대응도 예의 주시하면서 미국, 중동 국가들과 소통을 이어나감으로서 에너지 수급 불안을 최소화시켜 나가야 한다. 동시에 국민 안전과 경제 충격 경감을 위한 정책 마련에도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위기 상황에 국민 불안이 커지는 만큼 정부는 적극적인 정보 공개와 안정적 대책으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남의 나라 일이라 생각하고 안일하게 여긴다면 큰 오산이다. 오늘 오후에 필자의 회사가 거래하는 정유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1,400원대인 경유의 가격이 1,800원대 정도 될 것 같고 그것도 지금 당장은 출하가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유류비가 차지하는 포지션이 높은 사업이라 어떻게 경영을 관리해 나가야 할지 앞이 캄캄해진다. 앞으로 중동 전쟁이 길어지게 된다면 원자재 수급 불안과 국제 금융시장 동요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니, 에너지 다변화와 내수 안정화를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엄청난 격동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몰리게 될지도 모른다.
필자 회사의 단편적 경우를 예를 들어 설명했지만, 글로벌화된 세상은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전쟁의 여파가 실시간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당연히 물가 상승과 환율 변동으로 이어진 전쟁의 여파는 개인의 소비생활을 부담스럽게 하고, 지역사회 경제와 소상공인의 삶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부분도 보호할 현실적 정책 마련해야 하고 국민도,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손 놓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와 생활패턴의 변경 등 난국을 살아가는 지혜로운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우리 모두에게 국제 정치·경제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절감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위기 상황일수록 전쟁이라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에 흔들리지 않고 그 저변에 깔린 구조를 차분히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판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정확하게 진단해내는 것이 살길이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과 국가가 단결해 지혜롭고 책임감 있게 대응한다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난세는 영웅을 만들고, 격동의 시대는 세계사의 주역을 바꾼다. 한국은 이번 중동 사태를 계기로 국내 경제 안정과 사회적 연대에 집중함으로써 앞으로 닥칠 어떠한 불확실성에도 흔들림 없는 나라가 되도록 해야 하고, 에너지 안보 강화의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고, 세계 경제와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강대국의 면모를 갖출 수 있도록 외교 다변화에 더욱 힘써야 한다.

2026.03.06(금) 15: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