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자의 영화 이야기] 보물섬시네마,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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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08(수) 22:29
[조기자의 영화 이야기] 보물섬시네마,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개봉

'토토로, 센과 치히로, 하울…등'의 지브리 신작, 감독을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다
7년간 손으로 직접 그린 '장인(匠人)'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세계와 사상

2023년 10월 27일(금) 12:01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스튜디오지브리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연출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모습이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한 장면.




지난 25일 남해보물섬시네마에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제작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개봉했습니다.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걸작들을 연출한 그는 2013년 선언했던 은퇴를 철회하고, 10년만에 관객들에게 찾아왔습니다. 이번 작품은 최근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통해 사라진 특유의 작화를 직접 손으로 그리며 작업했고,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의 전례 없는 역대 최대의 제작비(최소 약 50억엔 추정, 한화 약 450억) 투입, 7년간의 제작기간, 일본개봉 당일 날까지 영화 정보를 단 하나도 공개하지 않는 무마케팅의 신비주의 전략 등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제작방법을 동원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신작은 아무 정보도 없이 보는 것도 영화를 즐기는 좋은 방법이지만 자신의 일대기와 이전 작품들을 총망라하는 '자전적인 성격'의 작품으로 평가받기에 감독의 성향이나 세계관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더욱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초기 생애와 전쟁

1941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태어난 그는 항공사에서 일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 중력으로부터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비행기에 푹 빠진 유년기를 보냅니다. 그러나 일본이 항복하고, 자신의 나라가 일으킨 전쟁으로 인해 피해는 자국민에게 돌아왔습니다. 결국 아버지의 항공사는 몰락돼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습니다.

또한 어린시절 그의 어머니가 결핵을 지녔지만 아들 앞에선 항상 씩씩하고 여장부같았던 어머니도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의 작품에서 비행기, 반전주의, 어린이의 낭만 가득한 모험, 여장부 캐릭터가 항상 등장하는 데에는 이러한 배경이 존재합니다.


■평화주의와 생태주의

기본적으로 그의 작품은 판타지를 기반한 액션과 모험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항상 강조되는 요소와 주제가 존재하는데 바로 반전과 평화주의입니다.

단순히 일차원적으로 무조건적 반대만을 부르짖는 것이 아닌 일본 제국주의 아래에서 자라난 그 정체성과 사상은 입체적으로 묘사됩니다. 자신의 나라가 일으킨 전쟁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받은 국민에게 남은 것은 패배한 전쟁과 가해자라는 역사적 사실을 깨닫고, 그의 작품에서 전쟁 자체가 아무런 의미 없는 생명을 파괴하는 최악의 행동으로 표현됩니다. 대놓고 '붉은 돼지'에서는 전쟁의 핑계를 대는 국가와 찬동한 국민 역시 비판적으로 묘사됩니다.

또 하나의 큰 주제를 나타내는 것은 생태주의입니다. 파괴와 대비되는 생명의 이미지는 자연으로 나타나며, 인간과 대적하기도 하지만 인간이 뛰어넘을 수 없는 존재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항상 선과 악이 명확하지 않은 그의 작품 속에서 인간과 자연이 극단적으로 한 쪽을 위한 삶이 아닌 자연 속에서 인간이 공존하는 균형이 중요한 것임을 강조합니다.


■한국과의 관계와 오해

미야자키 하야오가 혐한이라는 루머는 잘못 된 것으로 오히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작업 당시 한국에 맡긴 하청 작업이 촉박한 스케줄 속에서도 결과물이 굉장히 만족스러워 감동 받은 일화가 있습니다. 특히 '벼랑 위의 포뇨' 개봉 당시 한글 로고 포스터를 직접 그려주기도 했는데 이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게만 해준 것입니다.

또 극단적으로 반일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감독의 작품성향이 우익이라는 주장을 제기해 논란이 됐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감독의 반전주의가 일본 국민들이 피해를 입은 것만 표현해 피해자 행세를 하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정작 감독은 전쟁을 일으킨 자국 일본에 대한 비판의 의도로 작품들을 만들어 왔기에 일본 우익들에게 항상 비난과 조롱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논란이 있었던 작품 '바람이 분다'에서는 일제에 대한 미화, 전쟁에 협력한 개인의 해피 엔딩같은 것은 존재하지도 않고, 오히려 비참한 말로와 파멸, 비아냥과 비판, 반전주의, 반제국주의적 성향이 극에 달한 작품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바람이 분다' 개봉 당시 기자회견에서 "일제가 자국민을 귀하게 여기지 않았기에 한국인과 중국인도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며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 문제에 대해서 한국과 중국에게 사과해야만 한다"라며 일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그의 두 번째 자전적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은퇴작 '바람이 분다'에서 개인의 비행기에 대한 로망이 자신의 나라가 일으킨 전쟁으로 무참하게 파괴된 파멸적인 현실을, 이번 작품에서는 자신의 나라가 일으킨 전쟁으로 사랑하던 사람과의 이별, 사라져 버린 어린 시절과 그리운 꿈이 가득한 모험을 그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영화가 끝나도 자리를 뜨지 않기를 권합니다. 영화 끝에는, 나오는 노래마다 '유튜브'조회수 억대는 기본인 일본 최고의 싱어송라이터 '요네즈 켄시'가 부른 감독에 대한 헌사가 듬뿍 담긴 노래가 흐르며 마무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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