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랍게' 기억하는 숙이 할머니 삶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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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랍게' 기억하는 숙이 할머니 삶의 여정

남해여성회, 남해 인권·평화 문화제 「제7회 숙이나래 문화제」 개최
다큐영화'보드랍게'상영, 위안부피해자 김순악할머니 인터뷰 담겨

백혜림 bhr654@nhmirae.com
2023년 08월 18일(금) 13:55
남해 인권·평화 문화제 「제7회 숙이나래 문화제」가 지난 15일 남해보물섬시네마에서 개최됐다.

이날 개최된 문화제는 남해여성회(회장 김정화)가 주최하고 경상남도와 남해군이 주관 및 후원했으며, 류해석 부군수를 비롯한 류경완 도의원, 임태식 남해군의회 의장, 김봉희 남해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을 비롯한 내빈들과 함께 숙이나래 문화제에서 꾸준한 도움 활동을 펼치는 '남해청소년실천단'이 참석했다.

이번 숙이나래 문화제는 8월 15일 광복절 78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故박숙이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당시 고통스러운 역사와 기억, 그 후의 삶을 되돌아보고 후대에게 되풀이되어서는 안될 교훈을 전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날 행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故박숙이할머니 말씀 따라 적기 군민운동' 및 영상기록물 '할머니를 부탁해' 시청을 비롯한 다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일제강점기 시절 증언, 그와 관련된 발언 및 자료들을 게재한 전시회 관람, 영화 '보드랍게'를 시청하는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됐다.





숙이나래, 박숙이 할머니

故박숙이 할머니는 1922년 남해군 고현면 관당마을 출신으로 열 여섯 살의 나이에 일본군에게 끌려가 6년 간 위안부 생활을 강요받았고, 해방 이후 7년이 지나 고향의 땅을 밟았다.

이후 향년 만 93세의 나이로 별세했으며, 남해군은 2015년에 故박숙이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과 역사 인식의 바른 정립을 위하는 취지로 '숙이공원'을 조성하고, 평화의 소녀상을 세웠다.

'숙이나래 문화제'의 '숙이나래'는 故박숙이 할머니 이름과 날개의 동의어인 나래를 합성한 것으로, 故박숙이 할머니가 겪은 과거의 아픔을 되새기며 후대가 이 과거를 올바르게 기억하고 잊지 말자는 의의를 두고 있다.

남해여성회가 2015년에 제작한 '할머니를 부탁해'는 2012년 만 90세의 늦은 나이에 정부 등록 피해자 240명 중 236번째로 이름을 올린 故박숙이 할머니의 증언 기록 영상이며, 2022년 9월 경상남도 민간기록물로 지정된 바 있다.

이날 상영된 영화 '보드랍게'는 2021년 제15회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입상한 바 있으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순악 할머니와 대구지역 활동가들이 인터뷰한 내용으로 이뤄져있는 2022년에 개봉한 박문칠 감독의 작품이다.

이날 영상 및 영화 시청 이후 보물섬시네마 로비에서 '남해청소년실천단'이 행사 및 영화에 대한 '군민 참여 엽서 쓰기'를 진행했으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및 혐오 중단을 촉구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보호법 개정'에 대한 서명운동을 펼쳤다.



"우리 아픈 역사의 산 증인들 또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행사에서 대회사를 맡은 김정화 남해여성회장은 "현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국내 생존자는 경남 1명을 포함하여, 전국에 9명만 남았고 다른 동남아시아의 피해자들도 줄어들고 있다. 과거의 일이 현재에 기록되고 미래에 기억되도록 생활에 녹아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유네스코 세계기록물로 등재되어야 한다"며 "현재 일본의 압박에 못 이겨 등재 신청을 보류하고 있다. 이 신청 기록물에는 故박숙이 할머니를 비롯한 경남 피해자분들을 다룬 '꽃순이 이야기'라는 영상도 한 건 포함되어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다시는 끔찍한 전쟁성범죄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세계시민의 엄중한 요청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정화 남해여성회장은 "경상남도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을 촉구한다. 경남은 240명의 피해등록자 중 3분의 1이 넘는 최대 피해자가 나온 지역이지만,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이 아직 없다"며 인권과 평등, 평화, 역사교육의 장이 되며 차별과 폭력 없는 평화로운 지역공동체 형성에 기여 및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전시성폭력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세계 인권 평화 운동의 지역거점 역할을 위해 경남 지역 역사관 건립 촉구에 나서지길 당부했다. 뿐만 아니라 故박숙이 기록관을 숙이공원 주변에 설치해야한다고 밝혔다.

