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자의 인문학 이야기] 아가사 크리스티 추리소설 원작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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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자의 인문학 이야기] 아가사 크리스티 추리소설 원작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 개봉

"당신은 어떤 경찰인가?" 예술의 경지에 오른 게임, '디스코 엘리시움'

조승현 bhr654@nhmirae.com
2023년 09월 15일(금) 17:34
▲'디스코 엘리시움'
▲'디스코 엘리시움'의 한 장면


최근 검찰은 '신림역 칼부림 사건'의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면서 '게임 중독'을 사건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해 논란이 있었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메이저 언론에서 명백한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검찰을 뒷받침하는 인용·보도가 이어져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강력범죄의 게임 중독 '원인' 만들기가 한국 사회에서 지속되는 반면, 선진국의 경우 국가적 차원에서 게임 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대한민국보다 적은 자본·인력을 지닌 폴란드, 벨기에 등 유럽의 게임 개발사들은 나라를 대표하는 산업이 되고, 세계에서 주목받으며 거듭 눈부신 성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 최대 규모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의 타임지에서는 2010년대 10편의 혁신적인 비디오 게임을 선정했고, 그중 에스토니아의 인디 게임 개발사에서 제작한 사이코드라마 추리 RPG(롤-플레잉-게임: 역할-연기-놀이)인 '디스코 엘리시움'이 선정됐습니다. 한국이나 미국, 일본의 거대 공룡 개발사도 아니고, 대규모 자금·인력이 투입된 것도 아닙니다. 우리나라 수원시보다는 많고, 광주광역시보다는 인구가 적은 동유럽 인구 130만의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에서는 어떻게 게임을 예술의 경지로 올렸을까요.



■심오한 철학적, 정치적 메시지

'디스코 엘리시움'은 과거 러시아의 지배를 당해 '에스토니아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이 되어 소련에 합병된 과거를 지닌 역사가 반영된 부분 등 지극히 '에스토니아'적인 게임입니다.

주 무대가 되는 도시 '레바숄'은 흡사 소련 해체 이후 동유럽의 모습과 함께 '마르크스주의' 운동이 일어났던 '파리 코뮌'이 융합된 모습을 보여 줍니다.

주인공은 살인사건을 조사하면서 민족주의, 도덕주의, 자유주의, 사회민주주의, 신자유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파시즘, 페미니즘, 아나키즘 등등 여러 정치적 사상들을 지닌 인물들을 만나게 되고, 정치적 풍자와 사회문제에 대한 고찰을 끊임없이 마주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우리의 선택에 따라 직접 이주민을 차별하는 파시스트가 될 수도 있고, 권위적인 남성에 반발하는 페미니스트부터 현 체제에 복종하며 순응하는 일반 시민까지 무엇이든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선택한 정치적 사상에 따라 노조 파업과 이를 막으려는 회사의 과잉진압 문제, 구시가지 재개발, 청소년 마약문제, 끔찍한 빈부격차 등의 사건을 통해 주이야기 결과로 적극 반영됩니다. 이렇듯 높은 자유도로 정치적 사상을 직접 '선택' 할 수 있어, "정치로 써내려간 예술"이라는 평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작중 배경이 되는 도시와 건축양식, 정치사회적 상황이 비슷한 소련 붕괴 이후의 구 공산권 국가에서 큰 호응을 불러 얻었고, 중국인들의 감성을 건드리는데 성공해 중국에서는 가장 큰 열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게임은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

주인공은 숙소에서 지독한 숙취로 인해 기억상실증에 걸린 경찰관입니다. 우리는 주인공을 조종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살인사건을 해결해 나가야만 합니다.

이 게임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지성, 감성, 육체, 운동으로 구성된 24개의 인격을 골라 주인공의 성격을 결정하고, 게임이라는 매체의 최대 장점인 '선택'과 결과를 통한 병렬적인 이야기 진행이 자기만의 추리소설을 읽는 효과를 준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선택지에서도 한두 가지 대답만 하는 다른 창작물 인물과는 달리 '레바숄'의 인물들은 주인공의 '인격'과 '선택'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며, 매번 다른 결과가 나오는 등 인물이 살아있는 것 같은 생동감을 주고, 그 이야기의 가짓수도 방대합니다.

같은 사건일지라도 주인공이 철학적 사고로 무장한 공산주의자로 마주칠 때와 인종차별적이고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파시스트로 맞닥뜨릴 때 와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의 반응, 인물관의 관계가 크게 달라집니다.

한 사건을 바라보는 시점을 다루는데 있어 인물의 표현과 선택이 서사에 십중팔구 반영되는 반응은 어느 매체를 둘러봐도 찾기 힘든 게임만의 '디스코 엘리시움'만의 혁신적인 시스템입니다.

심지어 처음과 끝을 제외한 이야기의 순서까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가 있습니다. 참고로 이 게임에 사용된 글자 양은 반지의 제왕 3부작의 몇 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게임은…

현대미술을 보는 드한 수준높은 아트워크, 흥미롭고 참신한 세계관, 때로는 무겁고 가벼운 분위기의 완급 조절이 치밀한 각본, 매력적이고 다양한 개성적인 인물들, 유로 크라임을 연상시키는 어둡고 철학적인 스토리, 살인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느와르적인 깊은 여운 등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미국 타임지는 다음과 같은 평을 남겼습니다. "'디스코 엘리시움'은 게임이라는 매체가 특별한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TV에서 보거나 책에서 읽을 수 없는 독특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는 증거다. 또한 모든 비디오 게임이 어떻게 예술인지 강조하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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