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쏠비치' 상륙 수개월, 지역상권 업종·지역별 '희비' 극명
미조면 '배달 횟집'들과 브런치 카페 '호황' 군내 펜션· 인근 일반 한식당은 '냉골'
대명 리조트 진입한 지역 선행 사례와 판박이 "쏠비치가 안 파는 '로컬 틈새 콘텐츠' 잡아야 산다"
홍성진 선임기자
발행연월일 : 2026년 06월 29일(월)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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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품은 거대 자본 '쏠비치 남해'가 보물섬 남해군에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지 수개월이 지났다. 대명소노그룹의 하이엔드 리조트 브랜드인 쏠비치 남해의 등장은 개장 전부터 지역 경제의 지형도를 바꿀 최대 변수로 꼽히며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한 몸에 받았다.
과연 대형 숙박시설이 몰고 온 관광객들의 지갑은 남해군 골목상권으로 흘러들고 있을까. 본지는 미조면, 상주면, 삼동면 등 리조트 인근 상권과 소상공인 매출 데이터 흐름, 투숙객들의 실제 이동 동선을 추적해 개장 전후의 업종별 경기 명암을 짚어봤다.<편집자 주>
'배달·포장 횟집'·'카페' '호황'
개장 전 지역 사회를 지배했던 "주변 상권이 전멸할 것"이라는 막연한 공포와 "낙수효과로 대박이 날 것"이라는 맹목적 낙관은 모두 빗나갔다.
현재 남해 상권의 현실은 '업종별 극단적 양극화'와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른 틈새 공략 여부'로 요약된다.
가장 큰 반사이익을 누리는 곳은 리조트에서 차량으로 10~15분 거리에 위치한 미조면 일대의 배달·포장 전문 활어횟집들이다.
실제 주요 SNS와 블로그의 투숙객 후기를 살펴보면 '리조트 근처 맛집'보다 '포장회', '배달 앱을 활용한 리조트 배달'이라는 키워드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리조트 내 식당보다 가성비가 좋고, "객실에서 편하게 바다를 보며 한잔하고 싶다"는 휴양객의 심리가 맞물린 결과다.
미조항 부근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A씨는 "저녁 시간이 되면 젊은 투숙객들이 배달 앱으로 주문하거나 직접 차를 몰고 와 회를 포장해 간다.
주말 야간에는 주문이 밀려 감당이 안 될 정도"라고 전했다.
'인스타 감성'을 저격한 브런치 카페와 로컬 디저트숍 역시 호황을 맞이했다.
쏠비치 체크아웃 시간(오전 11시) 전후로 인근의 바다 조망 카페들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리조트 내 규격화된 조식을 이용하기보다, SNS에서 화제가 된 지역 독점적 카페를 찾아다니는 2030 세대 및 신혼부부의 소비 성향이 반영된 동선이라는 분석이다.
삼동면의 한 카페 관계자는 "젊은 층은 남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오션뷰와 로컬 디저트를 소비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퇴실 시간이 되면 인근 핫플레이스 카페로 차량이 일제히 몰린다"고 설명했다.
호불호 갈리는 '일반 식당'과 '노후 펜션·민박'은 직격탄
반면 인근의 전통 식당(멸치쌈밥·일반 백반)과 중저가 노후 펜션업계는 깊은 불황의 늪에 빠졌다. 쏠비치 내부에 고급 다이닝, 뷔페, 펍 등 자체 부대시설이 완비되어 있어 가족 단위 투숙객들이 굳이 외부 식당을 찾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남해의 대표 향토 음식인 '멸치쌈밥'의 경우, 특유의 향과 조리법으로 인해 외지 관광객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며 리조트 투숙객들의 선택지에서 소외되고 있다.
인근의 한 한식당 업주는 "여행을 온 관광객들은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평범한 백반이나 고깃집을 찾지 않는다. 멸치쌈밥 등 향토 음식도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해 업종 변경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곳은 주변 숙박업계다.
깔끔한 최신 시설과 회원권 할인을 무기로 내세운 대형 리조트의 흡수력 앞에 반경 5~10km 이내의 애매한 중저가 노후 펜션들은 주말 예약률마저 반토막이 나며 고사 직전에 몰렸다.