또 "2022년 9월 남해여성회가 제작·보유하고 있는 故박숙이 할머니와 관련한 각종 자료와 기록물 314점이 경상남도 민간 민간기록물로 지정됐으며, 그 공로로 남해여성회가 도지사 표창을 받은 바 있으나, 이 기록물들은 안타깝게도 박스에 담겨진 채 남해여성회에서 보관되어있다"며 "천신만고 끝에 고향을 찾아온 故박숙이 할머니는 죽으면 고향 사천에 묻어 달라 하셨고, 남해사람들이 잊지 않고 기억해주기를 간절히 바라셨다. 그러하기에, 故박숙이 할머니와 관련한 기록물들은 그 어디도 아닌 남해 숙이공원 주변에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역사를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되지 않는다. 남해군민들이 적극 나서 우리 스스로 故박숙이가 되어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다짐을 실천해나가며, 위안부 피해자들의 과거를 잊지 않고 후대에 전달해야하는 과제를 여러분께 부탁드리겠다"는 대회사를 전하며 역사를 계속해서 기록하고 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잊지 말아야할 선대의 과거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이 후대의 몫"

류경완 도의원은 "故박숙이 할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신지 7년이 지났다. 오늘 이 자리가, 할머니의 뜻을 기리는 소중한 자리가 되기를 희망한다. 이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께서도 한 분씩 세상을 떠나고 몇 분 남지 않으셨다"며 "이분들은 살아생전에 일본의 반성과 진심어린 사과를 듣고 싶어 하셨지만 결국 사과를 듣지 못하고 영면하셨다. 그러나 반드시 잊지 않고 일본의 사과와 반성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자 의무이다. 그래야만, 세상을 떠나신 위안부 피해자들께서 편안히 눈을 감으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일본은 과거사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사과해야하지 못할망정 여전히 '강제성은 없었다'며 부정하고 있다. 오히려 독도 영유권까지 주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원전사고로 인한 핵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려고 하는 이런 만행들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이것을 막아내고 저지하는 것, 이것 또한 우리들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숙이나래 문화제'를 개최한 남해여성회는 '여성이 행복하게, 남해를 향기롭게, 세상을 아름답게'라는 취지로 설립된 남해지역의 여성단체이다. 여성문화 사업, 부모, 자녀 교육, 부부 교실, 여성건강 및 환경 실천 교육, 여성교양사업 즐거운 마실 운영, 찾아가는 할머니 한글교실 등의 여성 교육사업, 어린이날 한마당, 3.8세계 여성의 날 기념 및 여성영화제 등 여성 인권을 위한 다양한 사업 등을 펼친 바 있고, 2009년부터 현재까지 여성가족부 아이돌봄 지원사업 운영기관으로 지정되어 활발한 활동 중이다.

또한 남해여성회는 2013년부터 故박숙이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전인 2016년까지 피해자 심리정서안정프로그램으로 원예·생일잔치·학교로 찾아가는 강연사업, 청소년 실천단 교육, 기록 중인 사업 등을 실행했다

故박숙이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엔 8월 14일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을 맞아 2017년부터 남해 인권 평화 문화제인 '숙이나래 문화제'를 꾸준히 펼치고 있다.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은 세계 각국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날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故김학순 할머니가 2012년 8월 14일 대만에서 열린 '제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 연대 회의'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임을 전 세계에 최초로 공개 출언함으로써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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