과거 독창적인 인테리어로 인기를 끌었던 남면 일대의 중고가 풀빌라 시장마저 대기업의 브랜드 파워와 워터파크 등 대형 인프라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영세 민박뿐만 아니라 고가 풀빌라들까지 고객을 대거 빼앗기면서 현재 군내 펜션 중 대다수가 매물로 나와 있는 실정이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물이 쏟아져 더 이상 중개를 맡기도 부담스럽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쏠비치 남해 영업에 따른 상권 영향력
미조면, 상주면, 삼동면 등 이 지역들은 쏠비치 남해와 가장 연접해 있어 거의 모든 업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상주은모래비치나 미조항 일대는 리조트 투숙객들이 낮 시간에 잠시 들르는 '관광 코스'로 소비되고 있는 듯하다. 앞서 언급한 포장 횟집이나 해수욕장 인근 카페는 활기를 띠지만, 이 지역의 민박이나 가족형 노후 펜션들은 쏠비치라는 거대 숙박 시설의 그늘에 가려 평일은 물론 주말 예약률까지 철저히 잠식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독일마을과 지족해협이 있는 삼동면은 리조트 진출입 동선에 위치해 있어 카페·식음료 업종은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삼동면 내 중저가 펜션들은 쏠비치와의 시설 경쟁에서 밀려나며 가격을 낮추는 살을 깎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쏠비치 개장 이후 현재 가장 많은 민박 펜션이 포진하고 있는 남면의 경우 지리적으로 쏠비치와 가장 멀리 있지만 가장 타격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남면 빛담촌에서 펜션을 운영중인 한 업주는 "남면은 수려한 경관 덕분에, 오래 전부터 인피니티 풀, 개별 스파, 최고급 인테리어를 갖춘 풀빌라와 감성 펜션'들이 대거 밀집한 곳이었다"면서 "그러나 비슷한 가격대의 쏠비치가 개장함에 따라 지금은 그야말로 폐업 직전까지 내몰린 가장 타격이 큰 지역이 되었다"고 한숨을 지었다.
'중고가 펜션으로 가느니 차라리 그 돈이면 리조트 회원권을 쓰거나 대형 인프라(워터파크, 조식 뷔페 등)가 완비된 쏠비치로 가겠다는 손님들이 많아진 탓'이라는 분석이다.
타 지자체 선행 사례 '판박이'…예견된 '닫힌 생태계'
이 같은 현상은 과거 전라도(쏠비치 진도)나 충청도(소노벨) 등 대형 대명리조트가 먼저 들어섰던 타 지자체의 상권 변화 과정과 정확히 일치한다.
거대 자본이 투입된 대형 리조트는 구조적으로 수익 극대화를 위해 내부에서 모든 소비를 소화하도록 설계된 이른바 '닫힌 생태계'를 지향한다.
따라서 리조트 내부 콘텐츠와 겹치는 일반 숙박, 규격화된 한식·양식당, 일반 카페 등은 구조적 불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반면 리조트 내부에서 제공할 수 없는 '로컬 고유의 날것'(싱싱하고 가성비 좋은 활어회 포장, 전통시장 야식, 독창적 감성 카페)만이 대기업 리조트의 장벽을 넘어 관광객을 흡수하는 무기가 되고 있다.
지역상생책 마련은 여전히 숙제
남해군은 쏠비치 남해 유치를 위해 조망권(차경)을 보장하고 도로 등 기반시설 정비에 약 80억 원의 군비를 투입·지원한 바 있다.
이 거대 자본이 매주 수천 명의 소비력 있는 외지인을 남해로 유입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명(明) 뒤에 가려진 암(暗)에 대한 행정적 책임과 대책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개장 전 남해군 공무원들과 남해군펜션협회 관계자는 이미 대형 리조트가 안착한 진도 등 타 지역 선진지를 방문하며 '지역 상생 방안'을 고심한 바 있다.
당시 타 지자체의 피해 사례를 목격하고 주민 설명회 등을 통해 상생을 다짐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세 민박·펜션업계의 도산 위기에 대한 뚜렷한 구제책은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지금이라도 벼랑 끝에 몰린 지역 숙박 대책에 행정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결국 거대 자본을 탓하며 앉아서 손님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시대는 끝났다.
전문가들은 리조트 정문 앞이 아닌, 투숙객이 머무는 '객실 안'과 그들이 검색하는 'SNS 화면 속'으로 남해만의 독창적인 맛과 멋을 찔러 넣는 소상공인들의 발 빠른 트렌드 전환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식당업계는 투숙객의 방 안으로 침투할 수 있는 '룸서비스형 포장·배달 메뉴'를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미조면 횟집들의 성공 사례처럼 깔끔한 밀키트 형태의 포장, 남해 마늘 치킨, 보물초(시금치) 피자 등 숙소 침대 위에서 휴식을 취하며 즐길 수 있는 '딜리버리 최적화 메뉴'로의 체질 개선이 요구된다.
카페 및 로컬 상권 또한 단순한 음료 판매를 넘어 '남해에서만 찍을 수 있는 독점적 포토존', '유자나 다랭이 쌀을 활용한 차별화된 시그니처 디저트' 등 리조트 내부 베이커리가 흉내 낼 수 없는 '독점적 로컬 브랜드' 가치를 확보해야만 거대 자본과의 공존 속에서 자생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2026.06.29(월) 15:29











